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더봄] 두쫀쿠를 씹으며 억새밭 방화범과 생태적 스텔스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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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더봄] 두쫀쿠를 씹으며 억새밭 방화범과 생태적 스텔스를 생각하다

여성경제신문 2026-01-30 14:00:00 신고

잿더미가 된 조류들의 명품 호텔과 잔인한 욕망
지난 1월 24일, 울산의 억새밭이 한순간의 화풀이로 잿더미가 되었다. 축구장 5개 면적을 태워버린 범인은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불을 지르고 다녔단다. 지구를 생각하는 저탄소 이동수단인 자전거를 타고 고탄소 파괴 행위를 저지른 이 기막힌 상황이다.

그 억새밭은 국제철새이동경로( EAAFP)에 등재된 조류들의 서식지로서 새들에게는 명품 호텔이었다. 명품 호텔은 그렇게 무개념 투숙객의 방화로 영업 중단 위기에 처했다.

멸종위기종인 노랑부리저어새와 검은머리갈매기들은 졸지에 은신처를 잃었다. 전문가들은 억새야 다시 자라겠지만, 당장 겨울을 나야 하는 생명들에겐 생존이 걸린 비극이라 입을 모은다.

그런데 이 폐허를 두고 "불난 김에 개발이나 하자"는 목소리가 나올까 두렵다. 상처 입은 터전을 치유하기보다 그 틈을 타 자신의 욕망을 설계하려는 이 묘한 꼼수들은 마음의 숲이 타버린 이들을 대하는 우리의 잔인한 태도와 참으로 닮아 있다.

잿더미가 된 억새밭을 우울하고 무기력한 사람들의 마음과 비유하고 싶다. 그들의 상처 입은 영혼이 잿더미 위에 다시 서기 위해 필요한 것은 화려한 위로나 성급한 조언이 아니다. 검게 그을린 땅 아래에서 여전히 숨 쉬고 있는 뿌리가 스스로 새싹을 틔울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겉은 쫀득해도 속은 날카로운 두쫀쿠의 자화상

며칠전 드디어 유행하는 ‘두바이 쫀득쿠키’를 영접했다. 이게 뭐라고 줄을 30분을 섰다. 먹어 보니 맛좋다. ‘두바이 쫀득쿠키’, 줄여서 ‘두쫀쿠’라는 부르는 것의 매력은 겉과 속의 극명한 대비에 있다.

부드럽고 말랑한 겉면을 한 입 베어 물면, 그 안에서 피스타치오와 카다이프의 날카로운 바삭함이 까작거리며 터져 나온다. 겉바속촉과 반대의 식감에 사람들이 열광한다지. 두쫀쿠를 맛본 나는 오히려 다른 느낌을 받았다. 겉은 부드러워 보이지만 속은 날카로운 바늘로 채워진 사람들이 보였다. 

며칠전 드디어 유행하는 ‘두바이 쫀득쿠키’를 영접했다. 이게 뭐라고 줄을 30분을 섰다. 먹어 보니 맛좋다. ‘두바이 쫀득쿠키’, 줄여서 ‘두쫀쿠’라는 부르는 것의 매력은 겉과 속의 극명한 대비에 있다. 두쫀쿠는 우리 주변의 상처 입은 영혼들과 닮았다. /사진=김성주
며칠전 드디어 유행하는 ‘두바이 쫀득쿠키’를 영접했다. 이게 뭐라고 줄을 30분을 섰다. 먹어 보니 맛좋다. ‘두바이 쫀득쿠키’, 줄여서 ‘두쫀쿠’라는 부르는 것의 매력은 겉과 속의 극명한 대비에 있다. 두쫀쿠는 우리 주변의 상처 입은 영혼들과 닮았다. /사진=김성주

두쫀쿠는 우리 주변의 상처 입은 영혼들과 닮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잘 먹고 잘 걷는 부드럽게 쫀득한 일상을 유지하는 듯해도 그 내면에는 여러 아픔과 고통이 날카롭고 거친 카다이프 조각마냥 가득 차 있다. 사람들은 겉면의 말랑함만 보고 "괜찮아 보인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속의 날카로운 파편들을 이해하는 조력자라면 그 사람은 괜찮다고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탐조(探鳥)자의 기술, 즉 '생태적 은신(Ecological Stealth)'이다. 진정한 탐조자는 새에게 다가가기 위해 결코 화려한 등산복을 입지 않는다. 자신을 지워 풍경의 일부가 된다.

