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지난해 9월 사형 판결을 받은 미얀마 북동부 출신 조직범죄 가문 구성원 11명을 신속히 처형한 사실은 결코 놀랍지 않다.
인권 단체들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형을 집행하는 국가다. 정확한 집행 건수는 국가 기밀이지만, 공직자들 역시 종종 부정부패 혐의로 처형된다.
그러나 이 밍 가문에 제기된 혐의는 그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
밍, 바우, 웨이, 리우 가문은 2009년 이후 미얀마의 가난한 샨 주 북동부의 외딴 국경 도시 라욱카잉을 지배해왔다.
쿠데타로 미얀마의 정권을 잡은 민 아웅 흘라잉 장군이 1980년대부터 라욱카잉과 그 주변 일대를 지배해 온 소수민족 저항군인 'MNDAA(미얀마 민족민주연합군)'을 군사 작전을 통해 몰아낸 이후, 이들 가문은 세력을 확장했다.
'네 가문'이라 불린 이들은 이 일대를 장악한 이후 기존의 아편 및 필로폰(메스암페타민) 생산에 의존하던 이곳 경제 구조를 카지노 기반으로 재편했으며, 결국 온라인 사기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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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미얀마 군부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2021년 12월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민 아웅 흘라잉은 수도 네피도에서 리우 가문의 수장인 리우정샹을 환대하며, "국가 발전에 특별히 기여"했다며 명예 칭호를 수여하기도 했다.
그가 운영하던 '풀리 라이트' 그룹은 미얀마 전역에 걸쳐 수익성 높은 사업을 벌였다. 네 가문의 일원들이 군부가 지지하는 정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의 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이 라욱카잉에서 조직적으로 운영하던 사기 범죄 단지는 아시아 다른 지역의 유사 시설과 비교해도 훨씬 더 잔혹했다. 고문은 일상적으로 자행됐다.
주로 중국인으로 구성된 이곳의 노동자 수만 명은 고임금 일자리를 준다는 약속에 속아 이곳으로 왔다가 감금됐다.
이들은 강요 속에 정교한 '돼지 도살 사기'를 벌였으며, 피해자들 역시 대부분 중국인이었다.
SNS에서는 이렇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과 사기 단지에 억류된 이들의 가족들이 올린 불만이 쌓여만 갔다.
라욱카잉에서도 가장 악명 높은 사기 범죄 단지는 일명 '웅크린 호랑이 빌라'로, 밍 가문이 운영하던 시설이었다. 2023년 10월, 이곳의 경비원들은 탈출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인 여러 명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국 당국은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게 됐다.
중국의 묵시적 지원 속에 MNDAA와 그 동맹 세력은 현재 진행 중인 미얀마 내전에서 미얀마 군부를 향한 공세의 일환으로 라욱카잉을 공격해 재탈환했다. 이후 MNDAA는 이 지역의 사기 범죄 산업을 완전히 근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네 가문의 수뇌부를 체포했으며, 친인척 및 관련자 60여 명을 중국 경찰에 넘겼다. 당국에 따르면 밍 가문의 수장으로 알려진 밍쉐창은 체포된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중국 경찰의 심문 과정에서 이들 가문 구성원 중 한 명이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자 무작위로 사람을 골라 살해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세부 사항은 중국 정부가 이 일가에 대한 강경한 처벌을 정당화하고자 공개한 내용이다. 바우 가문 소속 5명 또한 사형을 기다리고 있으며, 웨이와 리우 가문에 대한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다.
이 네 가문은 모두 중국계로, 중국 측 국경 지역인 윈난성 지역 당국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중국 당국 입장에서 이들의 범죄는 자국과 지나치게 얽혀 있었다. 라욱카잉의 사기 범죄 사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응은 지금껏 가장 강경한 조치다.
또한 중국 정부는 태국과 캄보디아를 설득해 해당 국가에서 사기 범죄 제국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계 사업가 2명을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이 가운데 스지장은 내전으로 피폐해진 미얀마 카렌주에서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천즈는 캄보디아에서 '프린스 그룹'을 설립해 부와 권력을 축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중국 정부는 사기 단지에서 일하던 자국민 수만 명을 송환해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사기 사업은 여전히 시대에 적응하며 진화하고 있다. 이 시설들을 폐쇄하라는 중국과 미국 측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사기 사업은 여전히 캄보디아 최대 사업으로 꼽힌다.
또한 태국-미얀마 국경에 위치한 'KK 파크'와 '슈에 코코'와 같은 유명한 사기 단지들이 압박 속에 폐쇄됐음에도 사기 범죄 단지는 미얀마 내 다른 지역으로 활동 무대를 옮기며 살아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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