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사업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가지급금'이라는 단어와 마주하게 된다. 유명 연예인의 가지급금으로 인한 횡령 사건 기사를 접하면서 막연한 두려움과 '좋지 않다'는 인식이 쌓여가기도 한다.
하지만 왜 문제가 되는지, 방치하면 어디까지 위험해지는지 정확히 이해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한마디로 가지급금은 단순한 회계 계정이 아니라, 법인과 대표자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대표적인 리스크 신호다.
◇ 가지급금이란?
가지급금이란 법인 자금이 명확한 증빙이나 절차 없이 외부로 유출된 금액을 의미한다. 대표자나 임원이 개인적인 용도로 법인 돈을 사용했지만, 급여·상여·배당 등 정상적인 처리 없이 인출된 경우 회계상 가지급금으로 남는다.
많은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어차피 내가 만든 회사고, 내가 모든 지분을 가진 법인인데 잠깐 쓰는 게 뭐가 문제인가?"
하지만 법인은 대표를 맡은 개인과 별개의 독립된 인격체, 즉 '법인격'을 가진 존재다. 이 법인격이 인정되기 때문에 대표자는 법인의 채무로부터 개인 자산을 보호받는다. 바로 이 보호의 전제가, 법인 자금과 대표 개인 자금의 철저한 구분이다.
아무리 대표자라고 해도 정해진 절차 없이 법인 자금을 인출하면 세법상 '개인에 대한 자금 대여'로 간주된다. 즉, 법인의 돈을 적법한 절차 없이 빌려 간 것으로 보아, 법인과 대표자의 경계가 흐려졌다고 판단한다.
◇ 세무·형사상 불이익
이렇듯 가지급금은 단순한 임시 계정이 아니다. 가지급금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세무상 불이익이 따라온다. 세법은 가지급금을 대표자에 대한 대여금으로 보므로 법인에 인정이자를 발생시키고 이를 이자수익으로 과세한다.
실제로 이자를 받지 않았어도 세금이 발생하며, 1년 이내에 이자를 정산하지 않으면 해당 금액만큼 대표자가 이득을 취한 것으로 간주해 상여 처분되며, 소득세와 4대 보험료 부담까지 이어질 수 있다.
또 대출을 받아 운영하는 법인의 경우, 대출자금이 가지급금으로 흘러갔다면 해당 대출이자에 대해 업무 무관 이자로 보아 손금이 부인된다. 나아가 이는 법인세 부담 증가로 직결된다.
더 큰 문제는 가지급금이 장기간 누적됐을 때다. 대표자 퇴직, 지분 정리, 법인 청산 등 특수관계가 종료되는 시점까지 원금이 정리되지 않으면 가지급금 전액이 한 번에 상여 처분돼 막대한 소득세가 부과될 수 있다.
최근 보도된 일부 연예인이나 기업 대표의 횡령 사건 역시 출발점은 법인 자금의 개인적 사용이었다. 즉, 가지급금은 세무 문제를 넘어 형사 리스크로 확장될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 관리와 해결 방안
가장 좋은 해결책은 처음부터 가지급금을 만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대표자가 법인 자금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면 급여·상여·배당 등 합법적인 통로를 만들어두는 게 기본이다.
하지만 만약 법인 운영 과정에서 부득이한 사유로 이미 가지급금이 쌓였다면 이를 단순히 갚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대표자의 급여·상여를 활용해 비용으로 정리하는 방법, 배당을 통해 잉여금을 조정하는 방법, 퇴직금이나 법인 자산을 활용해 상계하는 방법 등 다양한 전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주식 소각이나 무형자산 양수도처럼 법인 자산 구조를 함께 정리하는 방식도 활용된다. 다만, 이 경우는 정관 규정, 절차 준수, 세법 개정 사항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가지급금 규모가 더 커지거나 새로운 세무 리스크를 만드는 등 상황이 악화할 수 있으니 전문가와 상의하는 게 좋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지급금은 '나중에 정리하면 되는 항목'이 아니다. 방치할수록 인정이자와 세금, 법적 리스크가 눈덩이처럼 커진다. 따라서 법인을 운영하는 대표라면 가지급금을 회계 문제가 아닌 대표자 개인의 리스크 관리 항목으로 인식해야 한다.
류아라 세무법인 엑스퍼트 안양지점 대표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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