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금융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주총은 단순한 경영 성과 승인 자리를 넘어,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권 강화, 보수 체계 개편 등 금융사의 중장기 방향성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히 사외이사·독립이사 선임을 둘러싼 논의와 행동주의 주주 및 기관투자자의 영향력 확대, 상법·금융 규제 변화에 따른 정관 변경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배당 정책과 주주환원 강화, 금융당국의 검사·감독 기조까지 맞물리며 이번 주총은 금융권 전반의 거버넌스 지형을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락>뉴스락>이 3월 주총에서 벌어질 주요 이슈를 미리 톺아봤다.
금융지주 회장 연임 '특별결의' 추진... '참호 구축' 관성 타파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집권을 막기 위해 연임 요건을 '특별결의' 수준으로 강화하는 고강도 지배구조 개혁을 예고했다.
오는 3월 예정된 주요 금융지주의 정기 주주총회는 한국 금융 역사상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은 사외이사로 구성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주총에서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는 '일반결의'를 통해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당국은 이러한 방식이 회장 장기 집권을 가능케 하는 소위 '참호 구축'의 관성으로 작용해 왔다고 판단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서로 자리를 바꿔가며 10년에서 20년씩 장기 집권하는 현상에 대해 "소수가 돌아가며 지배권을 행사하는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규정하며 "주주 통제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금융지주 회장이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물들로 사외이사를 구성하고 이들이 다시 회장을 추대하는 폐쇄적 순환 구조를 '이사회의 참호'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기존의 CEO 선임 절차가 사외이사 10여 명으로 구성된 후보추천위원회의 단독 후보 추천으로 사실상 결정되는 '밀실 인사'를 타파해야 한다는 것이 주주 통제권 강화의 목적이다.
이에 따라 당국은 CEO 연임 건에 한해 주총 결의 요건을 기존의 일반결의(찬성 50%)에서 '특별결의' 수준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강력히 추진 중이다.
특별결의가 도입될 경우 출석 주식 수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동시에 확보해야만 연임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시장과 주주의 객관적 평가를 받게 하려는 취지다.
주요 금융지주는 특정 대주주가 없는 소유 분산 기업으로 대주주 지분율이 15% 이내로 제한돼 있어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 주주의 전폭적인 지지 없이는 사실상 연임이 불가능한 구조가 된다.
이번 제도의 첫 번째 시험대는 임기 만료가 다가온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당국은 법령 명시나 정관 변경 강제를 통해 CEO가 자신의 연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고 연령 및 연임 횟수 제한을 명문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6년 지나면 골동품"... 4대 금융 사외이사 72% 물갈이 예고
금융당국이 장기 재임 사외이사들을 향해 "에이징(노화)되어 골동품이 된다"며 강도 높은 인적 쇄신을 예고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들이 너무 오래 연임하다 보면 차세대 후보군에 무슨 리더십이 생기겠나"라며 "6년이 지나면 그분들도 에이징되어 골동품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의 '거수기' 역할에 머물렀던 관성을 타파하고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번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전체 32명 중 23명으로 전체의 약 72%에 달한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교체 비율 리스크가 88.9%로 가장 높고 신한금융(77.8%)과 KB금융(71.4%)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사실상 이사회를 원점에서 재구성해야 하는 수준의 변혁이 예고된 셈이다.
이번 주총에서는 결격 사유가 없는 인사를 관례적으로 재선임하던 관성을 깨고 당국이 요구하는 '경쟁사 출신'이나 '디지털·리스크 관리 전문가' 등 실질적인 견제 능력을 갖춘 인사가 대거 영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사회의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는 정관 개정안도 다수 상정될 예정이다.
단순히 명칭 변경이 아니라 해당 이사가 회사 및 대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지위에 있음을 법적으로 더욱 엄격하게 정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해석된다.
자산총액 2조 원 미만의 상장 금융사들 또한 이러한 흐름에 맞춰 독립이사 비율 상향을 위한 정관 정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 소각 2.6조 '역대 최대'... TSR 50%로 글로벌 표준 조준
정부의 강경 방침에 금융지주들은 '부패한 이너서클'이라는 오명을 벗고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TSR(총주주환원율) 50%'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단순한 배당 확대가 아닌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자사주 소각을 핵심 밸류업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 5년간 4대 금융지주의 자사주 소각 규모를 보면 이러한 전략 변화가 뚜렷하다.
