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와 정부 연구 기관이 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기술 경쟁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단기 대응을 넘어 변이에 폭넓게 대응할 수 있는 mRNA 백신과 범용 백신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차기 팬데믹 대비’를 겨냥한 중장기 전략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GC녹십자는 코로나19 mRNA 백신 후보물질 ‘GC4006A’의 국내 임상 1상에서 첫 번째 피험자 투여를 완료했다고 31일 밝혔다. GC4006A는 GC녹십자가 자체 구축한 mRNA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한 후보물질로, 이번 임상에서는 19~64세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면역원성을 평가한다.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상 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으며, 비임상시험에서 기존 상용 백신과 유사한 수준의 항체 생성과 면역 반응을 확인한 바 있다. 임상 1상 결과를 토대로 올해 하반기 임상 2상 IND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는 GC녹십자가 mRNA 플랫폼을 활용해 추진하는 첫 백신 임상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국내 백신 기업 가운데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한발 더 나아가 코로나19 계열 바이러스를 폭넓게 예방할 수 있는 ‘범용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사베코바이러스(sarbecovirus) 계열을 표적으로 한 백신 후보물질 ‘GBP511’의 글로벌 임상 1·2상을 호주에서 개시했다고 전했다.
사베코바이러스는 현재 유행 중인 코로나19 변이뿐 아니라, 동물에서 유래해 향후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는 SARS 유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까지 포괄하는 상위 계열이다. 이번 임상은 18세 이상 성인 약 368명을 대상으로 진행, 1단계에서는 면역증강제 유무에 따른 용량별 시험을 통해 안전성·내약성·면역원성을 평가한다. 이후 최적 조건을 확정해 2단계에서 고령층을 포함한 추가 검증에 나선다.
GBP511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2022년 상용화에 성공한 국내 유일의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의 핵심 기술이 적용됐다. 글로벌 범용 코로나 백신 가운데 임상 단계에 진입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개발 속도와 기술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연구 기관도 코로나19 백신의 ‘설계 방식’ 자체를 바꾸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다양한 코로나19 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백신 항원 설계 전략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고려대 백신혁신센터와 공동 연구를 통해 여러 변이에서 공통으로 유지되는 유전자 서열을 분석, 항원 구조 자체를 더 안정적으로 설계했다. 이렇게 개발한 2가 mRNA 백신을 동물모델에 적용한 결과 다양한 코로나19 변이에 대해 중화항체와 T세포 면역 반응이 모두 증가, 최근 유행 변이에 대해서도 우수한 감염 억제 효과를 보였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변이가 발생할 때마다 백신 항원을 수정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AI를 활용해 항원 구조를 사전에 안정화함으로써 미래 변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해당 기술을 코로나19뿐 아니라 다양한 감염병에 적용할 수 있는 차세대 mRNA·단백질 백신 설계 기술로 확장할 전망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와 정부가 각기 다른 접근법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공통점은 ‘단기 유행 대응’을 넘어 ‘다음 팬데믹 대비’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점이다. 변이 대응 mRNA 백신, 범용 코로나 백신, AI 기반 항원 설계 전략이 맞물리면서 한국의 감염병 대응 역량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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