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숙의 집수다] 꼼수에 흔들린 청약제도 공정성…재도개선 요구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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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숙의 집수다] 꼼수에 흔들린 청약제도 공정성…재도개선 요구 커진다

연합뉴스 2026-02-01 11:03:1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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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후보자 부정청약 후폭풍…전문가 "단속 강화하고 제도 개편해야"

위장전입 등 폐해 부양가족 배점 축소…20세 성년 자녀 제외 등 요구

추첨제 확대, 소득·자산기준 도입 주장도…'제로섬 게임'에 정부는 신중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낙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부정청약 문제의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청약 가점을 높이기 위해 각종 꼼수가 동원되는 상황에서 부정청약 단속을 강화하고, 청약가점제를 비롯한 청약제도 전반에 대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허점 많은 청약제도를 이번엔 손댈 수 있을까.

서울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부정청약 유형 다양해지는데…"위장전입보다 더 잡기 힘든 위장미혼"

이번에 부정청약 문제가 불거진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는 지난해 8월 청약 당첨과 동시에 입주가 되는 후분양 아파트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임에도 20억∼50억원에 달하는 분양대금을 입주 시작 두 달 만에 모두 납부해야해 소위 현금 부자들만 청약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전체 178명 모집에 무려 9만3천864명이 신청해 청약경쟁률이 평균 527.3대 1에 달했고, 청약통장 만점(84점) 당첨자가 3명이 나왔다.

주변 아파트값이 크게 올라 당첨만 되면 앉은 자리에서 20억∼30억원의 시세차익이 가능하다는 일명 '로또 아파트'였기 때문이다.

수십억원대 아파트 청약에 만점짜리 통장이 몰리자 시장에선 위장전입 논란이 일었다.

청약 가점은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통장 가입 기간 등으로 산정하는데 만점인 84점은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 청약자를 제외하고 한 집에 거주하는 부양가족이 6명 이상(35점)이어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당시 이 아파트의 위장전입을 적발하기 위해 당첨자 검수 단계에서 부양가족의 '3년 치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을 임의 징구했고, 그 결과 40건의 부정 사례를 적발했다.

국토부가 당시 3년 치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을 요구한 것은 대체로 부모·조부모 등 직계존속의 주소를 옮겨놓는 방식의 위장전입이 많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위장전입을 해도 어르신들은 병원, 약국을 원래 거주하는 곳에서 다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서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을 요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후 요양급여내역 3년 치 제출을 법제화해 현재 분양되는 모든 아파트에 이를 적용하고 있다.

부정청약자로 적발되면 주택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과 함께 계약취소 및 10년간 청약 제한 조치가 취해진다.

그러나 이번에 논란이 불거진 '위장 미혼' 자녀는 사전에 적발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한 분양마케팅 회사 대표는 "부모와 조부모, 자녀 등 7명이 20평(전용 59㎡) 이하에 거주하는 경우라면 누가 봐도 위장전입 가능성이 의심되니 별도의 소명을 요구할 수 있지만, 자녀가 결혼했는데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위장 미혼' 상태인지 여부는 서류만으로는 알아내기가 어렵다"며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앞서 2023년 자녀를 혼자 양육하는 것처럼 서류를 제출해 부산의 공공분양주택에 '한부모 가족' 조건으로 당첨된 A씨를 부정청약 의심자로 간주하고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사실은 A씨가 부인 B씨와 혼인을 하고 한 아파트에 살면서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위장 미혼' 형태로 부정청약을 했다.

그러나 이는 서류 검수 과정에서 파악한 내용이 아니라, '제보'에 따른 것이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아파트를 비롯해 위장 미혼 사례로 적발된 경우는 대부분 주변인의 제보에 의한 것들"이라며 "혼인신고를 하지 않으면 단순 서류만으로 혼인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고, 즉각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게 불법도 아니어서 사전 검수 과정에서 걸러내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중은행에 부착돼 있는 청약통장 안내문[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시중은행에 부착돼 있는 청약통장 안내문[연합뉴스 자료사진]

◇ 정부 부정청약 단속 강화…제도개선 요구 많지만 '제로섬 게임'에 고민

청약 당첨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시장에선 가점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꼼수와 불법이 횡행하고 있다.

