加 잠수함, 방산교역 본질 ‘재정의’...산업계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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加 잠수함, 방산교역 본질 ‘재정의’...산업계 총력전

한스경제 2026-02-01 09:0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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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지난 2024년 4월 해군에 인도한 장보고-Ⅲ 배치-I 3번함 신채호함./HD현대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지난 2024년 4월 해군에 인도한 장보고-Ⅲ 배치-I 3번함 신채호함./HD현대

|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원팀과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TKMS)가 수주를 위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을 둘러싼 경쟁 구도는 전통적 의미의 국가 간 방산 교역의 본질을 다시 써 내려가고 있다.

캐나다가 한국과 독일에 던지는 질문은 간단하면서도 명확하다. 현재 진행 상황을 보면 캐나다는 '누가 자국의 미래 산업과 공급망을 함께 잘 구축하고 오래 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며 사업자 선정의 기준으로 삼을 공산이 크다.

지난달 30일 업계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CPSP를 통해 자국 산업을 부흥시키려는 '산업·기술 혜택(ITB)' 정책(절충교역)을 한국과 독일 양측에 강력하게 제안하고 있다. 이번 수주전은 잠수함을 넘어선 한·독 ‘산업계 총력전’이자 ‘경제 대리전’으로 치닫고 있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캐나다행...수소 사업 제안

지난달 26일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경제 협력 특사 자격으로 강훈식 비서실장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이용철 방위사업청장 등과 캐나다로 출국했다. 정부 측 인사만 날아간 것이 아니다. CPSP 입찰의 직접 당사자인 한화그룹·HD현대 인사는 물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국내 방산·이차전지·소재·에너지 기업 관계자들이 대거 동행했다.

특사단 출국 이전 독일은 폭스바겐이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 설립을 약속한 것을 무기로 협상의 주도권을 쥐려고 했다. 폭스바겐의 배터리 공장 설립 확약은 일자리 창출을 원하는 캐나다 정부에 매력적인 카드로 작용했다.

이에 맞서 한국도 정부 주도하에 방산·자동차·항공·에너지·인공지능(AI)·전략광물을 아우르는 '팀 코리아‘를 결성해 캐나다행 비행기에 탑승한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방문은 이달 초 알려진 캐나다의 절충교역 요구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캐나다 정부는 현대차에 자국 내 완성차 공장 설립을 제안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이미 미국을 비롯한 북미에 다수의 생산 거점을 보유한 만큼 ’수소 생태계‘ 구축이란 역제안을 내놓았다.

◆ HD현대오일뱅크, 사업 기간 수조원 규모 원유 수입

공장 대신 캐나다의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수소 트럭·버스 보급 및 생산 인프라를 구축해 탄소 중립을 돕겠다는 제안이다. 실현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미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수소의 생산부터 저장·운송·충전·활용까지 전 주기에 걸친 기술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는 CPSP 수주에 회사의 가용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캐나다 토론토 파크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캐나다 산업협력 포럼 및 양해각서(MOU) 체결식에서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철강(한화오션-알고마스틸) ▲AI(한화오션·한화시스템-코히어) ▲위성통신(한화시스템-텔레셋) ▲우주(한화시스템-MDA스페이스) ▲전자광학(한화시스템-PV 랩스) 등 5개 분야 현지 핵심 기업들과 MOU를 맺었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최대 철강사 알고마스틸과 현지 강재 공장 건설과 잠수함 유지·보수·정비(MRO) 인프라에 활용될 철강 제품의 안정적 공급 체계 구축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한화오션은 사업 수주를 전제로 3억4500만캐나다달러(약 3600억원)를 출연하기로 했다. 이날 MOU 체결식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도 참여했다. 희토류 개발을 위해 캐나다의 토른가트메탈스와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한화오션과 원팀으로 CPSP 수주전에 참여 중인 HD현대도 대규모 패키지딜을 마련·제안했다. HD현대는 조선 분야에서 잠수함 창정비 역량을 기반으로 캐나다 측이 잠수함을 안정적으로 운용·보수할 수 있도록 종합 컨설팅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현지 조선소에 함정·잠수함 기술과 선박 건조 노하우를 이전해 캐나다 조선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예정이다.

◆ 산업 실체·현실성 기반한 실행력 무기 삼아야

이와 함께 캐나다 유수의 대학, 연구기관과 함께 조선 및 제조업 분야는 물론 AI, 바이오 등 첨단 산업 연구·개발까지 R&D 공동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HD현대오일뱅크를 중심으로 캐나다 원유회사와 협력해 잠수함 사업 기간 동안 수조원 규모의 원유를 수입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미래 산업인 이차전지와 핵심광물, 방산, 항공 분야 기업들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엄기천 포스코퓨처엠 사장, 김윤태 에코프로이노베이션 사장, 정무경 고려아연 사장, 이혁재 LG에너지솔루션 북미지역그룹장(부사장)이 캐나다 방문에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방산 ‘빅4’ 중 하나인 LIG넥스원의 이현수 해외사업부문장(부사장)도 동행하는 한편 최근 정부로부터 수주전 지원 요청을 받은 대한항공 역시 국방부와 함께 캐나다산 군용기 도입 확대를 검토할 것으로 전해진다.

해양방산 기업인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원팀이 캐나다에 잠수함을 수출하려 하는데 자동차, 항공, 우주, AI, 에너지, 핵심광물 산업 분야 기업 수장들까지 캐나다로 가서 당국에 구애를 하는 것은 방산 교역의 본질이 단순 무기 공급(납품)에서 상대국의 산업 전반과 공급망, 일자리까지 어느 정도 보장해야만 승기를 잡을 수 있는 프레임으로 바뀌고 있다는 방증이란 분석이다.

방산업계와 전문가들은 CPSP는 단순한 잠수함 사업을 넘어 한국이 '방산 수출국'에서 '산업 동맹국'으로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는 시험대 성격이 짙다고 진단한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잠수함) 성능 격차가 줄어들수록 정치·산업 패키지가 수주의 결정타가 된다”며 “캐나다 정부 고위급 인사는 한국과 독일의 제안 중 어느 것이 더 많은 자국 내 고용 창출과 연계되며 장기 운영·유지 비용 절감 여부, 공급망 위기 시 끝까지 책임지는 것 등을 종합적으로 계산해 파트너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일이 ‘유럽 동맹과 자원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다면 한국은 ‘산업 실체와 현실성에 기반한 실행력’을 무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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