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츠 측 "사실무근" 부인…일론 머스크·하워드 러트닉과 연락 내용도 포함
'멜라니아'라는 인물이 엡스타인 공범 맥스웰에 보낸 이메일도 공개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김용래 기자 =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혼외 관계를 통해 성병에 걸린 뒤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주장을 담은 이메일이 공개됐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가 이날 추가로 공개한 300만 페이지 분량의 엡스타인 문건에는 게이츠를 비롯한 정·재계 유명 인사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엡스타인이 자신에게 보낸 것으로 보이는 한 이메일에는 게이츠가 러시아 여성들과의 관계 이후 성병에 걸린 뒤 당시 배우자였던 멀린다에게 이 사실을 숨기려고 했다는 미확인 내용이 담겼다.
게이츠가 엡스타인에게 항생제를 구해달라고 요청했고, 성병 증상을 엡스타인에게 설명한 뒤 이메일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게이츠의 대변인은 "터무니없고, 완전히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그는 "문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엡스타인이 게이츠와의 관계가 끝난 데 대해 좌절했고, 게이츠를 함정에 빠뜨리고 명예를 훼손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게이츠는 언론 인터뷰에서 엡스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 자선사업 문제로 여러 차례 만났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를 믿은 것은 커다란 실수"라고 말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엡스타인은 수십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된 직후인 2019년 뉴욕의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 앤드루 전 왕자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유명인들도 엡스타인과 개인 항공기로 여행을 가는 등 친분을 쌓은 사실이 확인돼 파장을 일으켰다.
앞서 연방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공개한 사진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이 함께 찍은 사진도 포함됐지만, 법무부가 공개한 문건에선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사실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다만 이날 공개된 문건에서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엡스타인의 이메일 교환 사실이 확인됐다.
러트닉 장관은 2012년 12월 말 카리브해에 위치한 엡스타인의 개인 소유 섬에 방문해 점심을 함께 할 수 있는지를 문의했다.
이후 러트닉 장관은 "만나서 반가웠다"는 엡스타인의 메시지를 전달받았다.
이는 2005년 이후 엡스타인과의 교류를 끊었다는 러트닉 장관의 기존 해명과는 상반되는 내용이다.
러트닉 장관은 이날 뉴욕타임스(NYT)와의 통화에서 "엡스타인과 함께 보낸 시간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엡스타인의 이메일 교환 사실도 확인됐다.
머스크는 2012년과 2013년 엡스타인의 "가장 흥겨운 파티는 어느 날에 하나"라며 개인 섬에 방문하고 싶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엡스타인이 당시 머스크의 배우자 탈룰라 라일리를 언급하면서 "내 섬의 남녀 비율이 탈룰라를 불편하게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자, 머스크는 "탈룰라에게 비율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머스크는 이후 '사정상 섬에 방문하지 못할 것 같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
앞서 머스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엡스타인을 '소름이 끼치는 인물'이라고 표현하면서 "여러 차례 섬으로 초청했지만 거절했다"고 말했다.
앤드루 전 영국 왕자와 엡스타인의 가까웠던 관계를 보여주는 자료도 이번에 추가로 공개됐다.
NYT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2010년 앤드루 왕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함께 저녁을 즐기기 좋을 것 같은 친구가 한 명 있다"면서, 이 인물이 '이리나'라는 이름의 26세 러시아 여성으로 똑똑하고 아름다우며 신뢰할 만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앤드루 전 왕자는 답장에서 그 여성을 만나면 "기쁘겠다"면서 "그녀에게 나에 대해 무엇을 말했나. 내 이메일 주소도 그녀에게 전달했나"라며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명했다.
앤드루 전 왕자는 또 2011년 엡스타인이 자신에 관한 은밀한 얘기들을 언론에 제보한 것으로 의심되는 직원을 해고하려고 하자 그에게 자신이 합의금 지급을 중재하겠다고 제안하는 등 도움을 주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이 엡스타인이 소유한 섬을 방문하는 등 두 사람의 친분 관계를 드러내는 내용도 추가 공개 자료에 포함됐다.
엡스타인을 고발한 이들 중 한 명인 새러 랜섬은 2024년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엡스타인 소유의 섬에서 브린과 그의 당시 약혼자였던 앤 워치츠키를 만났다고 주장했다.
이는 엡스타인의 성범죄 피해 여성의 한 진술과도 들어맞는다. NYT에 따르면 이 익명의 여성은 2006년부터 여러 차례 엡스타인의 개인 소유 섬인 리틀 세인트 제임스섬을 강제로 방문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거기서 여권을 빼앗긴 뒤 엡스타인과 다른 이들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으며, 2007년 1월 1일 브린과 워치츠키가 섬에 왔을 때 두 사람을 모두 만난 적도 있다고 진술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로 추정할 수 있는 인물이 길레인 맥스웰에게 보낸 이메일도 이번에 공개됐다.
2002년에 10월 작성된 이 메일에서 '멜라니아'라는 이름의 발신자는 뉴욕매거진에 실린 엡스타인에 관한 기사를 잘 봤다면서 "사진 속 당신 모습이 정말 좋아 보인다"고 썼다.
당시 뉴욕매거진은 '제프리 엡스타인: 미스터리한 국제 금융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고, 전용기 앞에 서 있는 엡스타인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배우 케빈 스페이시와 크리스 터커가 함께 등장한 전면 컬러 일러스트를 실었다.
'멜라니아'라는 이름의 이메일 작성자는 "당신이 전 세계를 오가며 아주 바쁘게 다닌다는 걸 알고 있다. 팜비치는 어땠나. 어서 가고 싶다. 뉴욕에 돌아오면 전화를 달라"고 적었다.
NYT는 그러나 이 이메일의 작성자가 훗날 영부인이 되는 인물, 즉 멜라니아 트럼프였는지는 분명치 않다면서, 멜라니아 여사 측에 입장을 물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koman@yna.co.kr
yonglae@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