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의장 후보. / 'CNBC Television' 유튜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각) 차기 연방준비제도 의장 후보로 지명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는 쿠팡의 모회사 쿠팡Inc의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김범석 쿠팡Inc 의장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인물이다. 월가 출신으로 35세에 역대 최연소 연준 이사에 올랐고,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벤 버냉키 의장의 핵심 참모로 활약한 워시 전 이사는 쿠팡 뉴욕증시 상장의 '1등 공신'으로도 평가받는다.
워시 전 이사는 2019년 10월 쿠팡 대표였던 김범석 현 의장에게 영입돼 현재까지 쿠팡 이사회 멤버로 활동해왔다. 당시 김 의장은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을 앞두고 거시경제적 통찰력을 얻기 위해 워시 전 이사를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시 전 이사는 합류 당시 "쿠팡은 혁신의 최전방에 서 있는 기업"이라며 "쿠팡의 성장은 놀랍고, 쿠팡의 고객경험은 독보적이다. 이런 회사의 이사회 멤버로 참여할 수 있어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범석 의장의 비전을 실현하는 과정을 돕고 싶다고 했다.
워시 전 이사는 쿠팡Inc 이사회에서 지배구조위원회 위원장과 보상위원회 위원을 맡으며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과 워시 전 이사는 하버드대 동문 인연으로도 연결돼 있다. 김 의장은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중퇴했으며, 워시 전 이사는 하버드 로스쿨 법학박사 출신이다. 김 의장은 쿠팡 뉴욕 증시 상장을 앞두고 거시경제적 통찰력을 얻기 위해 그를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쿠팡이 2021년 뉴욕 증시에 상장한 후 3년 연속 세계 미디어·IT 업계 거물들이 모이는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2023년 7월 열린 행사에도 김 의장은 워시 전 이사와 함께 참석했다. 당시 김 의장이 워시 전 이사와 월가의 전설적인 헤지펀드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워시 전 이사는 쿠팡 이사직 수행 보상으로 상당 규모의 쿠팡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 공시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6월 기준 쿠팡 주식 47만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현재 약 947만 달러, 한화로 약 137억원 규모다. 다만 연준 규정상 연준 이사나 의장은 개별 기업 주식을 보유할 수 없기에 임명 전 보유 주식들을 처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시 전 이사는 의장직에 오르기 전 쿠팡을 비롯한 민간기업 이사직에서 사임할 전망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은 세계 금융 경제의 주춧돌이다. 가장 중요한 역할은 통화 정책 수립, 미국 달러 지폐의 발행이다. 연준 의장은 시중에 돈이 얼마나 돌아다니게 할지 결정하는 연준을 이끄는 최고 책임자다. 금리를 올리거나 내려 경제의 속도를 조절한다. 금리를 올리면 돈을 빌리기 어려워져 경기가 식고, 금리를 내리면 돈을 빌리기 쉬워져 경기가 살아난다. 미국이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만큼 연준 의장의 결정은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세계 경제대통령',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선출직 공직자'로 불리는 이유다. 임기는 4년. 상원 인준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케빈 워시를 연준 의장으로 지명하게 돼 기쁘다"며 "그가 위대한 연준 의장 중 한 명, 아마 최고의 연준 의장이 될 것으로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1970년 뉴욕에서 태어난 워시 전 이사는 유대계 가정에서 자라 스탠퍼드대에서 공공정책을 전공한 뒤 하버드 로스쿨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입사해 인수합병 부서에서 7년간 근무했다. 2002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수석보좌관으로 활동했으며, 2006년 35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연준 이사에 올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워시 전 이사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핵심 참모로 활동하며 위기 대응 실무를 담당했다. 월가 인맥을 활용해 부실 금융기관 매각을 중재하며 연준과 금융권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11년 연준이 두 번째 대규모 양적완화에 나서자 이에 반대하며 임기 7년을 남기고 돌연 사임했다. 연준을 떠난 뒤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활동하며 연준의 대차대조표 확대가 자산 가격 과열과 도덕적 해이를 키웠다는 비판을 이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기 행정부 당시 연준 의장 후보로 워시 전 이사를 고려했으나 제롬 파월 현 의장을 선택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 결정을 후회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2020년에는 워시 전 이사를 향해 "내가 당신을 택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시 전 이사는 연준 내부와 월가에서 매파 성향 인사로 분류돼왔으나, 최근에는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입장을 같이해왔다.
워시 전 이사는 글로벌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의 상속자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60년 지기인 로널드 로더의 사위이기도 하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그린란드 매입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 로더의 조언이 있었다고 밝혔다.
워시 전 이사는 연방 상원의 인준 표결을 통과해야 취임할 수 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오는 5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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