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월드투어 멕시코시티 공연에 대해 환한 미소와 함께 "역사적 사건"이라고 표현한 멕시코 대통령의 표정이 심각해진 건 단 일주일만이다.
3회 공연(5월 7·9·10일) 전석이 37분 만에 매진되는 과정에서 좌석 배치도 미공개, 불분명한 수수료 구조, 티켓 재판매 사전 모의 정황 등 문제 제기가 잇따르면서, 매일 아침 정례 기자회견을 하는 멕시코 정부 최고 권력자의 얼굴엔 당혹감마저 묻어났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1월 19일(현지시간) BTS 공연에 대해 다소 가벼운 분위기 속에 환영 의사를 밝힌 이후 일주일 뒤인 같은 달 26일엔 "주말 동안 BTS 사안에 대해 검토가 이뤄졌으며, 한국 대통령에게 BTS 추가공연을 요청하는 정중한 외교적 서한을 보냈다"라고 말했다.
그 사이 티켓 판매의 불투명성을 지적하는 BTS 팬덤의 항의는 5천 건에 육박하는 경위 조사 요구로 이어졌고, 거리에선 '좌석표와 가격표 없으면 불매'(Sin mapa y precios, no compramos)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소규모 시위가 목격됐다.
온라인 청원 사이트 '체인지'(change.org)에는 티켓마스터 등의 멕시코 내 티켓 판매를 규제해 달라는 취지의 요청에 일주일 새 30만명 가까운 이들의 서명이 모아졌다.
BTS 팬들의 질서 정연하면서도 강력한 입김에 정부에서도 신속하게 응답했다. 연방소비자원(Profeco)은 예매 대행사인 '티켓마스터'를 상대로 법률 위반 여부 조사 절차에 착수했음을 알렸다.
과거라면 "아티스트의 인기가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다"는 체념으로 끝났을 일이다. 하지만 멕시코 '아미'(ARMY·팬덤 이름)는 달랐다.
BTS 월드투어를 앞두고 관찰된 일련의 상황은, 적어도 멕시코에서는 K팝 팬덤이 단순히 문화 소비자를 넘어 사회 변화를 이끄는 주체로 자리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더 눈길을 끄는 건 사후 처방을 넘어선 제도 개선 움직임이다. 멕시코 소비자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티켓 판매 전 가격과 좌석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 그전에는 인기 있는 콘서트의 경우 예매 수요에 따라 티켓 가격을 연동시키는 시스템이 대체로 통용됐다고 한다.
강력한 팬덤이 국가적 차원의 소비자 보호 가이드라인을 다시 쓰는 동력으로 작용한 건데, BTS '아미'의 행보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팬들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암표 구매 거부 운동까지 전개하고 있다.
스타의 공연을 기다리는 설렘 뒤로 부조리한 시스템에 균열을 내는 팬들의 목소리가 멕시코에서 '공정 예매'의 신호탄으로 힘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지점이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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