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수요 회복 지연·中 공세 속 고전…원가 상승 압박
상반기 스포츠이벤트에 '반짝' 수요…"하반기 다시 수요 약화"
(서울=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해 4분기 TV 사업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든 가운데 메모리·디스플레이 패널 가격 급등에 따른 수익성 압박이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밀라노 동계 올림픽, 북중미 월드컵 등 굵직한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예정돼 있지만 부품가 인상, 미국발 관세 등 대내외 불확실성 지속으로 수요 회복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A(가전)·VD(TV)사업부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4조8천억원, 영업손실은 6천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직전 분기(13조9천억원)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규모는 1천억원에서 5천억원가량 확대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2천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LG전자의 경우도 TV 등 디스플레이 기반 제품 사업을 맡고 있는 MS사업본부는 지난해 4분기 매출 5조4천301억원, 영업손실 2천615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한 해 누적으로는 7천509억원의 적자가 났다.
통상 4분기는 스포츠 이벤트와 블랙프라이데이 등으로 수요가 집중되는 성수기지만, 최근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와 물류비 상승, 미국발 관세 부담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하며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인력 구조 효율화 차원의 희망퇴직 비용 등 일회성 비용까지 더해졌다.
수요 회복 지연과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등으로 TV 사업의 구조적 어려움은 이미 장기화한 상태다. 여기에 부품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TV 업체들은 '삼중고'를 겪는 모습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패널, 전자부품·회로에 쓰이는 금속 가격이 동시에 오르며 TV 제조 원가 부담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영향으로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은 작년 대비 0.6% 감소한 1억9천481만대로 예상된다. 기존 전망치였던 0.3% 감소보다 하향 조정된 수치다.
트렌드포스는 "TV 제조 원가의 40∼50%를 차지하는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이 올해 1월부터 인상됐고, TV용 메모리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서버용 메모리 수요 증가로 공급이 빠듯해지면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속적인 가격 상승세를 보인다"고이유를 들었다.
특히 4K TV에 사용되는 4기가바이트(GB) DDR4 메모리 계약 가격은 1년 사이 4배 이상 급등했으며, 올해 1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60% 이상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트렌드포스는 전망했다.
TV 원가(BOM)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과거 2.5∼3% 수준에서 최근 6∼7%까지 빠르게 확대됐다.
이와 관련해 LG전자는 지난달 30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메모리의) 공급상 제약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공급선의 다변화, 부품 이원화, 주요 협력사와 업무협약(MOU) 체결 등을 통해 선행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정 수준의 원가 상승 부담은 불가피해 보이며, 메모리 비중 높은 제품군 중심으로 판가 인상 압력도 커지고 있다"며 "일부 판가 인상 포함해 추가적 원가절감, 스펙 최적화, 프리미엄 중심의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올해는 상반기에 대형 스포츠 이벤트들이 몰리면서 TV 업체들은 수요 회복도 기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같은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는 해에는 TV 교체 수요 등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상반기에는 미국 슈퍼볼, 세금 환급 시즌, 피파(FIFA) 월드컵, 설 연휴, 중국 618 쇼핑 페스티벌 등 대형 판촉 이벤트가 일정 부분 수요를 떠받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1분기 TV 출하량이 전년 대비 2% 증가한 4천651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메모리와 패널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하반기에 다시 한번 성수기 효과가 약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부품가 상승뿐 아니라 중국 업체들이 일본 기업들과 협력하며 중저가 시장은 물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등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트렌드포스는 전 세계 TV 시장 2∼3위권에 있는 중국 TCL과 일본 소니의 합작법인 설립 등의 영향으로 2027년에는 중국 TV 브랜드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출하량 기준)이 48.7%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포함한 한국 TV 브랜드의 점유율은 20.7%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TV 시장이 단순한 출하 경쟁을 넘어, 가격 인상 여부와 제품 믹스 조정 능력이 향후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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