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결제 시장의 무게중심이 플라스틱 카드에서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 단일 결제 기능에 머물던 간편결제가 교통·포인트·QR·해외 결제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금융 서비스의 한 축을 넘어 일상 소비와 이동을 연결하는 인프라 성격이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결제 플랫폼이 사용자 접점과 데이터가 축적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통화 기능과의 결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빅테크 간편결제는 금융 소비자들의 필수 앱 영역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해 전국 20~69세 금융소비자 25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금융 필수 앱’ 조사에 따르면, 삼성금융 통합 플랫폼인 모니모는 67위권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역시 상위 10위권 내에 포진, 빅테크 기반 간편결제가 동시에 ‘필수 앱’으로 분류되는 양상이다.
해당 순위는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아닌 정기적·기능적으로 반복 사용하는 이른바 ‘확보고객’을 기준으로 산출된 것으로, 일시적 사용보다 생활 속 정착도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업계에서는 복수의 빅테크 간편결제가 확보고객 기준 상위권에 자리 잡았다는 점을 두고, 결제가 특정 사업자 중심의 경쟁 단계가 아닌 일상 전반에 분산·내재화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해석한다.
변화의 배경으로는 결제 수익 구조를 둘러싼 압박이 지목된다. 금융당국이 전자금융업자의 결제수수료 공시를 확대하면서 공시 대상은 11개사에서 17개사로 늘었고, 공시가 포괄하는 결제 규모 비중도 49.3%에서 75.8%로 커졌다. 수수료율의 비교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가격 경쟁이 불가피해진 구조다. 지난해 8~10월 기준 카드 결제수수료율은 1.97%, 선불 결제수수료율은 1.76%로 직전 공시 대비 각각 0.06%포인트, 0.09%포인트 하락했다.
이 같은 환경 변화는 간편결제 사업 성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일 결제 기능만으로는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 간편결제는 결제 마진을 중심으로 한 사업에서 사용자 접점을 확보하기 위한 플랫폼 진입 수단으로 역할이 옮겨가고 있다. 수익 무게중심 역시 결제 자체보다는 결제 이후 데이터 활용과 이용자 고착화 구조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간편결제의 서비스 영역이 교통 결제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출퇴근과 이동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결제가 이뤄지는 고빈도 접점으로, 결제 플랫폼의 일상적 사용성을 높이는 영역으로 꼽힌다. 삼성 월렛은 티머니와 K패스 등 교통카드 기능을 통합했다. 애플페이도 국내에서 티머니 연동을 시작하며 교통 결제 영역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교통 결제가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고빈도 접점이라는 점이 이런 흐름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스마트폰이나 워치를 통한 지하철·버스·각종 교통 패스 결제가 가능해지면서, 교통 결제는 실물 카드 대체를 넘어 결제 수단을 하나의 지갑으로 묶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포인트 역시 간편결제 확장에서 중요한 축으로 거론된다. 네이버페이를 비롯한 빅테크 간편결제들은 포인트를 단순한 마케팅 수단을 넘어 반복 사용이 가능한 보상 체계로 확장하고 있다. 수천만명의 이용자가 포인트 혜택을 경험, 적립과 사용 범위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해외 결제로까지 넓어지면서 포인트가 이용자 체류를 높이는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누적된 이용 이력과 보상 경험은 결제 플랫폼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서비스로 고착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QR 결제는 간편결제 확장을 국경 밖으로 넓히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알리페이플러스를 중심으로 한 크로스보더 QR 결제는 카드 발급이나 계좌 연동 없이도 해외에서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진입 장벽을 낮춘 방식으로 평가된다. 방한 관광객의 교통·외식·뷰티 결제까지 QR을 통해 처리되는 사례가 늘면서, 결제 플랫폼이 소비 행위뿐 아니라 이동과 체류 과정 전반에 관여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기업 사업 구조에도 변화를 불러오는 분위기다. NHN은 게임 중심 기업에서 결제·광고·클라우드를 핵심 축으로 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왔다. 간편결제 서비스와 PG·VAN 사업을 결합해 온오프라인 결제와 B2B 영역을 잇는 구조를 구축, 클라우드를 결제 인프라의 확장 단계로 활용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결제가 부가 서비스에 머무르기보다 기업의 사업 방향과 포트폴리오를 규정하는 축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자본시장도 이를 선반영하고 있다. 최근 간편결제와 PG를 비롯해 인증·보안, 클라우드, AI 관련 종목들이 동반 움직임을 보이며 하나의 산업군처럼 인식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결제 산업에 대한 평가 역시 전통적인 금융 섹터의 범주를 넘어, AI·데이터·클라우드 인프라를 연결하는 축으로 인식 범위가 넓어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KG이니시스와 카페24 협업 사례는 간편결제 확장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된다. 국내 가맹점이 별도 법인 설립이나 복잡한 개발 과정 없이 일본 주요 간편결제 수단을 일괄 도입할 수 있도록 한 구조는, 결제 플랫폼의 역할이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유통 과정까지 연결되는 쪽으로 넓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제 인프라는 소비자 결제 편의성을 넘어 중소 사업자의 해외 진출 과정에서도 중요한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스테이블코인과 AI 간 결제에 대한 논의까지 더해지면서, 간편결제의 확장이 통화 영역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결제 빈도와 사용성이 축적된 플랫폼이 새로운 결제 단위나 정산 방식을 주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기존 금융권이 안정성과 규율을 중시한 구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테크 기반 결제 플랫폼들은 사용 편의성과 네트워크 확장을 앞세워 활동 범위를 넓히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 결제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는 더 이상 결제 한 번으로 끝나는 서비스가 아니라 교통·포인트·해외 결제까지 연결되는 생활 인프라로 바뀌고 있다”며 “결제 빈도와 사용성이 쌓인 플랫폼일수록 이후 데이터 활용과 정산 구조까지 주도할 여지가 커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수수료 경쟁이 일상화된 상황에서는 결제 자체보다 이용자를 얼마나 오래 붙잡을 수 있는지가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며 “플랫폼 간 경쟁도 단순 결제 시장을 넘어 생활 인프라를 둘러싼 구도로 확장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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