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서울에서 흑백요리사2 송훈 셰프를 직접 만났다. 미쉐린이라는 상징적인 타이틀을 내려놓고, 우리 흑돼지 ‘난축맛돈’을 알리는 데 힘을 쏟아온 배경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세계적인 평가를 받는 요리보다, 국내에서 자란 돼지고기가 가진 가능성을 더 많은 이들에게 정확히 전달하고 싶다는 판단에서다.
‘난축맛돈’은 제주 청정 지역에서 자란 우리 흑돼지 가운데서도 근내지방이 풍부한 개체를 선별해 키운 품종이다. 살코기 안쪽에 고르게 퍼진 지방층이 특징으로, 구웠을 때 고기가 쉽게 마르지 않고 고소한 맛이 입안에 길게 남는다. 일반적인 돼지고기와는 다른 결의 식감과 풍미를 보이는 이유다.
이 고기의 강점을 온전히 드러내기 위해 조리 방식과 숙성, 곁들임 구성까지 세밀하게 다듬어왔다. 이제 난축맛돈이 어떤 구조와 맛을 지녔는지 차근차근 살펴본다.
희귀 품종 사이에서도 도드라지는 근내지방
국내에서 유통되는 희귀 돼지 품종을 놓고 봤을 때, 난축맛돈은 근내지방의 밀도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버크셔K가 탄탄한 육질과 깔끔한 뒷맛을 강조하는 품종이라면, 난축맛돈은 살코기 속 지방층이 촘촘하게 형성된 구조가 중심이다. 일반 돼지고기와 비교하면 살코기 내부에 분포한 지방 비율이 3~4배가량 높아, 단면만 보아도 결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근내지방은 맛과 식감 전반을 좌우한다. 가열 과정에서 수분이 빠르게 빠져나가지 않도록 잡아주어, 구워도 고기가 쉽게 마르지 않는다. 씹는 동안 지방이 서서히 녹아 나오며 고소한 맛이 입안에 오래 머문다. 표면에만 기름기가 많은 고기와 달리, 살 속에 고르게 퍼진 지방이 중심이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명확하다.
부위에 따라 접근법이 달라진다
난축맛돈은 지방 비중이 높은 만큼 부위별로 조리 방법을 달리해야 진가가 살아난다. 상징적인 부위는 뼈가 붙은 등심, 이른바 ‘돈마호크’다. 두께가 두툼해 높은 열로 겉면을 먼저 익힌 뒤, 내부로 열을 천천히 전달하는 방식이 잘 어울린다. 이 과정을 거치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질감을 유지할 수 있다.
삼겹살과 목살 역시 일반적인 구이 방식과는 다르다. 센 불에 짧은 시간 익히기보다는, 불판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한 상태에서 지방이 충분히 녹아내리도록 시간을 들이는 편이 좋다. 지방이 덜 풀린 상태에서 불에서 내리면 고기의 장점이 제대로 드러나기 어렵다. 난축맛돈은 조리 속도보다 전체적인 균형이 맛을 좌우하는 고기다.
나무 훈연으로 지방의 무게를 덜어낸다
난축맛돈의 풍미를 끌어올리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나무 훈연이다. 참나무 등 천연 목재에서 나온 연기를 사용하면 고기에 은은한 향이 더해지며, 지방에서 느껴질 수 있는 묵직함이 한결 정리된다. 훈연 향은 고기의 맛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근내지방에서 나오는 고소함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훈연 과정을 거친 고기는 단맛과 고소함의 균형이 또렷해진다. 지방 비율이 높은 고기임에도 맛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끝 맛이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이 덕분에 비교적 단출한 곁들임만으로도 고기의 성격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곁들임과 양념은 최소한으로
난축맛돈은 자체 풍미가 분명한 고기이기 때문에, 곁들임과 양념은 절제된 구성이 잘 어울린다. 고추장아찌나 갓김치처럼 입안을 정리해주는 반찬이 고기의 고소함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강한 양념보다는 소금이나 생와사비를 소량 곁들이는 방식이 맛의 중심을 흐리지 않는다.
쌈장이나 달콤한 소스를 과하게 사용하면 근내지방에서 비롯되는 미묘한 풍미가 가려질 수 있다. 간을 최소화해 고기 자체의 맛을 드러내는 쪽이 난축맛돈의 특징을 가장 또렷하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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