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새해 벽두부터 국내 항공 시장의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위한 선결 과제였던 '노선 재배분'이 마침내 확정되면서다.
국토부와 공정위의 결정에 따라 그동안 대형 국적사(FSC)가 독점해 온 알짜 노선의 빗장이 풀리고 마침내 저비용항공사(LCC)들에게도 기회의 문이 열렸다.
자카르타 상용 노선부터 미주, 유럽 장거리 노선까지 LCC가 진입하면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FSC 독점 체제는 막을 내리게 됐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환율과 고비용 구조, 안전성 문제 등 LCC가 넘어야 할 파고 또한 만만치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뉴스락>뉴스락>은 무한 경쟁 시대에 돌입한 항공업계의 현주소와 전망을 조명한다.
대한항공·아시아나 빈자리에 LCC 진입... 노선 독점 구조 변화
국내 대형항공사(FSC)가 주도하던 항공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과정에서 독과점 해소를 위해 반납된 7개 노선의 새로운 운항사가 확정되면서다.
국토교통부 항공교통심의위원회는 지난 6일 양대 항공사 기업결합의 후속 조치로 국제선 5개와 국내선 2개 등 총 7개 노선에 대한 대체 항공사 선정 및 슬롯 배분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며 부과한 '구조적 시정조치'의 일환이다. 독점 우려가 있는 노선의 운수권과 슬롯(공항 이착륙 권리)을 타 항공사에 이전해 시장의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한다는 취지다.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인천~자카르타 노선은 티웨이항공이 운항하게 됐다. 해당 노선은 비즈니스와 관광 수요가 모두 높아 수익성이 보장된 핵심 노선으로 꼽힌다.
미주 및 유럽 장거리 노선에서도 새로운 운항사가 등장했다. 대표적인 휴양지인 인천~호놀룰루 노선은 하이브리드 항공사(HSC)인 에어프레미아가 운항권을 확보했다.
기존 FSC가 양분하던 미주 노선에 합리적인 운임을 내세운 항공사가 진입하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이 밖에도 인천~시애틀 노선은 미국 알래스카항공, 인천~뉴욕 노선은 에어프레미아와 유나이티드항공, 인천~런던 노선은 영국 버진애틀랜틱이 각각 대체 항공사로 선정됐다.
국내선 역시 경쟁 구도가 강화됐다.
만성적인 좌석 부족 현상을 빚어온 김포~제주 노선의 슬롯은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파라타항공 등 4개 LCC에 균등하게 배분됐다.
특정 항공사의 점유율 집중을 방지하고 다수 항공사가 경쟁하는 환경을 조성해, 성수기 좌석난 해소와 운임 안정화를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인천~괌, 부산~괌 노선은 신청 항공사가 없어 이번 선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에 재배분된 7개 노선은 전체 이관 대상 34개 노선 중 일부다.
공정위는 지난 2024년 기업결합 심사 당시 경쟁 제한 우려가 있는 34개 노선에 대해 신규 진입 항공사 확보를 명령한 바 있다.
현재까지 인천~LA, 샌프란시스코, 파리 등 6개 노선의 이관이 완료됐으며, 이번 7개 노선을 포함해 총 13개 노선의 대체 운항사가 확정됐다.
선정된 대체 항공사들은 배정받은 운수권과 슬롯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취항 준비에 들어간다. 각 항공사는 인허가 절차를 거쳐 올해 상반기 중 순차적으로 해당 노선 운항을 시작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남은 이관 대상 노선에 대해서도 상반기부터 신속하게 이전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항공 시장 내 경쟁이 촉진되고 소비자 편익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4사 4색' 생존 방정식..."덩치 키우거나, 내실 다지거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알짜 노선 배분이 가시화된 가운데, 주요 LCC들은 변화된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각기 다른 경영 전략을 수립했다.
티웨이항공(대표 이상윤)은 대명소노그룹(소노인터내셔널)으로의 경영권 변동 이후 외형 확장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오는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사명을 '트리니티항공'으로 변경하고, 6월 공식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호텔·리조트 사업과 항공업의 결합을 통해 사업 시너지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티웨이항공은 대명소노그룹과 연계하여 항공권과 숙박, 레저 시설 할인 혜택을 결합한 통합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며 브랜드 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장거리 운항 역량 확보에도 속도를 낸다. 2022년 시드니를 시작으로 자그레브, 로마, 파리,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에 이어 밴쿠버 노선까지 취항하며 장거리 노선 운영 데이터를 축적했다.
고객 편의를 위한 인프라 개선도 병행 중이다. 최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체크인 카운터를 기존 F구역에서 A, B구역으로 이전해 동선을 효율화했으며, 프리미엄 체크인 카운터 운영을 통해 비즈니스 클래스 등 상용 수요 대응력을 높였다.
