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확보 수사관 인터뷰…尹측 지연전술 뚫고 그날 밤 진실 밝혀내
계엄문건 든 한덕수에 "보는 순간 소름"…영상 함구하며 진술모순 부각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기자 = "눈으로 영상을 보는 순간 소름이 돋았습니다."
경찰청 안보수사국 소속 A 수사관은 2024년 12월 3일 '계엄 국무회의' 전후 장면이 담긴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를 처음으로 확인하던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이 영상은 지난해 5월 경찰 특별수사단이 처음으로 확보했다. A 수사관은 CCTV 압수수색 영장 신청·집행 등을 담당한 핵심 실무자였다. 그와 만남은 지난달 30일 이뤄졌으나, 안보수사국 규정을 이유로 실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12·3 계엄의 밤' 전후 32시간 동안 대통령실에서 벌어진 일을 낱낱이 기록한 이 영상은 지난달 21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심에서 징역 23년의 중형을 선고받는 데 결정적 증거가 됐다.
비상계엄 선포를 만류하고, 계엄 선포문은 인지하지 못했다던 한 전 총리의 주장은 CCTV 영상을 통해 거짓으로 판단됐다. 비상계엄 수사도 새 국면에 들어섰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도 "국무회의 CCTV를 봤다면 한 총리 탄핵 심판에서 인용 의견을 냈을지 모른다"고 말할 정도였다.
진실을 향한 길은 험난했다. 실제 영상 확보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5개월. 첫 압수수색 영장은 2024년 12월 9일 발부됐지만,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과 대통령경호처의 강력한 저항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첫 압수수색 시도는 계엄 선포 8일 뒤인 12월 11일이었다. 12월에만 세 차례나 시도했지만 소용없었다. A 수사관은 "압수수색을 하려 하면 대통령실 비서관이 나와 '상부에 보고하겠다'고 한 뒤 나오지 않았다. 감감무소식인 패턴이 반복됐다"고 회상했다.
대통령실 CCTV의 자동 삭제 주기는 3개월. 시간이 갈수록 증거가 사라질 위기였다. 이때 A 수사관은 대통령실에 "증거 자료를 원본 그대로 보존하라"는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그는 이 공문 발송을 '결정적 순간'으로 꼽았다.
그는 "그때 공문이 아니었으면 영상이 다 지워졌을 수도 있다"며, 경호처 실무자들이 공문을 근거로 영상을 따로 백업해둔 덕분에 계엄 국무회의의 진실이 증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2025년 1월부터 4월까지 영장 신청과 검찰의 불청구가 반복됐다. 돌파구는 4월 9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혐의 피의자로 적시한 영장이 통과되며 열렸다. 강경파로 분류되던 김성훈 전 경호차장 등의 사퇴도 분위기를 바꿨다.
결국 5월 1일, 경찰은 마침내 CCTV 열람을 시작했다. A 수사관은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한 전 총리의 명백한 허위 진술이 특히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영상에는 한 전 총리가 당일 오후 9시 10분께 대통령 집무실에서 문건 2개를 들고나오는 모습이 찍혔다. 대접견실에서 이 문건을 다른 국무위원들과 돌려본 뒤 뒷주머니에 넣었으며, 계엄 선포 직전에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계엄과 관련한 어떠한 지시나 서류를 받은 적 없다는 기존 진술을 무너뜨리는 내용이었다.
한 전 총리 등을 직접 조사했던 그는 "CCTV 확보 전에도 국무회의 멤버들은 당시 상황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거나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해왔다"며 "심지어 우리가 CCTV를 확보한 후에도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일부러 조사하면서도 CCTV 영상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확보한 CCTV의 내용을 함구하며 진술이 모순되는 지점을 파고들었다.
공교롭게도 열람이 이뤄지던 5월 2일 한 전 총리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A 수사관은 '심리적 부담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부담이 되기는 했지만, 사실 제일 부담이 됐을 때는 CCTV가 없어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았을 때"라고 했다.
한 전 총리 1심 선고 결과의 '스포트라이트'를 특검이 받는 데 대한 아쉬움은 없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우리의 사명을 다했기 때문에 그걸로 만족한다"며 "CCTV를 확보하려고 엄청 노력하기는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수사 지휘부가 '우리가 책임을 지겠다'며 중심을 잡아줬고, 수사관들은 따라간 것"이라며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d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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