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정부가 '명품장수기업' 육성을 기치로 내걸고 운영해 온 '가업상속공제'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가업상속공제는 기술과 노하우, 일자리가 축적된 중소기업이 세대를 넘어 지속될 수 있도록 세제 지원을 통해 승계를 뒷받침하는 제도다.
일부 현장에서는 이런 제도의 취지와 달리 가업상속공제가 '절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세청이 수도권 대형 베이커리카페를 중심으로 공제 적용 실태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관련 논의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 실태조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특정 업종의 문제를 넘어, 가업상속공제가 전제로 한 '가업'의 개념과 현재 산업 구조 사이에 괴리가 존재한다는 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산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형식적인 업종 분류와 요건을 중심으로 설계된 현행 제도가 기업의 실질적인 지속성과 고용 유지라는 정책 목표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를 둘러싼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승계 지원'인가 '절세 수단'인가... 빈틈 남겨둔 제도 설계
가업상속공제는 기업 승계 과정에서 상속세 부담으로 중소기업이 해체되거나 매각되는 사례가 늘자, 이를 완화하기 위해 90년대 후반 처음 도입됐다.
도입 초기 공제 한도는 1억원 수준이었지만, 이후 여러 차례 제도 개편을 거치며 적용 대상과 공제 한도가 점차 확대됐다.
현재는 자산 규모와 매출 요건 등을 충족하는 중소기업과 일부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최대 600억원까지 상속재산에서 공제를 받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상속 직전 3개 사업연도 평균 매출이 5000억원 미만인 기업이 대상이다.
제도의 취지는 비교적 분명하다. 기업을 단순한 개인 자산이 아니라 기술, 거래망, 고용이 함께 축적된 경제적 기반으로 보고, 세대 간 경영 승계를 통해 기업의 지속성과 일자리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현행 제도는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기업을 직접 경영하고 일정 지분을 보유했는지, 상속인이 사전에 가업에 종사했는지, 상속 이후에도 업종과 고용 수준을 유지하는지 등을 기준으로 적용 여부를 판단한다. 공제 대상 업종을 미리 정해두고, 여기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제도를 적용하는 구조인 것이다.
따라서 사업의 실질적인 내용보다 업종 분류와 자산 형태, 형식적 경영 요건 충족 여부가 공제 가능성을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된다.
최근 국세청이 수도권 대형 베이커리카페를 중심으로 가업상속공제 적용 실태를 점검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업종 분류와 자산 요건 중심의 제도 구조와 맞닿아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일부 사업장의 경우 제과시설이 거의 없고 음료 매출 비중이 높은데도 제과점업으로 등록돼 있거나, 사업장 부수 토지에 주거용 건물이 포함돼 있음에도 사업용 자산으로 신고된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또한, 고령의 부모 명의로 사업자 등록이 돼 있으나 실제 경영은 자녀가 담당하는 경우도 점검 대상에 포함됐다.
이 같은 점검 포인트는 특정 업종의 일탈 여부라기보다, 현행 제도가 업종 코드와 자산 형태, 형식적 요건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실제 영업 내용이나 사업 실체보다 행정상 요건 충족 여부가 기준이 되다 보니, 제도 취지와 다르게 활용될 여지가 함께 존재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조가 가업상속공제를 '기업 승계 지원 제도'라기보다 '상속세 절감 수단'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우리나라의 상속세 부담이 지나치게 높은 가운데 가업상속공제가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며 "기업 계속성 보장이라는 본래 목적보다 '절세 수단'으로 인식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실태조사는 일부 업태의 일탈 여부를 가리는 차원을 넘어, 가업상속공제가 전제로 한 '가업'의 정의와 실제 산업 환경 사이의 괴리를 드러낸 사례로 해석된다.
산업 구조의 다변화 속에서, 형식적인 업종 분류와 요건 중심의 제도 설계가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정량 지표가 가진 한계... '실질 경영' 중심 평가 전환 필요
국세청은 이번 실태조사가 세금 추징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가업상속공제의 악용 가능성을 사전에 점검하기 위한 현황 파악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점검 결과는 향후 제도 운영과 사후관리 기준 정비, 제도 개선안 마련 등에 참고 자료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이번 조치 이후 가업상속공제 적용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한층 엄격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세청이 제시한 점검 유형을 보면 업종 등록의 적정성, 사업용 자산 범위, 실질적 경영 주체, 법인 형태 운영 시 대표자의 실제 경영 참여 여부 등 가업상속공제 적용 요건 전반을 포괄하고 있다.
일부 사업장의 탈루 여부를 가려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기보다, 가업상속공제 요건 자체가 현재의 사업 운영 구조에 맞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함께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에 대형 베이커리카페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일부 사업자들은 적잖은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제도 적용을 둘러싼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정상적인 경영 활동조차 사후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 같은 문제는 외식업이나 서비스업처럼 업태 변화가 잦고 사업 모델이 빠르게 진화하는 산업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업종 코드 중심의 공제 적용 방식이 실제 영업 형태와 괴리를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그간 꾸준히 제기돼 온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해법을 제도의 '엄격화'가 아니라, 적용 기준의 '유연화'에서 찾고 있다.
상속세 부담이 높은 구조 속에서 가업상속공제가 사실상 유일한 대응 수단처럼 인식되는 상황에서는, 요건을 더 조이는 방식만으로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상속세를 장기간에 걸쳐 분할 납부하거나, 기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동안 납부를 유예하는 방식 등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후관리 기준 역시 형식 중심에서 실질 중심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제도는 고용 인원이나 총급여액 비율 유지, 자산 처분 제한 등 정량 지표를 중심으로 관리하지만, 산업 특성과 경영 환경 변화에 따른 구조조정이나 사업 재편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업종 변경이나 조직 개편이 불가피하더라도 기업의 영업이 지속되고 고용이 유지된다면 이를 인정하는 보다 탄력적인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결국 이번 국세청 실태조사는 가업상속공제를 둘러싼 관리 기준을 점검하는 계기이자, 제도 전반을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 도래했음을 보여준다.
기업 승계를 지원하겠다는 정책 목표와 산업 현장 변화와의 간극을 좁히지 못할 경우, 제도는 '명품장수기업'의 가능성이 있는 정상 사업자에게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가업상속공제는 폐지하거나 축소할 제도가 아니라,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켜야 할 제도"라며 "다만 이 제도가 '높은 상속세에 대한 특혜'가 아닌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고용 안정을 위한 정책 수단'임을 분명히 하고, 제도 설계도 그에 맞춰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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