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세라 기자】 최근 정부에서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로 지정했던 ‘문화의 날’을 매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문화가 있는 날이 일주일의 일상으로 자리 잡는다면 우리의 삶은 한층 더 풍요로워질 것 같은데요. 바쁜 일상 속에서도 부담 없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는 사실이 더욱 반갑게 다가옵니다.
이번 주도 어김없이 ‘무엇을 볼까’, ‘어디를 갈까’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 엄선한 문화예술을 선보여드립니다.
영화 대디오
낯선 이에게 털어놓을 수 있던 진심
대중교통을 타게 되면 의도치 않게 주변 사람들의 대화를 엿듣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임에도 우연히 귀에 들어온 타인의 대화가 때로는 뜻밖의 위로로 다가오기도 하는데요. 영화 <대디오> 는 낯선 이와의 우연한 교감이 주는 묵직한 위로를 그려낸 작품입니다. 대디오>
영화는 공항에서 한 택시에 올라탄 여성과 노련한 택시 기사가 목적지로 향하며 나누는 하룻밤의 대화를 담고 있습니다. 밤의 공기를 가르며 달리는 택시라는 공간 안에서 나눈 두 사람의 이야기는 가벼운 농담으로 시작해 사랑과 상실, 관계의 상처와 인간 본성 같은 내밀한 영역으로 서서히 확장되는데요. 낯선 타인이기에 가능한 이 솔직한 고백들은 극이 진행될수록 팽팽한 긴장감과 뜻밖의 해방감을 동시에 자아냅니다. 가까운 이들에게조차 차마 꺼내지 못했던 마음속 깊은 진실을 낯선 이에게 털어놓게 되는 이 기묘한 여정은 관객으로 하여금 마치 옆자리에서 그들의 대화를 숨죽여 듣고 있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영화 <대디오> 는 <50가지 그림자> 시리즈로 잘 알려진 다코타 존슨과 영화 <아이 엠 셈> , <밀크> 등 매 작품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숀 펜의 연기 티키타카가 돋보이는 작품인데요. 화려한 액션이나 배경 전환 없이 오직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 영화를 이끌어감에도 관객의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하게 합니다. 밀크> 아이> 대디오>
낯선 타인의 언어를 통해 나를 마주하게 만드는 영화 <대디오> 는 현재 전국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대디오>
전시 우리가 지워지는 계절에
黑과 白을 통해 얻는 위로
요즘만큼 한국의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는 때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K-컬처가 유행을 넘어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으며 자연스럽게 우리 고유의 미학을 담은 ‘한국화’에도 관심이 번지고 있는데요. 이 흐름 속에서 나라는 존재가 없다는 ‘무아(無我)’라는 불교 용어를 활용해 화려함 대신 검은색과 흰색만으로 마음의 심연을 그려내는 무나씨(Moonassi) 작가의 개인전이 관객을 만납니다.
전시 <우리가 지워지는 계절에> 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변화하는 ‘나’의 존재와 그 내면의 감정을 주제로 합니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화의 전통적 매체인 한지와 먹을 활용했다는 것인데요. 전통 필묵이 지닌 정적인 에너지와 여백의 미를 활용하면서도 현대적이고 철학적인 사유 또한 놓치지 않았습니다. 특히 작가는 마음을 ‘수면(水面)’에 비유하며, 타인이라는 존재와 마주할 때 일어나는 미세한 감정의 떨림을 물결과 파문의 이미지로 시각화합니다. 성별과 나이, 표정이 지워진 인물들은 관객이 선입견 없이 그들의 몸짓 속에 숨겨진 내밀한 서사에만 집중하게 만들죠. 흑과 백의 대비가 주는 고요함 속에서 그림과 마주하는 순간에 관객은 일렁이는 감정들을 차분히 마주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관계의 불안을 지나 고립과 사유의 시간을 선물할 전시 <우리가 지워지는 계절에> 는 2월 13일까지 서울 강서구 스페이스K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공연 긴긴밤
긴긴밤과 같은 인생을 지나는 모두에게
코로나 시기, 물리적 단절을 경험한 우리 사회에는 사람의 성격을 16가지로 나누는 MBTI가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서로의 유형을 묻고 답하며 나와 잘 맞는 이들을 분류하고, 때로는 특정 유형에 대한 편견을 갖기도 했죠. 이는 어쩌면 나를 닮은, 내가 이해하기 쉬운 이들과만 연결되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외로운 방어 기제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위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오기도 하는데요. 닮은 점 하나 없는 존재가 묵직한 위로와 감동을 전하는 공연이 있습니다.
공연 <긴긴밤> 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어린이 문학이지만 결코 가벼운 내용은 아닌데요. 이번 공연 역시 원작이 가진 서정적이고 묵직한 매력을 무대 위에 그대로 구현해 관객들을 만납니다. 긴긴밤>
<긴긴밤> 은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흰바위코뿔소 ‘노든’과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이름 없는 ‘어린 펭귄’의 특별한 여정을 그립니다. 모든 것을 잃고 지친 노든이 아기 펭귄이 ‘펭귄답게’ 살 수 있도록 함께 바다를 찾아 떠나는 과정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동물이지만 결국 우리 인생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데요. 생김새도, 종도, 살아온 궤적도 전혀 다른 두 존재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긴긴밤’을 견뎌내는 모습을 보며 ‘연대의 힘’을 느끼게 되죠. 긴긴밤>
외로운 삶에서 서로의 기적이 된 이들의 동행을 그려낸 공연 <긴긴밤> 은 오는 3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링크아트센터드림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긴긴밤>
주말을 지나서야 한동안 몸을 움츠러들게 했던 한파가 사그라진다고 합니다. 다가올 한 주는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기를 기대하며 다음 주에도 색다른 문화예술을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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