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당시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사법농단'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지난 2024년 열린 1심 선고 후 약 2년 만에 결과가 일부 뒤집혔다.
서울고법 형사14-1부(재판장 박혜선)는 30일 오후 2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해 1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고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고영한 전 대법관은 1심과 같이 무죄가 선고됐다. 두 명의 전 대법관은 모두 문제가 된 시기에 법원행정처장을 맡았다.
앞서 2024년 1월에 열린 1심 재판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일부 재판 개입 시도가 있었으나,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고 직권남용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같은 이유로 함께 기소된 박·고 전 대법관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재판 개입에 대한 직권남용 성립 범위를 넓게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한정위헌 취지 위헌제청결정 사건 재판 개입 일부와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행정소송 항소심 재판 개입 일부 등 2개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공모해 한정위헌 취지 결정 사건 등 재판에 개입해 법관의 정당한 재판권 행사를 방해했고, 박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재판 개입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하게 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혐의는 1심과 마찬가지로 하급자가 직권을 남용하지 않았거나, 남용했다 해도 양 전 대법원장이 이들과 공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양형에 관해 "재판의 독립은 양보할 수 없는 헌법적 가치이고 공정한 재판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신뢰 없이는 법치주의가 유지되기 어렵다"며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인해 재판의 독립이 훼손되고 공정한 재판에 대한 의심과 불신이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개인적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점과 유죄로 인정되는 부분이 극히 일부에 한정된다는 점을 고려해 이같은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9월 열린 2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1심과 마찬가지로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에게는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임기 6년간 상고법원 도입 등 사법부의 이익을 위해 강제징용 재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 사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등 각종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 위상 강화를 위해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을 통해 헌재 내부 정보를 수집한 혐의 등 47개 혐의로 2019년 2월 기소됐다.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은 판결 이후 "즉각 상고" 의사를 밝혔다. 변호인측은 "직권남용죄에 대한 확립된 법리에 반하는 판단이 있었고 오늘 (항소심) 결론이 바뀐 부분에서 사실인정을 1심과 다르게 판단하려면 절차법에 따라 심리가 이뤄져야 하지만 심리가 없었다"며 "상고심에서 바로 잡힐 수밖에 없는 판결을 선고한 점이 매우 아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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