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인상 압박에 총력 대응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이 처리되기 전까지 관세를 인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특별법 처리 전 일부 대미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예비 검토 및 사전 협의를 협상 카드로 제안하며 미국에 관세 인상 철회를 설득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29일(이하 현지시간)과 30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의 두 차례 회동에서 특별법 처리와 한미 간 합의한 대미 투자 이행에 속도를 내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를 전달했으며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도 미국 조야를 두루 접촉하며 설득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기에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번 주 미국을 찾아 방문한다. 통상 라인에 이어 외교 수장까지 전면에 나서 대미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靑, '특별법 처리전 투자 예비검토' 카드도 준비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한국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이 통과되지 않고 있는 것을 문제 삼으로 관세 인상을 발표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2월 말에서 3월 초까지는 특별법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특별법이 통과되기 전까지 관세 인상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이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일부 대미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사업성을 예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구윤철 경제부총리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등 관계부처 수장들에게 이같은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에 계류 중인 '대미투자특별법'이 처리되기 전이라도 법적 근거 없이 가능한 부분은 사전 준비 절차를 밟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달 28일 기자들과 만나 "특별법 통과 전, 예비 검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실장은 "법이 통과되고 나서 프로젝트를 검토하면 또 몇 달이 걸리지 않느냐"며 "법 통과 직후부터 신속하게 법 절차가 진행되도록 '대외 경제장관 회의' 등 결의를 통해 예비 절차를 시작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했다.
우리와 대미 투자 구조가 유사한 일본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4차례 각료, 실무 협의를 이어오며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관, 러트닉 美 상무장관과 협상 일단 무산…"관세 인상 이미 시작"
다만, 우리 정부의 이같은 제안에 미 정부는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정관 장관은 지난 29일과 30일 워싱턴 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을 2차례 만나 미국 측 진의를 파악하고, 한국 측 입장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김 장관은 31일 귀국길에 기자들을 만나 "한국 정부가 그때 (타결)했던 관세 협정에 대해 이행을 안 하려 한다거나 지연할 의도는 전혀 없다는 점에 대해서 충분히 이야기했다"며 "상호 간 이해가 굉장히 깊어졌다. 어떤 불필요한 오해는 해소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측이) 한국의 진전 상황에 대해 지금 특별법안이 국회에서 계속 계류 중이다 보니, 그런 부분에 대해 굉장히 아쉬워하는 부분들이 있었다"면서 "국회 관련 상황은 특별법안이 작년 11월에 제출돼 12월은 주로 예산 (논의가 이뤄졌고), 올해 1월 같은 경우는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거치며 특별법안을 논의할 여유가 없었다는 것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특별법안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돼 미국 쪽과 이해를 같이 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관세 인상 조치를 막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도 있지만, 관세 인상 조치는 이미 시작된 것"이라며 "관보 게재를 준비하고 제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논의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저희가 서로 내부 토론을 거치고 한 번 더 조만간에 한국에서 화상 회의를 할 예정"이라며 "그런 과정들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론이 나올지 한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통상본부장, 美정부·의회 접촉하며 설득 노력
조현, 이번 주 루비오와 면담 추진…팩트시트 이행 노력 설명할듯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에 남아 미국 조야를 두루 접촉하며 설득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 본부장은 워싱턴DC에서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와 연방 의회 및 미국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 국회의 정치 상황, 입법 절차 등이 미국과 다른 점을 두루 설명하면서 미국 정부와 정치권의 오해를 불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여 본부장의 미국 출장 일정은 2월 초까지 이어진다. 남은 기간 자신의 미국 측 카운터파트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관세 문제를 비롯한 한미 통상 현안에 대해 협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이번 주 미국을 찾아 대미 협상에 나선다.
조 장관은 오는 4일 미 국무부가 주최하는 '핵심광물 장관급 회의'에 참석한다. 이번 회의에는 주요 7개국(G7)과 한국·호주·인도 등이 초청됐으며, 중국의 희토류·핵심 광물 수출 통제에 대응한 공급망 안정과 다변화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형식상 다자 회의이지만, 상호관세 인상 이후 처음 마련되는 한미 외교 접촉 계기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조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의 약식 회담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약식회담이 성사될 경우, 조 장관은 상호관세 인상 압박 국면에서 한국의 입장을 직접 설명하는 한편, 지난해 11월 한미가 합의한 조인트 팩트시트 이행을 위해 한국 정부가 속도감 있게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與 "대미투자특별법, 2월 처리 목표"
여당인 민주당은 대미투자특별법을 가급적 2월에 처리해 정부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야당 쪽에서 비준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먼저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저희는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 논의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2월 말에서 3월 초에는 (입법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가능하면 이 일정을 지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2월 국회가 오는 2일부터 27일간 열리는데, 이르면 이 기간 내에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한 정책위의장은 "국회가 대미투자특별법 관련한 일정을 따라가면 (한미 간 협상도) 정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미국 정부가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대한민국 국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미국이 전혀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관보 게시 이후 인하된 관세가 적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어느 날 갑자기 관세를 올리는 데 대해 상당히 유감스럽다"며 "국회는 정해진 일정에 따라 법안 처리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WSJ에 "관세정책, 내 말대로 효과"…한국 사례 가장 먼저 소개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게재된 기고문을 통해 자신의 관세 정책을 '미국 경제의 기적'이라고 자화자찬하면서 한국의 사례를 가장 먼저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WSJ를 비롯한 주류 언론과 경제 전문가들이 관세 탓에 주가 하락과 인플레이션, 경기침체를 전망했다는 사실을 거론한 뒤 "9개월이 지난 지금, 그 모든 예측은 완전히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24년 대선 이후 미국 증시가 52차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최근 3개월간 연율 기준 근원 인플레이션은 1.4%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활용한 해외 투자 유치 성과를 소개하면서 한국을 거론했다.
그는 "관세 협상의 결과로 한국 기업들이 미국 조선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1천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 제조업과 국가 안보를 동시에 강화하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들은 미국 농산물 수입을 위해 시장을 개방하고 있고, 미국 인공지능(AI) 생태계의 주요 고객이자 투자자가 돼 미국이 AI 초강대국의 지위를 굳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이 외교·안보 성과로도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세를 지렛대로 EU, 일본, 한국 등 주요 교역국과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했다는 사실을 소개한 뒤 "이 협정들이 동맹 및 파트너들과 더 지속 가능한 관계를 구축해 군사 동맹을 경제 안보 영역으로까지 확장했다"고 평가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을 비롯해 8개의 전쟁을 중재하는 데에도 관세가 역할을 했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이다.
그는 "관세는 과거에도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었고, 지금도 미국을 더 강하고 안전하며 부유하게 만들고 있다"며 "관세 비판론자들은 이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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