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안다상속연구소장] 필자가 운영하는 순례길 학교는 도심을 벗어나 자연이 있는 둘레길을 걸으며 힐링을 한다. 길을 걷다보면 외진 곳임에도 불구하고 넓은 땅에 빵과 커피를 파는 멋진 베이커리 카페를 자주 마주친다. 인천 영종도나 무의도에 가면 경쟁적으로 베이커리 카페가 생기고 있다. 걷는 사람에게는 걷다가 좋은 카페에서 빵과 함께 자연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영종도에서는 베이커리 카페가 많아‘빵지순례’가 유행이다. 그러나 이 유행의 이면에는 이렇게 비싼 땅에, 이렇게 큰 건물을 세워 수지가 맞지 않을 카페를 운영할 이유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대형 카페·베이커리 업종이 편법 상속·증여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있는지 실태를 점검하고 대응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상속·증여 제도의 맹점으로 굳어지고 제도의 취지와 현실 사이 괴리가 커지므로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면적 100평 이상 대형 베이커리 카페는 2014년 27개에서 2024년 137개로 급증했다. 특히 2019년 이후 증가 속도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팔라졌다. 이 시점은 공교롭게도 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 논의가 본격화된 시기와 맞물린다.
가업상속공제는 본래 좋은 취지에서 출발한 제도다. 부모가 평생 일궈 온 사업을 자녀가 이어받는 과정에서, 상속세 부담 때문에 회사를 팔고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일을 막자는 취지였다. 그래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상속재산에서 최대 600억원까지 공제해 준다. 문제는 이 제도가 ‘가업 보호’라는 목적을 넘어 ‘절세 설계의 수단’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커피 위주의 카페는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아니지만, 제과 설비를 갖춘 베이커리 카페는 제과점업으로 분류돼 공제 대상이 된다. 이 차이 하나로 토지를 그대로 증여할 때와 베이커리 카페를 지어 가업 형태로 승계할 때의 세 부담은 극적으로 달라진다. 20억원 상당의 토지를 단순 증여하면 수억원의 증여세가 나오지만, 베이커리 카페로 전환해 가업 승계를 하면 세금이 1억원 안팎으로 줄어들 수 있다. 여기에 상속시 가업상속공제까지 더해지면 세 부담은 사실상 사라진다. 이러한 결과로 ‘가업이어서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혜택을 받기 위해 가업을 만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 대표적인 예가 베이커리 카페인 것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사후관리기간이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되면서, 제도의 문턱은 더 낮아졌다. 5년만 버티면 상속세를 줄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우후죽순 늘어난 것이다.
정부는 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편법 상속’으로 보고 단속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탈법·편법 행위가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을 ‘베이커리 카페’라는 업종에만 돌리는 것은 잘못이다. 왜 납세자들이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하는 것이 맞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각종 할증까지 더해지면 체감 세율은 더 높다. 현금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동산이나 기업을 상속받으면, 세금을 내기 위해 자산을 처분해야 하기에 상속인이 받는 상속재산은 엄청 줄어든다. 가업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예외 제도가 과도한 절세 수단으로 변질된 이유도 과도한 상속세 제도로 인한 것이다. 지금 정부도 상속세를 합리적으로 개편하여 국민의 부담을 낮추겠다고 약속한 바가 있다. 그러나 정권을 인수한 이후에는 그러한 입장을 싹 바꾸었다.
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정부가 단속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까. 업종 분류를 바꾸면 또 다른 형태의 ‘가업’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창고형 식당, 체험형 농업, 복합문화공간 등 새로운 우회로는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다. 제도의 틈을 메우는 땜질식 규제는 반복될 뿐이다. 높은 상속세율을 피하기 위하여 해외로 이주까지 하는데 어떠한 노력도 없이 그대로 세금을 낼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러므로 이제 방향을 바꿔야 한다. 정부는 개별 사례를 단속하기보다, 상속세율과 과세 구조 전반을 재검토하여 유산취득세로의 전환, 상속세율의 대폭 인하, 상속공제한도의 증가 등 납세자의 부담을 대폭 줄여야 한다. 가업이 아닌 자산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세 부담 수준을 설정하고, 가업상속공제는 본래 취지에 맞게 ‘고용 유지’와 ‘실질적 경영’에 더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정교화해야 한다.
문제는 베이커리 카페가 아니라 그 길을 택할 수밖에 없게 만든 상속세 제도에 있다. 정부가 단속을 말하기 전에, 먼저 손대야 할 곳은 세계 최고 세율의 상속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안다상속연구소장 △법무법인 안다 대표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