2021년 수백억 원대에 불과했던 소각 규모는 2022년 약 8000억 원, 2023년 약 1.1조 원을 거쳐 2024년 약 1.72조 원까지 확대됐다.
특히 2025년에는 역대 최대인 2.6조 원 이상을 기록했으며 KB금융은 연초에만 1.2조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단행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대통령이 지배구조를 비판한 근거 중 하나는 금융사가 사상 최대 이익을 내면서도 PBR(주가순자산비율)이 전 세계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21년 1분기 은행권 PBR은 0.28배까지 추락했는데 이는 청산 가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경영진이 주주 이익보다 자신들의 '자리 보전'에 급급해 자사주 소각 등 과감한 결단을 늦췄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행히 밸류업 정책의 영향으로 2024년 2분기 0.46배를 거쳐 2026년 1월 현재 0.6배 수준까지 회복됐으나 여전히 정상 가치인 1배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지주들이 TSR 50%를 목표로 내건 이유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생존을 위해서로 보인다.
미국 주요 은행인 웰스파고의 TSR이 50~130%에 달하는 상황에서 한국 금융주가 정상적인 투자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최소 50% 수준의 환원율이 필수적이다.
자사주 소각을 통해 유통 주식 수를 줄여야만 EPS(주당순이익)이 올라가고 PBR 1배 달성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익명을 요청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뉴스락>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대부분의 금융사 투자자들이 상법 개정과 주주환원에 대한 강력한 기대감으로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주총에서 이러한 기대치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금융주의 투자 매력도는 급격히 하락할 것이고 결국 실망한 투자자들이 대거 시장을 떠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주총은 20%대에 갇혀 있던 주주환원율을 글로벌 기준인 50%로 끌어올려 경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입증해야 하는 마지막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책무구조도' 본격 가동... 보수 체계 개편 논란
2026년부터 금융사고 발생 시 경영진의 책임을 구체화하는 '책무구조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금융권 이사회의 의무가 완전히 재정의된다.
개정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은 내부통제에 관한 이사회의 최종 책임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금융사들은 내부통제위원회를 이사회 내 정식 위원회로 격상해야 한다.
책무구조도는 임원별 책임을 사전에 확정하기 때문에 사고 발생 시 "몰랐다"고 발뺌하며 책임을 회피하던 기존의 관성을 차단하고 이사회의 면피성 보고를 실질적 감독으로 바꿨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새로운 보수 체계 도입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주주가 보수 계획을 직접 심의하는 '세이온페이(Say-on-Pay)'와 성과급을 환수하는 '클로백(Clawback)' 도입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뉴스락> 과의 통화에서 "금융권에서는 클로백 도입이 성과주의라는 업계의 근간을 흔들고 노사 갈등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 우려한다"며 "실제로 BNK경남은행은 3000억 원 규모의 횡령 사태 이후 성과급 환수를 추진했으나 노조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고 말했다. 뉴스락>
이어 "제도가 강제될 경우 경영진이 리스크 감수를 회피하는 안전주의 경영에 매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보수 체계 개편이 사고 예방의 핵심이라고 분석한다.
손재성 한국금융연구원 교수는 "금융권 이사진은 기본급보다 성과급 비중이 큰 급여 구조로 인해 실적 압박에 상시 노출되어 있다"며 "이러한 구조적 한계가 내부통제 사고로 이어지는 만큼, 클로백 도입을 통해 사고 발생의 고리를 끊어내는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회사의 경영진 보상 체계를 주주가 선택하는 것은 주주 자본주의 관점에서 당연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한편 상법 개정에 따른 변화의 관성도 거세다.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을 합산해 3%로 제한하는 '합산 3% 룰'이 강화되면서 행동주의 펀드나 소액 주주 연합이 추천한 인사가 이사회에 입성할 가능성이 비약적으로 커졌다.
이번 주총은 책무구조도를 통한 실질적 감독 체계 구축과 3% 룰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쥔 주주들 사이에서 금융사들이 새로운 거버넌스 질서를 정립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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