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화재단 창립 당시 조성된 문예진흥기금(기본 재산)을 본래의 목적대로 운용하려면 기본재산 확충과 적극적 활용을 위한 새로운 경영혁신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경기문화재단은 지난 30일 수원 경기상상캠퍼스 교육1964 컨퍼런스홀에서 ‘지속가능한 문화재정의 미래-지역 문화 진흥을 위한 씨드머니’를 주제로 미래전략 포럼을 열었다. 행사는 1997년 전국 최초의 지역문화재단으로 문을 연 경기문화재단이 내년 창립 30주년을 앞두고 미래 30년을 준비하기 위한 정책 포럼으로 마련됐다.
특히 ‘새로운 미래전략의 문화재정 확충 모델과 다각화 방안’을 주제로 한 종합토론에선 재단의 기본재산 활용과 재산 확대 등을 위한 실제적인 논의가 오갔다. 재단은 경기도의 재정 여건 악화로 2026년 출연금 편성액이 대폭 삭감되면서 부족 금액 290억 원가량을 기본재산을 활용해 예산을 마련하게 됐다. 이에 기금 활용의 목적성 불합치와 기금 소진 우려 등이 재단과 지역 예술인, 문화예술 전문가 등을 통해 제기돼 온 상태다.
김태현 ㈔경기민예총 이사장은 “올해 부득이한 사정으로 기본재산 1천200억 원 중 약 290억 원을 보통재산으로 전용해 사업비로 쓰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내년에도 ‘어쩔 수 없으니 또 쓰자’는 악순환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했다. 그는 내년도 예산이 수립되기 전인 7~8월까지 경기도·재단·예술계가 기본재산 활용 원칙에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이사장은 기본재산 운용의 3원칙으로 ▲최초 조성 규모를 훼손하지 않고 유지·증식하는 방식 ▲예술인 창작 지원과 도민 문화권 증진 등 조성 취지에 부합하는 사업에 사용 ▲저금리 환경에서 이자수익 중심의 소극적 운용을 넘어 적극적 활용 방식 모색을 제시했다.
그는 “예술인 대상 생활대출기금 등 기본재산 자체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며 “지자체 출연에만 기대지 않는 ‘경기도문화예술진흥을 위한 새로운 기금 조성’ 등 별도 재원 조성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추미경 ㈔문화다움 대표는 “재원을 끌어오는 방법론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에 대한 책임의 범위와 결정 주체, 누가 누릴 것인가라는 원칙을 다시 이야기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공적 재원이 책임져야 할 영역과 민간과 함께할 수 있는 영역을 구분하는 ‘투트랙 접근’과 문화재정 운영 방식의 ‘다층화’를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기본재산의 성격을 ‘자본금’에 비유하며 당해 연도 예산 부족분을 메우는 방식의 소진을 경계했다.
정보람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본재산은 영리기업의 자본금처럼 기관의 신뢰도와 미래를 가늠하는 지표”라며 “사업비 부족분을 충당하는 방식으로 소진하면 기본재산의 의미가 퇴색하고 적립 노력도 약화돼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초 광역문화재단인 경기문화재단의 상징성을 언급하며 “원리원칙에 벗어나는 의사결정은 전국에 파급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희원 ㈜지브이컨설팅 실장도 “기본재산과 지역문화진흥 재원은 구분해 봐야 한다”며 “깨어진 적립금이 복원된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기본재산 확충과 적극적 활용을 위한 전담조직이 기관에 마련돼야 한다”며 기본재산에 대한 이해와 공론화, 전담조직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날 박래혁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문화재정 감소의 배경과 기본재산 활용 논리를 설명하며 ▲합목적성 ▲공공성 ▲효율성이 기본재산 운용의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문화 분야에 ‘안정적 수입원’이 부족하고, 문화사업 성과가 ‘도민 문화향유’ 같은 추상적 문장으로 평가돼 예산 확대 설득이 어려운 점을 과제로 꼽았다. 박 국장은 “합목적성·공공성·효율성을 충족하지 못할 시 도민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 재원인 만큼 민주적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며 “재단 재산을 안정적 유지할 수 있도록 예술인 저리 융자 등이 고민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 말미에는 기본재산 활용에 대한 경기도의 관점을 되묻는 질문도 나왔다. 김태현 이사장은 “기본재산 활용 기준이 충족되지 않으니 도의 재산으로 사용해도 된다는 접근은 안된다”라며 “제시된 세 가지 기준을 충족할 방안을 찾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길 경기문화재단 정책실장은 “출연금에만 기대는 것은 문화재단의 위기일 수 있다. 문화재정 다각화와 원칙·제도 보완을 올해부터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재단은 향후 6개월 동안 기초문화재단과 권역별 토론회를 이어가며 공론화 논의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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