지난해 10월 시민 5000여 명의 청원으로 서울시 공공돌봄 시민공청회가 열렸다. 2024년 5월 서울시 산하 돌봄서비스 기관인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해산된 후, 서울시 공공돌봄 정책이 후퇴한다는 우려가 나오던 때였다. 이후 서울시는 공청회에서 제기된 지적에 대해 답변서를 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재설립 및 공공돌봄 확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답변을 공론화하고, 이에 반박하는 기고를 보내왔다. 네 차례에 걸쳐 싣는다.
서울시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 해산 근거로 '공공성 담보 실패'를 들었다. △적극 개입 비율이 18.9%에 불과하다는 점, △2022년 장기요양 1~3등급 비중이 민간보다 낮다는 점, △야간·주말 돌봄 실적이 미흡하다는 점, △돌봄노동자들이 고비용·저효율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 근거들은 공공돌봄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이라기보다, 서사원을 폄훼해 정책 종결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든 프레임에 가깝다.
서울시는 공청회와 답변서를 통해 "공공성은 민간과의 차별성"이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그 차별성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영역은 평가에서 배제했다. 공공성은 '얼마나 많이 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감당하지 않는 일을 누가 책임졌는가의 문제다. 즉, 서사원은 실패가 아니라 오히려 서울시가 감당하지 않으려 했던 공공성의 부담을 집중적으로 떠안은 조직이었다. 그런데도 서사원의 공공성을 수치 몇 개로 환원하고, 그 수치가 만들어진 맥락과 역할을 지워버린 평가. 이것이 서울시 '공공성 실패' 논리의 실체다.
숫자 이용한 왜곡
서사원은 애초 장기요양만 수행하는 기관이 아니었다. 장기요양(방문요양·방문간호·방문목욕 포함)을 기본으로 하되, 장애인활동지원, 주야간보호시설 데이케어센터와 국공립어린이집 운영, 중증치매·와상·정신질환 등 제도권 내 3대 틈새 돌봄, 민간기관이 반복적으로 이탈한 적극개입 사례, '돌봄SOS', '돌봄SOS+', 코로나 긴급돌봄, 가족돌봄청년 지원 등의 정책으로, 제도권 안팎의 돌봄 공백을 포괄적으로 책임지는 공공 실행체계로 기획되고 운영됐다.
이 구조에서 서사원의 전체 돌봄 '분모'는 민간 장기요양기관보다 훨씬 넓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장기요양 1~3등급 비중이라는 보조적 지표 하나를 공공성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끌어올렸다. 장기요양 1~3등급 비중이 민간보다 낮게 나타난 이유는 공공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장기요양 외 공공돌봄을 대거 수행했기 때문이다.
전체 분모가 다른데 특정 항목의 비중만 떼어 비교하는 것은 통계적으로도, 정책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 더욱이 서울시는 민간과의 차별성을 요구하며 "민간이 기피하는 영역을 공공이 맡아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정작 평가에서는 장기요양 비중만을 기준으로 삼았다. 서울시의 자기모순이다.
서사원은 민간기관과 중복되는 재가장기요양을 점진으로 축소(최종 30% 이하)해 장기요양서비스 비율은 '3대 틈새돌봄 및 제도 외 사각지대' 서비스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축소한다는 사업 비중 전환에도 서사원 종합재가센터의 장기요양 실적 자체는 해마다 증가 추세였다. 즉 서사원은 장기요양을 '소홀히' 한 것이 아니라, 장기요양과 동시에 제도권 밖 돌봄을 함께 떠안아 왔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이 역할 재정립의 결과를 '공공성 실패'로 둔갑시켰다.
민간 기피 영역 개입도 폄하
서울시는 적극개입 비율이 18.9%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적극개입은 민간기관에 존재하지 않는 공공돌봄기관 고유의 서비스 분류체계다. 민간기관에서는 소위 블랙리스트로 불리거나 기피돼 반복적으로 중도 이탈하고 제공이 거부된 사례, 다인·고난도·갈등·위기 상황이 결합된 사례를 공공이 마지막으로 책임지는 돌봄, 그것이 적극개입이다. 즉, 적극개입은 '민간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민간 돌봄의 한계가 드러난 지점에서 공공이 개입한 결과물이다. 이 돌봄을 수행했다는 사실 자체가 민간과의 차별성이며, 공공성이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적극개입의 정의·난이도·운영 비용·노동 강도 등에 대한 설명 없이 적극개입의 의미를 지운 채, 비율이라는 숫자 하나로 '실적 저조'라는 낙인을 찍었다. 심지어 어떤 기준으로 저조하다고 판단했는지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기준 없는 평가는 평가가 아니라 낙인이다. 적극개입 사례는 비중이 아니라 절대 규모, 난이도, 증가 추세 등으로 평가돼야 한다. 실제로 서사원의 적극개입 사례는 충원되지 않고 감소하고 있는 인력 규모 대비,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고, 이는 공공이 감당해야 할 고난도·복합 돌봄을 점차 확대해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숫자로 안 잡히는 돌봄 서비스
서사원은 장기요양 제도에 포섭되지 못한 시민들, 민간이 기피하거나 중도 이탈한 사례, 긴급·단시간·단기·다인 돌봄이 필요한 돌봄을 마지막으로 떠안는 기관이었다. 돌봄SOS, 사각지대 틈새돌봄, 코로나 긴급돌봄 등을 수행하며 누적 3만 3000 시간 이상의 긴급·공백 돌봄을 제공했다. 이런 돌봄은 대부분 장기요양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공공돌봄의 필요성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이를 통계에서 삭제한 채, 장기요양 등급 비율만으로 공공성 실패를 단정했다. 이는 공공돌봄의 부담을 수치 밖으로 밀어내는 평가 방식이며, 공공성을 실패로 둔갑시키는 논리다. 공공성이란 '제도 안에 얼마나 많이 들어왔는가'가 아니라, 제도 밖에서도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누가 책임졌는가의 문제다. 이 기준에서 보자면, 서사원은 실패가 아니라 공공성의 최전선에 있었던 조직이다.
