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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호 세무법인리치 대표세무사]얼마 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경기도에서 과수원을 일궈온 지인이었다. “내 땅이 반도체 국가산단에 들어간다네.”
뉴스로만 듣던 공익수용이 남의 일이 아니게 된 순간이다. 보상금 규모는 컸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그는 양도소득세만 6억원이 넘는다고 하소연했다.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땅을 나라에 넘기는데, 세금 폭탄까지 맞아야 한다니 억울할만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지인은 최종적으로 세금을 약 2억원 수준으로 낮췄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땅 언제 샀느냐 따라 세금 달라져
먼저 따져본 것은 “언제 취득한 땅이냐”였다. 공익수용이라고 해도 모든 토지가 자동으로 세제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기준은 명확하다. 사업인정고시일을 기준으로 소급해 2년 이전에 취득한 토지인지 여부다. 이 지인의 과수원은 2010년대 초반에 취득한 땅이었다. 사업인정고시 시점과 비교하면 요건을 충분히 충족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공익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대상이 됐다.
과수원 부지중 일부는 상속받은 땅이라는 점도 중요한 절세 포인트다. 지인은 “상속받은 지 얼마 안 됐는데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세법은 상속인의 취득 시점을 보지 않는다. 부모가 해당 토지를 처음 취득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사망 시점이 사업인정고시일과 가깝더라도, 부모가 오래전 취득한 토지라면 감면 적용이 가능하다.
감면율은 보상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보상금을 전액 현금으로 받을 경우 적용되는 감면율은 15%에 그친다. 반면 일정 기간 보유해야 하는 특약채권을 선택하면 감면율은 크게 올라간다. 특히 5년 만기 특약채권의 경우 양도소득세의 45%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 8년 이상 직접 농사지었다면…농지자경 감면
지인의 경우 토지 성격이 ‘농지’라는 점도 세금 계산에 중요인 변수였다. 공익수용 감면과는 별도로, 농지를 직접 경작해 온 경우에는 이른바 ‘자경농민’에 대한 추가적인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핵심은 자경 기간이다. 8년 이상 직접 농사를 지었다면 농지자경감면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요건은 단순하지 않다. 주소지가 농지와 일정헌 거리 이내에 있어야 하고, 농업 외 소득이 과도하게 많아도 안 된다. 실제 현장에서는 ‘농사는 지었는데 요건이 안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지인은 다행히 과수원이 있는 지역 인근에 거주하며 장기간 직접 경작해 왔다. 특히 상속받은 농지 일부에 대해서는 부모가 경작했던 기간까지 합산할 수 있었다. 상속인이 상속받은 농지를 1년 이상 계속 경작하면, 피상속인의 경작 기간을 그대로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다만 농지자경 감면이 무한정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 지인이 특히 신경 써야 했던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었다. 자경 감면에는 한도가 있다. 다른 감면 규정을 모두 포함해 1과세기간 동안 최대 1억원, 5과세기간을 합쳐 최대 2억원까지만 감면이 가능하다. 과거에 이미 다른 토지 양도 등으로 감면 혜택을 받은 이력이 있다면, 그 금액만큼 새로 적용되는 감면 한도는 줄어든다.
여기서 말하는 ‘1과세기간’이란 개인 기준으로 1년을 의미한다. 자경 감면은 한 해에 최대 1억원, 최근 5년을 합쳐 최대 2억원까지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자경 요건을 충족한다고 해서 무작정 감면을 적용하기보다, 과거 감면 내역부터 점검해야 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 한도를 간과했다가 사후 추징을 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농사는 지었는데 8년 안된다?…농지대토로 경작 지속
자경 기간이 8년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도 방법은 있다. 4~7년 정도 경작했다면 ‘농지대토’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기존 농지를 양도하고 일정 기간 내 다른 농지를 취득해 다시 경작하면, 종전 농지와 신규 농지의 경작 기간을 합산해 감면 요건을 맞출 수 있다.
실제로 공익수용으로 어쩔 수 없이 농지를 넘기는 경우라면, 신규 농지 취득 기한이 다소 완화되는 점도 활용할 수 있다.
보상 시점을 나눠 받는 전략도 빼놓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보상금이 산정되면 한 번에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이의신청 절차가 마련돼 있다. 여러 필지를 한꺼번에 보상받으면 양도소득세 계산 시 높은 누진세율이 적용되기 쉽다.
반면 일부 필지는 먼저 보상받고, 나머지는 이의신청을 통해 해를 달리해 보상받으면 세율을 분산시킬 수 있다. 이 방법만으로도 세 부담을 10~15%가량 줄일 수 있다.
마지막 선택지는 ‘대토보상’이다. 현금이나 채권 대신, 공익사업 시행으로 새로 조성된 토지로 보상받는 방식이다. 이 역시 아무나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 요건은 같다. 사업인정고시일을 기준으로 소급해 2년 이전에 취득한 토지여야 한다.
대토보상을 선택하면 두 가지 세제 혜택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하나는 양도소득세의 40%를 즉시 감면받는 것이다. 보상 시점에 세금을 줄이고 싶은 경우에 적합하다. 다른 하나는 양도소득세를 아예 나중으로 미루는 ‘과세이연’ 방식이다. 대토로 받은 토지를 훗날 다시 양도할 때까지 세금을 내지 않는다.
여기서 한 가지를 더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수용 대상 자산 가운데 ‘손해 본 자산’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다. 세법상 양도차익이 발생한 재산과 양도차손이 발생한 재산은 원칙적으로 통산해 계산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택과 부수토지가 함께 수용되는 경우다. 토지는 대부분 큰 양도차익이 발생해 세금 부담을 키운다. 반면 주택 건물은 사정이 다르다. 실제 신축에 들인 비용보다 보상가액이 낮게 책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겉으로 보면 손해지만, 세금 계산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럴 때 건물과 부수토지를 일괄 양도하면, 토지에서 발생한 양도차익과 건물에서 발생한 양도차손을 함께 계산할 수 있다. 차익과 차손이 서로 상계되면서 과세표준이 줄어드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다.
공익수용에서 중요한 것은 정답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선택지를 알고 비교하는 것이다. 보상금 수령을 현금으로 하느냐 채권으로 하느냐를 시작으로 농지 감면, 보상 시점 조정, 그리고 대토보상까지. 같은 땅이라도 어떤 길을 택하느냐에 따라 내야할 세금은 완전히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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