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쉽게 사 마시는 생수병은 다 마신 뒤 물을 다시 채워 쓰거나, 차 안에 두고 며칠씩 방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별생각 없이 반복되는 이런 습관이 세균 증식과 화학 물질 용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수병 바닥에 적힌 작은 숫자 하나가 안전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일상에서 소비되는 생수병 대부분은 PET,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재질이다. 가볍고 투명해 휴대가 편리하지만, 기본 전제는 일회용이다. 재사용하거나 보관 환경이 나빠질 경우 세균과 유해 물질 문제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입 대고 한 모금, 하루 지나면 세균 4만 배
생수병을 개봉하는 순간부터 세균 유입은 시작된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진행한 실험에 따르면, 개봉 직후 생수의 세균 수는 1mL당 1CFU 수준이었다. 하지만 입을 대고 한 번 마시는 순간 900CFU까지 급증했다. 이 상태로 실온에 하루만 두면 4만CFU 이상으로 늘어났다.
먹는 물 수질 기준은 100CFU/mL이다. 하루 만에 기준치의 400배를 넘긴 셈이다. 입안에 남아 있던 침과 음식물 찌꺼기가 병 안으로 들어가면서 세균의 먹이가 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PET 재질은 사용 과정에서 미세한 흠집이 생기기 쉽다. 이 틈 사이로 세균막이 형성되면 일반적인 물 세척만으로 제거하기 어렵다. 어린이나 노약자가 이런 생수를 마실 경우 배탈이나 설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바닥 숫자 1·2·4·5는 비교적 안전, 3·6·7은 주의
생수병이나 플라스틱 용기 바닥을 보면 삼각형 안에 숫자가 적혀 있다. 재질을 구분하는 코드다. 이 숫자만 확인해도 어느 정도 위험도를 가늠할 수 있다.
1번(PET)은 생수병에 가장 많이 쓰인다. 기본적으로는 안전하지만, 반복 사용 시 프탈레이트 등 유해 물질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반드시 한 번 사용 후 버리는 것이 원칙이다.
2번(HDPE)과 5번(PP)은 내열성이 강하고 화학 물질 용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다회용 물통이나 밀폐 용기에 주로 쓰인다.
반면 3번(PVC), 6번(PS), 7번(PC)은 가급적 피하는 편이 낫다. 3번은 내분비계 교란 물질과 연관된 재질로 알려져 있다. 6번은 고온에서 스티렌이 나올 수 있다. 7번 중 PC 재질은 비스페놀A 용출 위험이 있다.
실제로 7번 PC 재질 용기에 뜨거운 물을 담았을 때, 실온 대비 BPA 용출 속도가 55배 빨라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숫자 하나가 안전성과 직결되는 이유다.
차 안 방치는 최악, 고온·직사광선 모두 피해야
보관 환경도 중요하다. PET 생수병은 고온에 특히 약하다. 식약처 조사 결과, 25℃에서는 안티몬 용출량이 거의 없었지만 60℃ 환경에서는 최대 20배까지 증가했다.
여름철 차량 내부 온도는 50~60℃까지 쉽게 올라간다. 차 안에 둔 생수병은 겉보기와 달리 이미 안전선을 넘었을 가능성이 크다. 산성 음료를 페트병에 담아 고온에 두면 프탈레이트 용출량이 유리병보다 최대 20배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개봉한 생수는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한 곳에 두는 것이 기본이다. 냉장 보관을 하더라도 3~5일 이내에 마시는 것이 안전하다. 재사용보다는 아깝더라도 분리배출이 낫다.
안전한 생수 음용을 위한 체크 포인트
구매할 때는 병 바닥 재질 번호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3·6·7번은 가급적 피하는 편이 낫다. 마실 때는 병에 직접 입을 대기보다 컵에 따라 마시는 것이 세균 유입을 줄이는 방법이다.
보관은 24℃ 이하의 서늘한 장소나 냉장 보관이 기본이다. 차 안이나 창가에 두는 습관은 피하는 것이 좋다. 1번 PET 생수병은 한 번 사용 후 분리배출이 원칙이다. 장기적으로는 스테인리스 텀블러나 유리 용기를 사용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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