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DMZ) 출입 승인 권한을 둘러싸고 정부·여당과 유엔군사령부(유엔사) 사이의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국회에서 'DMZ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자 유엔사가 "정전협정과 상충한다"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유엔사가 내세운 근거는 정전협정 1조 8항의 "비무장지대내의 어떠한 군인이나 민간인이나 그가 들어가려고 요구하는 지역 사령관의 특정한 허가 없이는 어느 일방의 군사통제하에 있는 지역에도 들어감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것과 10항의 "비무장지대 내의 군사분계선 이남의 부분에 있어서의 민사행정 및 구제 사업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이 책임진다"이다.
이를 근거로 유엔사 관계자는 1월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전협정상 유엔군사령관의 책임과 전혀 상반된 내용을 명시하면서 그러한 권한을 다른 제3자에게 넘겨주는 역할을 지금 DMZ법이 담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활동의 모든 책임은 사령관이 지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DMZ법이 통과되면 법리적으로, 합리적으로 해석할 때 한국 정부가 정전협정의 적용대상이 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도를 넘어선 반발이다. 우선 DMZ법에는 유엔사와의 사전 협의 절차를 포함하고 있어, 유엔사 관계자가 말한 "유엔군사령관의 협의나 허가 없이 민간인을 출입시킨다면"이라는 전제조건 자체부터가 잘못 되었다.
더 중요한 문제도 있다. 유엔사는 자신의 권한을 강조할 때에는 정전협정을 '경직되게' 해석하는 반면에, 자신의 필요에 따라서는 정전협정을 '유연하게' 적용한다. 이는 비난 정전협정에 명시된 신무기 반입 금지, 외국군 철수, 평화협정의 조속한 개시 등에 대해 유엔사의 '실소유주'인 미국이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왔다는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전협정의 핵심 기구인 군사정전위원회(군정위)와 그 한쪽 당사자인 유엔사의 관계를 보면, 유엔사가 정전협정에 구애받지 않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1991년에 군정위 유엔사측 수석대표로 한국군 장성을 임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한국은 정전협정 서명 당사자도 아니고 유엔사 회원국도 아니다. 조선(북한)은 이를 문제 삼으면서 군정위 참여를 거부했고 중국도 여기에서 철수하면서 군정위는 사실상 무력화되었다. 그러자 유엔사는 군정위의 역할과 기능을 흡수했다.
이는 유엔사가 정전협정을 위반했다거나 조선의 주장이 타당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유엔사는 1990년대 초반 기본합의서로 대표되는 남북화해협력 분위기와 한국의 국력 신장을 고려해 정전협정 적용에 유연성을 발휘했다. 이랬던 유엔사가 2018년부터 정전협정과 자체 규범인 유엔사 매뉴얼을 들어 남북교류협력과 DMZ의 평화적 이용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유엔사의 핵심적인 문제제기는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에 있다. DMZ법을 보면, 한국이 DMZ 유출입의 실질적 권한은 갖겠다면서 여기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유엔사 사령관이 떠안게 된다고 항변한다. 그렇다면 문제 해결 방안은 간단하다. 한국이 권한뿐만 아니라 책임도 지는 구조로 바꾸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정전협정을 포함한 정전체제와 결코 충돌하지 않는다. 정전협정 서문에는 "이 조건과 규정들의 의도는 순전히 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어, 비군사적인 분야에선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 또 한국군의 역량이 강해지면서 DMZ 대부분의 실무 통제는 한국군이 맡고 있다.
무엇보다도 DMZ 이남은 한국 영토이기에 그 권한과 책임을 한국이 보유하는 것은 국제 규범의 상식에 속한다. 이러한 방향이 "미군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미국의 정책 방향과도 부합한다.
그렇다고 당장 유엔사의 기능을 없애자는 것은 아니다. 권한과 책임은 한국이 맡더라도 유엔사가 감독 기능은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방향이 주권 존중과 국력 신장에 입각한 한국의 행정권 회복과 정전체제에서의 유엔사의 군사적 기능 유지를 조화롭게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일 것이다. 또 유엔사도 강조하는 것처럼 평화협정의 핵심 당사자는 한국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구조 설계는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의 원활한 전환의 토대를 닦는 일이다.
그런데 이건 '법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의 영역'이다. 이재명 정부가 유엔사 '실소유주'인 미국 정부와 정치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동맹의 현대화"의 핵심 취지가 한국의 자주국방 역량 강화와 미국의 부담 경감이고 전시작전권 전환도 포함하고 있기에 공감을 이룰 수 있는 여지는 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협정에도 관심이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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