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고를 때 무심코 지나친 포장지의 작은 글씨가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마트에서 쌀을 고를 때 가격부터 확인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매번 먹던 쌀이 진열대에 없어 이번에는 다른 제품을 집어 들기도 하고, 할인 행사 문구에 이끌려 처음 보는 쌀을 장바구니에 담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고른 쌀로 밥을 지어보면 어떤 날은 밥알이 윤기 있고 맛있게 느껴지다가도, 다음 날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밥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같은 쌀로 밥을 지었는데도 이런 차이가 느껴진다면, 그 이유는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라 쌀 포대에 적힌 ‘품종’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
쌀 포대를 자세히 보면 가격과 중량 옆에 작은 글씨로 ‘단일품종’ 또는 ‘혼합’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신동진, 새청무, 삼광처럼 특정 품종명이 명확히 적힌 쌀도 있고, 별도의 품종명 없이 혼합으로만 표기된 쌀도 있다. 이 품종 표기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밥맛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다.
쌀의 품종은 벼의 종류를 뜻한다. 사람마다 체형과 성격이 다르듯, 쌀도 품종에 따라 쌀알 크기와 모양, 전분 구조, 수분 흡수율, 찰기와 식감이 모두 다르다. 어떤 품종은 찰지고 윤기가 강한 반면, 어떤 품종은 고슬고슬하고 담백한 식감을 낸다. 밥을 갓 지었을 때 향이 또렷하게 느껴지는 품종도 있고, 식은 뒤에도 밥맛이 비교적 잘 유지되는 품종도 있다.
이처럼 품종마다 성질이 다른 쌀이 한 포대에 어떻게 담겼느냐에 따라 밥맛의 결과도 달라진다. 한 가지 품종만 담긴 쌀인지, 여러 품종이 섞인 쌀인지에 따라 같은 밥솥과 같은 물 양으로 지었을 때 나오는 밥의 성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오늘은 유난히 맛있고, 내일은 평범한 밥’의 차이는 쌀을 고를 때 무심코 지나쳤던 품종 표시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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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포장지에는 ‘단일품종’ 또는 ‘혼합’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다. 단일품종 쌀은 한 가지 품종의 쌀만 담은 제품으로, 특정 품종의 순도가 전체의 80% 이상일 때 해당 표기를 사용할 수 있다. 신동진 100%, 새청무 100%처럼 품종명이 명확하게 표시된 쌀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혼합쌀은 두 가지 이상 품종을 섞은 쌀이다. 수확 시기나 산지, 품종 특성이 다른 쌀이 함께 들어가는 경우가 많으며, 품종을 특정하기 어려울 때도 혼합으로 분류된다. 가격은 단일품종보다 다소 낮은 편이지만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차이는 밥맛의 ‘일관성’에서 가장 크게 드러난다. 쌀은 품종마다 수분 흡수율과 전분 구조, 찰기와 식감이 모두 다르다. 단일품종 쌀은 한 가지 성질만 고려하면 되기 때문에 물 비율을 맞추기 쉽고 밥맛이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된다. 반면 혼합쌀은 같은 방식으로 밥을 지어도 날마다 식감이나 윤기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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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혼합쌀이 반드시 단일품종보다 떨어진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수급이 안정적인 편이라 대량 소비가 필요한 급식이나 외식업에서 선택되는 경우가 많다. 볶음밥이나 국밥처럼 다른 재료와 함께 먹는 요리에서는 쌀의 차이가 크게 드러나지 않아 혼합쌀로도 무난하게 활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서로 다른 쌀 품종을 섞어 먹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잡곡을 섞어 먹듯 쌀에서도 품종을 배합해 식감과 향의 차이를 느끼려는 방식이다. 밥알이 크고 단단한 품종으로 기본 식감을 잡고 향이 강한 품종을 더하는 식으로 조합을 만들기도 한다. 백화점 식품관이나 정미소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식감이나 향에 맞춰 품종을 추천하거나 여러 품종을 배합해 제안하는 사례도 있다.
반대로 향이나 식감이 특징인 쌀일수록 단일품종의 성격은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골드퀸3호나 고시히카리처럼 향이 강한 품종은 다른 쌀과 섞이면 향이 옅어질 수 있고 밥의 인상이 달라질 수 있다. 단일품종은 한 가지 품종의 특성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밥 자체를 중심으로 먹는 식사나 도시락처럼 식감이 중요한 상황에서 선택 기준이 되기도 한다.
농민들이 갖 수확해온 햅쌀을 저장고에 쏟아 붓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연합뉴스
요리 용도에 따라 선택 기준도 달라진다. 김밥이나 주먹밥처럼 쫀득한 식감이 중요한 메뉴, 밥 자체가 중심이 되는 식사에서는 단일품종 쌀이 유리하다. 반대로 매일 많은 양의 밥을 짓거나 가격 부담을 줄이고 싶다면 혼합쌀도 충분히 실용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쌀을 고를 때 가격만 보지 말고 가족 구성과 식습관, 주로 먹는 메뉴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매일 같은 밥맛을 기대한다면 단일품종 쌀이, 합리적인 가격과 무난함을 원한다면 혼합쌀이 어울린다. 마트에서 처음 보는 쌀을 집어 들기 전 포장지에 적힌 ‘단일품종’과 ‘혼합’ 표기를 한 번 더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밥상의 만족도는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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