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미투자특별법 압박'이 강해지는 모습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간) 한미 무역 합의를 뒷받침할 대미투자특별법이 한국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있다면서 자동차 등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다시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후 미 재무부는 29일 한국을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재차 지정했다. 환율 관찰 대상국 지정으로 인한 당장의 불이익은 없다. 일각에서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환율을 언급하는 등 정부의 지나친 환율 개입이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환율 관찰 대상국 지정 이유는 해당 국가가 자국 통화를 의도적으로 약세로 만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의도는 대미투자특별법 통과를 위한 압박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28일 "한국 국회가 무역 합의를 통과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승인하기 전까지는 한국과의 무역 합의는 없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미국으로 급파해 관세 재인상 위협 대응에 나섰다. 김 장관은 29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났지만 바로 합의점을 찾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국회가 대미투자특별법을 통과시키기 전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다각도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관세 훨씬 더 높을 수 있다…그동안 친절했다"
美재무장관 "韓국회가 승인하기 전까진 무역합의 없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백악관 내각회의에서 미국이 세계 각국에 부과하는 관세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을(much steeper)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오전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도 자기가 다른 나라들을 봐주고 있으며 언제든지 관세를 올릴 수 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는 최근 유럽의회가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 요구와 관세 위협에 반발해 유럽연합(EU)과 미국 간의 무역 합의 승인을 보류하고, 한국의 대미 투자 합의 이행 속도가 미측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을 감안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언제든 다시 관세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한미 무역 합의를 뒷받침할 대미투자특별법이 한국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있다면서 자동차 등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다시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도 특별법 통과를 압박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28일 CNBC 인터뷰에서 "한국 국회가 무역 합의를 통과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승인하기 전까지는 한국과의 무역 합의는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한국 국회에서) 승인될 때까지 그들은(한국은) 25% 관세를 적용받게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 상황을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美 재무부, 환율관찰대상국 대상에 한국 포함…韓 3회 연속
미국 재무부는 29일 연방 의회에 보고한 '주요 교역 상대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 정책' 반기 보고서에서 통화 관행과 거시정책에서 신중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스위스 등 10개국을 관찰 대상국 명단에 올렸다.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태국이 환율관찰 대상국에 추가됐다.
한국은 2016년 4월 이후 7년여 만인 지난 2023년 11월 환율관찰 대상국에서 빠졌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인 2024년 11월 다시 환율관찰 대상국에 포함됐다.
이어 지난해 6월 발표된 보고서에서 해당 지위가 유지됐으며, 이번에도 관찰 대상국에서 빠지지 못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재무부는 무역 상대국들이 외환 개입과 비시장적 정책 및 관행을 통해 통화를 조작해 무역에서 불공정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 무역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이번 보고서를 시작으로 재무부는 무역 상대국의 통화 정책 및 관행에 대한 분석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런 강화된 분석은 미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의 환율 정책 및 관행에 대한 재무부의 평가에 반영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2015년 제정된 무역 촉진법에 따라 자국과의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거시경제와 환율 정책을 평가, 일정 기준에 해당하면 심층분석국 또는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평가 기준은 ▲150억 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에 해당하는 경상수지 흑자 ▲ 12개월 중 최소 8개월간 달러를 순매수하고 그 금액이 GDP의 2% 이상 등 3가지다.
이들 3가지 기준 모두에 해당하면 심층분석국으로 지정되며, 2가지만 해당할 경우 관찰 대상국이 된다.
한국은 지난해 6월 지정 당시와 마찬가지로 무역 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기준에 해당돼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됐다. 이 기간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520억달러, 경상수지 흑자는 GDP의 5.9%로 집계된다.
환율관찰 대상국 지정만으로 미국이 한국에 주는 불이익은 없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언에 이어 재무부가 환율관찰 대상국 지정을 유지한 것은 이재명 정부를 향한 압박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李 "환율 떨어질 것" 발언 영향? 靑 "기계적 결정…외환당국 소통 중"
이번 결정이 정부의 지나친 환율 개입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당국에 의하면 한두 달 정도 지나면 (환율이) 1,400원 전후로 떨어질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가능한 수단을 발굴하고, 환율이 안정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외환당국의 환율 하락 전망과 시장 안정 의지를 직접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후 환율은 1430원대까지 하락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한국을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재지정한 것과 관련, "이재명 정부의 무리한 환율 개입 탓"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박수영 의원은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9월 미 재무부와 환율 협상을 한 이후에 환율 관찰 대상국에서 제외될 것으로 자신했지만 결과는 이재명 정권 예상과는 정반대"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의원은 "이재명 정부는 지난 연말 원 달러 환율이 1480원을 뚫고 올라가자, 수차례의 구두 개입과 외환 보유고와 국민연금까지 죄다 동원해서 환율을 억지로 끌어내렸다"면서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두 달 뒤에 환율이 1400원 전후로 떨어질 것이라고까지 했다. 대통령이 시기와 금액까지 특정해서 구두 개입을 한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기 힘들 뿐 아니라 상당히 위험한 짓"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제는 환율 관찰 대상국에서 제외되지 못하면 언제든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환율 조작국이 된다면 국가 신인도가 추락하고, 외환시장과 수출 시장에 막대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미국은 이재명 정권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고, 한미 동맹도 약화돼 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대한민국이 환율 조작국이 돼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국민 노후 자금까지 끌어서는 환율 개입을 멈추고, 무모한 재정 폭주와 기업 옥재기를 전면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미 재무부의 환율관찰대상국 지정은 의도적으로 자국 통화 약세를 유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즉,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원화가 강세를 보였기에 이번 환율관찰대상국 지정과는 무관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청와대는 이날 "미국의 자체 평가 기준에 따른 다소 기계적인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환율보고서에서 미 재무부는 최근 원화 약세가 한국 경제 펀더멘털에 부합하지 않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며 "외환당국은 미 재무부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소통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정관, 러트닉과 '관세갈등' 결론 못내…"내일 다시 만난다"
정부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미국으로 급파해 관세인상 대응에 나서고 있다.
김 장관은 29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나 한 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지만 바로 합의점을 찾지는 못했다.
그는 회동 후 취재진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고 내일 아침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면서 "아직 결론이 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과의 협의에서 한국이 대미투자특별법을 비롯해 한미 간에 합의한 대미 투자를 이행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함을 설명하며 미국이 관세를 다시 올리지 않도록 설득했다.
러트닉 장관은 전날 삼성전자가 워싱턴DC의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주최한 '이건희 컬렉션' 갈라 행사에 참석했는데 축사를 하면서도 한국의 무역 합의 이행을 주문했다.
러트닉 장관은 대미 투자는 "선택(option) 사항이 아니다"라며 "한국 국회가 무역합의 이행을 위한 조치를 취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행사 참석자들이 전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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