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딸 "보안사 조작으로 간첩 몰린 아버지, 명예회복 원해"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1970년대 간첩으로 몰려 사형당했으나 50년 만에 누명을 벗은 고(故) 강을성씨 사건을 과거 국군보안사령부가 '쾌거'라고 자평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유족은 이제라도 국방부 차원의 공식 사과가 있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강씨의 맏딸 진옥씨는 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국방부에 사과받고 싶다. 아버지의 명예 회복을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19일 언론에 이 같은 뜻을 전했지만, 국방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라고 했다.
진옥씨는 "야속하다. 어떤 절차를 밟을 수 있을지 알아보고 있다"며 "군사재판 1·2심이 그렇게 빨리 끝나고 대법원도 아버지 항변을 들어주지 않은 건 처음부터 보안사가 내용을 조작했기 때문"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강씨는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4년 체포돼 모진 고문 끝에 사형을 선고받았고, 2년 뒤 집행됐다. 보안사가 1978년 발간한 '대공삼십년사'에는 그가 연루된 '통일혁명당 재건위 사건'이 대표적인 검거 성공 사례로 기록돼 있다.
당시 보안사는 군무원이었던 강씨를 '간첩 진두현 일당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했다. 1963년 간첩에게 포섭된 뒤 통혁당 재건을 목적으로 군부 내 공작 거점을 구축했다는 혐의였다.
보안사는 "주범 진두현은 박기래에게 군 내부 동조 세력을 규합·조직화해 전방사단 병력으로 '병변'을 일으키도록 지령했고, 육군본부 소속 강을성을 포섭해 군사 사항을 탐지하게 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검거는) 근래 보기 드문 대공 활동의 쾌거"라고 기록했다.
노재현 당시 국방부 장관은 격려사에서 "북한 괴뢰가 저지른 만행과 끊임없는 공산화 흉계와 교활한 수법을 군은 물론 국민들에게 널리 보급하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보안사가 자랑했던 '쾌거'의 실체는 50년이 지나서야 조작으로 판명 났다. 주범으로 지목됐던 고 박기래씨와 고 진두현씨가 각각 2023년과 지난해 재심을 통해 무죄를 확정받은 데 이어 강씨 역시 지난달 19일 무죄 선고를 받았다.
재판부는 보안사가 불법 구금과 가혹 행위를 통해 위법 진술을 확보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당시에 수사·기소·판결을 한 경찰·검사·판사들은 어떤 책임을 지느냐"고 지적한 바 있다.
유족은 현재 강씨의 사회적·역사적 평가를 바로잡기 위한 방안을 고심 중이라며 그 첫 단추가 국방부 등 관련 기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라고 강조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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