특히 현행 가점제 구조상 부양가족 수는 배점(1명당 5점)이 가장 크고, 무주택 기간이나 통장 가입 기간에 비해 조작도 용이해 '스펙 쌓기'의 주범이 되고 있다.

부양가족 수를 늘리기 위해 지방에 거주하는 부모의 주소를 옮겨놓는 위장전입은 가장 흔한 경우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공급 질서 교란 행위 적발 현황에 따르면 2020∼2023년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이 적발한 부정 청약 1천116건 가운데 위장전입 사례가 778건(69.7%)으로 가장 많았다. 10건 중 7건이 위장전입인 것이다.

이에 비해 위장 결혼·이혼·미혼 등의 적발 사례는 44건으로 3.9%에 그친다. 실제로는 이런 꼼수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현재의 검수 방법으로는 적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신혼부부들이 결혼하고도 소득 제한이 있는 디딤돌 대출 등 정책 자금 지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미혼인 양 대출받는 경우가 많은 것과 같은 이치다.

시장에선 대출과 달리 청약은 부정청약으로 인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실적으로 청약 신청자에 대한 전수 조사가 불가능하다면 당첨자 검수 과정에서 더욱 촘촘하고 강력한 그물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혼 가능성이 큰 20세 또는 30세 이상 성인 자녀의 경우 부양가족에서 제외하거나, 실거주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증빙 서류 제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업계에서는 현재 당첨자에 대한 1차 서류 심사를 진행하는 한국부동산마케팅협회를 법정단체로 인정하고, 검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는 방법도 대안으로 거론한다.

청약 제도 자체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무주택기간, 청약통장 가입기간, 부양가족 수 등 현재 청약가점 항목을 현시대의 요구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위장전입이나 위장 이혼·미혼 등의 문제를 낳고 있는 부양가족의 배점을 축소하고, 미성년자도 가입할 수 있어 변별력이 떨어지는 청약통장 가입기간 항목을 축소하거나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 무리한 '스펙 쌓기'를 차단하는 방법으로 소득·자산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미드미네트웍스 이월무 대표는 "청약가점을 높이기 위해 수십억원대 상가를 보유하고, 20억∼30억원대 전세에 사는 사람에게 일반 무주택자와 동일한 자격으로 1순위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한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난수표 수준으로 복잡한 청약제도 개선을 위해 공청회를 거쳐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자 전세 세입자의 무주택 자격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정부가 청약 1순위 자격 요건과 가점제 요건을 강화하고 다주택자를 규제하면서 높은 보유세를 안 내려고 수십억원대 전세에 거주하는 부자 임차인을 순수 무주택자로 볼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그때마다 정부는 '제로섬(zero sum)' 게임 논리를 들며 제도개선에 난색을 표했다.

일반 대출과 달리 청약은 한정된 공급 물량을 놓고 경쟁하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불리하도록 제도를 변경하면 다른 누군가가 당첨이 유리해지고, 이로 인한 불만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오랜 기간 집을 사지 못하고 있는 서민들이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손질을 미뤄왔다.

일각에서는 청약가점이 낮은 20∼30대가 가점 쌓기를 위한 꼼수 행렬에 동참하지 않도록 청년·신혼부부 공급 물량을 늘리거나 추첨제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연합뉴스가 한국부동산원의 청약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서울 아파트 청약자 41만6천843명 가운데, 30대 이하 청약자는 총 23만2천699명으로 전체의 55.8%에 달했다. 당첨자 비중도 30대가 50.96%로 과반을 차지했다.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주택연구실장은 "가구 분화, 1∼2인 가구 증가 등으로 청약 수요는 청년과 30대 이하로 이동하고 있다"며 "공정한 청약 경쟁이 가능하도록 바뀐 시장 상황에 맞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부정청약 단속부터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정청약 검수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청약제도 개편은 청약 대기자들의 이해관계자들이 얽힌 문제여서 각계의 의견을 듣고 공청회 등을 고쳐 신중히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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