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딱지 떼니 떳떳해요” 민간동물보호소 고군분투기[댕냥구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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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딱지 떼니 떳떳해요” 민간동물보호소 고군분투기[댕냥구조대]

이데일리 2026-01-31 09:10: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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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한겨울 한파엔 아이들이 동상이라도 걸릴까 노심초사하고, 여름이면 찜통더위에 헉헉거리는 모습을 지켜만 봐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무서운 건 ‘불법 시설’이라는 꼬리표였죠. 민원 한 번이면 보금자리가 날아갈까 늘 가슴 졸였는데, 이제 떳떳하게 ‘신고된 보호소’라고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인천 남동구 민간동물보호소 ‘산수의 천사들’ 운영자)

사단법인 동물보호연대가 동물자유연대 풀뿌리 단체 지원사업을 통해 보호소 환경을 개선한 모습(사진=동물자유연대)


관할 지자체인 인천 남동구에는 자체 운영 유기동물보호소가 없다. 이로 인해 지역 내에서 발생하는 유기동물 상당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민간동물보호소가 떠안아 왔다.

그러나 이들 보호소는 공적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각종 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불법 시설’로 분류돼 왔다.

실제로 ‘산수의 천사들’ 역시 한 차례 민원과 행정 조치로 기존 터전에서 쫓겨난 경험이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동물을 보호하려는 시민들의 노력은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지만, 까다로운 법적 기준 앞에서 제도권 밖을 맴도는 보호소는 여전히 적지 않다.

‘산수의 천사들’은 동물자유연대가 추진한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 편입 지원사업’을 통해 가까스로 제도권 진입에 성공한 사례다.

정부도, 지자체도 나서지 못한 동물보호 현장에 시민단체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불법’의 굴레를 벗겨 제도권으로 이끈 이 작은 변화는, 동시에 아직 해결되지 않은 구조적 한계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 흙먼지 날리던 보호소, ‘합법적 안식처’로

동물자유연대는 최근 풀뿌리 단체 지원사업을 통해 지역 동물보호단체들의 보호소 환경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단순히 사료를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정부가 요구하는 까다로운 ‘동물보호시설 신고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시설 인프라를 뜯어고치는 것이 핵심이다.

성과는 가시적이다. 2024년 천안의 ‘동물보호연대’에 이어 올해는 인천 ‘산수의 천사들’이 지원을 받아 관할 지자체에 동물보호시설 신고를 마쳤다. 2026년에는 제주 ‘한림쉼터’가 그 뒤를 이었다.

지원 내용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이다. △방음·악취 방지 시설 △냉난방기 설치 △폐쇄회로(CC)TV 및 펜스 교체 등 동물의 복지와 직결되면서 동시에 신고제 요건을 충족하는 설비들이다.

김데니 소장은 “동물자유연대의 사업으로 예전엔 바닥이 흙이라 먼지가 날리고 사료에 흙이 섞이기 일쑤였는데, 바닥 평판 공사 덕분에 위생적인 환경이 됐다”며 “특히 1급 발암물질인 석면 지붕을 걷어내고 냉난방 시설을 갖추면서 동물들이 쾌적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악성 민원에 시달릴 때마다 발목을 잡았던 불법 요소를 완전히 제거함으로써,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졌다는 점이 가장 큰 수확이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조금 더 먼저 동물보호소를 만든 과정을 거쳐 본 사람으로서, 민간에서 고군분투 하며 동물보호소를 운영하는 노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현장에서 헌신해주시는 분들을 존경하는 마음에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사단법인 제제프렌즈가 동물자유연대 풀뿌리 단체 지원사업을 통해 보호소 환경을 개선한 모습(사진=동물자유연대)


◇ 민간은 ‘해법’ 찾는데… 지자체는 여전히 ‘규제’만 들이대

문제는 이러한 성공 사례가 전체 민간동물보호소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민간 단체(NGO)가 십시일반 모금해 억 단위의 공사비를 지원하며 ‘합법화’의 길을 열어주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엔 역부족이다.

현재 전국 140여 개 민간동물보호소 중 102곳 이상이 여전히 불법 부지나 건축물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

민간보호소들을 옥죄는 가장 큰 족쇄는 ‘입지 규제’다.

많은 보호소가 임대료가 저렴하고 민원이 적은 농지나 외곽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엔 농지 내 축사 허가를 받아 운영이 가능했지만, ‘개 식용 종식법’ 제정으로 개가 가축에서 제외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하루아침에 농지법 위반 시설로 전락해 ‘원상복구 명령’을 받게 된 것이다.

정부 기준대로라면 보호소는 주거지와 인접한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비싼 임대료와 주민들의 ‘님비(NIMBY·기피시설 반대)’ 현상을 고려하면, 이는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에 가깝다.

동물권 관계자들은 “정부는 동물보호법을 통해 신고제를 의무화했지만, 정작 국토교통부(건축법), 농림축산식품부(농지법), 환경부 등 관계 부처 간의 칸막이에 막혀 보호소들이 갈 곳을 잃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해야 할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민간 단체가 후원금으로 대신 떠받치고 있는 형국이다.

1월 28일 동물자유연대 건물에서 열린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 편입 지원사업 성과공유회에서 조희경 대표(가운데)와 민간동물보호시설 관계자, 그리고 활동가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동물자유연대)


◇ “법을 위한 법 아닌, 생명을 위한 행정 필요”

동물자유연대의 이번 지원 사업은 민간동물보호소가 적절한 지원만 있다면 충분히 제도권 안으로 들어와 투명하고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동시에, 민간의 힘만으로는 전국의 모든 보호소를 구제할 수 없다는 한계 또한 명확히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제 정부가 응답해야 할 차례라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법이라서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되풀이하는 것을 넘어, 기존 보호소들이 양성화될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두거나, 지자체 유휴 부지를 제공하는 등 부처 간 협업을 통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민간보호소 신고제 지원은 지역 단체의 부담을 줄이고 위기 동물의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풀뿌리 사업”이라며 “이번 성과가 마중물이 되어 정부 차원에서도 현실에 맞는 법적·행정적 지원이 뒤따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외면한 사이, 오늘도 수많은 유기동물과 활동가들은 ‘철거 명령’과 ‘지원 호소’ 사이의 위태로운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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