숨소리조차 주변의 소음으로 치환시키는 것이 첫 번째 덕목이다.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망을 누르고, 한 그루의 나무나 이름 없는 바위가 되는 고독한 인내. 이 예의 바른 무관심이야말로 속이 녹아버린 이들의 껍데기가 부서지지 않게 지켜주는 가장 정교한 보호막이다.

두루미와 독수리를 관찰하는 탐조자들은 새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자신을 숨긴다. 1월 17일 두루미 탐조여행에 참가한 관광객들이 탐조대에서 조용히 두루미를 관찰하고 있다. /제공=마을아카이브
두루미와 독수리를 관찰하는 탐조자들은 새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자신을 숨긴다. 1월 17일 두루미 탐조여행에 참가한 관광객들이 탐조대에서 조용히 두루미를 관찰하고 있다. /제공=마을아카이브

울타리를 넘어 풍경이 되는 생태적 은신의 길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 우리가 지속해야 할 노력은 지키는 자가 아닌 풍경으로 남는 용기다. 화재가 휩쓸고 간 자리에 새싹이 돋을 때까지 사람의 발길을 막아주는 울타리가 되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일단 싹이 올라오면 그 울타리조차 풍경의 일부로 스며들어야 한다.

조력자의 존재가 상대에게 압박이나 부채감이 되지 않도록, 그저 늘 그 자리에 있는 나무처럼 익숙한 배경이 되어주는 일은 탐조자가 숲속에서 부동자세로 견디는 시간만큼이나 고독하고 힘겨운 과정이다.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 배경이 되고 풍경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오히려 그에게 깊은 배려가 되고 치유의 길로 인내하는 것이다. 

다만 인간으로서 조력자가 경계해야 할 것은 보상에 대한 기대다. 내가 이만큼 헌신했으니 상대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때로 치유를 방해하는 또 다른 불씨가 된다. 탐조자가 새의 멋진 비상을 목격한 것만으로 만족하며 조용히 자리를 뜨듯이, 진정한 조력은 상대가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왔을 때 내가 그에게 칭찬이나 보상을 바라지 않아야 한다. 그저 담담히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

잿더미를 딛고 일어선 억새밭처럼 지금 마음이 무너진 사람들은 분명 이전보다 더 깊은 뿌리를 내리고 일어설 것이다. 그것만 알면 된다. 비록 조력자의 이름은 사라지고 그가 세웠던 울타리는 풍경 속에 녹아 없어질지라도 내가 지켜낸 정적의 시간들은 누군가가 다시 비상하는 데 소중한 활주로가 되었을 것이다. 타인의 아픔 곁에서 묵묵히 배경이 되기를 선택한 모든 이들에게 그 고요한 인내가 결국 가장 아름다운 숲을 재건하는 힘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전하고 싶다.

이러한 생태적 은신(Ecological Stealth)의 미학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오는 2월 21일, 마을아카이브가 주관하는 '마을밥상과 함께하는 철원 두루미 탐조여행'이 그것이다.

이번 여행은 두루미를 만나러 가는 길인 동시에, 우리가 자연의 일부로 스며드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생태전문가의 깊이 있는 해설을 들으며 DMZ 의 고요한 들녘을 지키는 두루미들을 멀찍이서 바라보며, 우리는 비로소 '지키는 자'가 아닌 '배경'이 되는 연습을 하게 된다. 필자도 함께 한다. 
여행문의 : 마을아카이브 (010-9139-3340)

철원군 이길리에서 수많은 두루미들이 겨울을 나고 있다.  두루미를 보호하는 주민들의 노력 덕분에 한반도를 찾는 두루미들의 개체수가 점점 늘고 있다. /제공-마을아카이브
철원군 이길리에서 수많은 두루미들이 겨울을 나고 있다.  두루미를 보호하는 주민들의 노력 덕분에 한반도를 찾는 두루미들의 개체수가 점점 늘고 있다. /제공-마을아카이브

여성경제신문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sungz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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