인력 부족을 노동자 탓으로
서울시는 야간·주말 돌봄 실적이 적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그러나 공공돌봄의 핵심은 단순히 시간대를 늘리는 데 있지 않다. 긴급성·복합성·안정성·지속성이 요구되는 공공돌봄을 책임지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서사원은 월급제, 정규 인력을 기반으로 안정된 긴급 투입과 다인 서비스가 가능한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이는 민간 시장에서는 구조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공공적 기능이다. 야간·주말 돌봄이 충분하지 않았다면, 정상적인 행정의 대응은 인력·예산·교대체계 등 제도의 보완이어야 했다. 실제 서사원이 해산 직전, 장애인활동지원사 수는 2019년 이후 충원되지 않는 인력으로 인해 35명의 활동지원사만이 서울시 전역의 공공돌봄을 감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개선이 아니라 해산을 선택했다.
공공운수노조 역시 24시간 야간·주말 돌봄 확대에 반대한 적이 없다. 오히려 돌봄노동자의 권리와 처우를 보장하면서 돌봄의 안정성과 질을 확보할 방안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강성 노조', '운영 경직성'을 암묵적으로 문제 삼으며 책임을 현장으로 돌렸다. 이는 구조적 문제를 노동자 탓으로 전가하는 전형적인 책임 회피다.
돌봄노동자에 '고비용·저효율' 낙인
서울시는 서사원의 돌봄노동자들을 '고비용·저효율'로 규정했다. 그러나 이 평가는 공공돌봄을 가능하게 하는 필수 노동을 통째로 삭제한 결과다. 월급제 직접고용은 단순한 처우 문제가 아니라, 긴급돌봄·단시간·다인 서비스를 위해 상시 대기 인력을 유지하는 구조였다.
'이동시간, 교육·훈련, 상담, 회의, 사례관리, 기록, 회의, 준비시간, 노동자 안전 확보와 회복을 위한 시간' 등 은 돌봄의 질과 안전성,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노동시간이다. 민간 시급제 돌봄에서는 존재하지 않거나 무급으로 전가되는 이 시간을 제외한 채 비용만 비교하는 것은, 공공돌봄 노동을 통계에서 지워버리는 방식이다. '고비용·저효율'은 해산을 정당화하기 위한 정치적 프레임이다.
제대로 된 평가 분석도 없어
서울시는 공공성 실패를 이유로 서사원 해산을 정당화했지만, 공청회 과정에서조차 정책 종결 수준의 종합적 평가 보고서를 제시하지 못했다. 시민과 전문가들이 평가 자료와 판단 기록의 공개를 요구했음에도, 서울시는 "어떤 평가 자료를 말하는지 모르겠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답변서에조차 서울시의회와 종합감사 지적 사항뿐이었다. 이는 중대한 공공정책 종결 결정이 객관적 평가 없이 이루어졌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에 가깝다. 결국 서울시의 '공공성 담보 실패' 주장은 공공돌봄을 끝내기 위해 단일 수치로 환원하고, 서사원이 수행해 온 제도권 밖 돌봄과 적극개입 사례 등의 공적 돌봄 현실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결과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해산은 공공성 실패의 결과가 아니다. 공공돌봄 역할을 제대로 구현했으며, 공적 돌봄의 몰이해와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일부 지표 변화를 근거로 공공 인프라 자체를 폐기한 자기모순적 정책의 선택이었다. 통합돌봄을 말하는 지금, 이 선택은 다시 검토돼야 한다. 공공돌봄을 지운 채, 우리는 과연 국가가 돌봄을 책임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참고 자료>
- 서사원 2023년, 2024년 사업 계획서
- 서울시 공공돌봄 시민공청회_지역사회 통합돌봄 발전을 위한 서울시 공공돌봄서비스의 나아갈 방(2025.10.24.)
- 우리에게는 시장화된 돌봄이 아닌 더 많은 공공 돌봄이 필요하다 시민토론회(2024.08.27.)
- 서사원 정상화를 위한 토론회_서울시 공공돌봄의 나아갈 길(202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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