올해 A330-900 neo 기종을 도입해 기내 엔터테인먼트(IFE)와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뉴스락> 과의 통화에서 "축적된 중·장거리 노선 운항 경험과 그룹사 시너지, 공항 인프라 개선 노력을 바탕으로 자카르타 노선 역시 안정적인 좌석 공급과 운항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시장 수요와 운영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취항 준비를 진행하고 있으며, 철저한 안전운항을 최우선으로 서비스 제공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뉴스락>
제주항공(대표 김이배)은 창립 21주년을 맞아 경영 기조를 '내실 강화'로 설정했다. 김이배 대표이사는 창립기념식을 통해 외형 확대보다는 유동성 확보와 재무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안전 관리 체계 강화에 역량을 집중한다. 제주항공은 작년까지 B737-8 신규 항공기 8대를 도입했고, 올해에만 7대를 추가 도입해 기단 현대화를 통한 안전성과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작년에 인천~하코다테·싱가포르, 부산~상하이, 김포~가오슝 등 신규 노선을 확보했고 올해도 신규 시장 진출을 도모해 네트워크 경쟁력을 확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데이터 기반의 훈련 체계(EBT) 도입과 예지 정비 시스템 강화 등 안전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AI를 활용한 디지털 전환을 통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차별화된 안전 역량과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진에어(대표 박병률)는 통합 법인 출범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박병률 대표는 2026년을 에어부산, 에어서울과의 통합이 가시화되는 중요한 시기로 정의했다.
이미 3사 대표가 회동을 갖는 등 물리적·화학적 결합을 위한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이다. 통합 진에어는 50대 이상의 기단을 갖춘 대형 LCC로 거듭나게 된다.
핵심은 운영 효율화다. 노선망을 통합 운영하고 정비 및 조업 시스템을 일원화해 비용 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다.
진에어 관계자는 "고객분들이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중복 노선을 효율화해 신규 취항 등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3사가 보유한 슬롯을 통합 및 재배치해 특정 시간대 쏠림 현상을 해소하는 등 다양한 시간대의 스케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규모 기단 운영을 통해 지연 등 발생 시 대체편도 신속하게 투입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합 LCC 출범은 2027년 1분기로 예정되어 있다.
에어프레미아(대표 유명섭)는 '하이브리드 항공사(HSC)'라는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강화하고 있다. 인천~호놀룰루 운수권 확보와 인천~뉴욕 노선 취항은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FSC와 LCC의 장점을 모아 만든 하이브리드 항공사를 지향하고 있다"며 "꼭 필요한 것은 드린다는 경영방침에 따라 LCC 대비 넓은 좌석, 기내 엔터테인먼트와 장거리 노선에서 핫밀 방식의 기내식을 제공하고 있으며 음료 또한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력 기재인 B787-9 드림라이너를 운영 중인 에어프레미아는 단순한 가격 경쟁보다는 서비스 차별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형항공사(FSC) 대비 합리적인 가격과 저비용항공사(LCC) 대비 쾌적한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앞세워 장거리 여행 수요를 공략한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주류와 간식류는 유상판매하면서 LCC의 방식을 차용하기도 했고, 와이드 프리미엄 클래스는 FSC의 서비스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LCC의 운임과 비슷하면서도 FSC에 준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LCC, 역대 최대 여객에도 수익성은 '경고등'... 환율·비용 이중고
지난해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고환율과 운영 비용 상승이라는 대외 악재에 직면해 실속 없는 성장을 기록했다.
여객 수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비용 구조의 한계와 노선 경쟁 심화로 인해 실제 수익성은 기대치를 밑돌았다는 분석이다.
일본정부관광국(JNTO)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방일 한국인 수는 945만 9600명으로 집계됐다. 12월 한 달에만 약 97만 명이 출국하는 등 여객 수요는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금융정보업체와 증권가 분석 결과, 주요 상장 LCC들의 영업이익은 감소하거나 전년 대비 적자 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기 리스료와 유류비, 정비비 등 주요 운영 비용을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산업 구조상, 연평균 1422원대를 기록한 고환율 기조가 LCC의 재무 건전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
매출은 원화로 발생하고 비용은 달러로 지출되는 구조적 불일치가 수익성 악화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정 노선에 집중된 공급 과잉 현상도 실적 부진을 부채질했다. 인천-도쿄(나리타), 오사카(간사이) 등 수요가 높은 일본 노선에 각 사가 운항 편수를 경쟁적으로 늘리면서 탑승률은 90% 수준을 유지했으나, 여객수익 단가(Yield)는 오히려 하락했다.
단거리 노선의 포화 상태가 확인되면서 업계의 시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이후 재편될 장거리 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LCC의 장거리 진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업 방식을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뉴스락> 과의 통화에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LCC와 FSC 간의 비즈니스 모델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면서도 "국내 LCC가 장거리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요 창출이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뉴스락>
이 교수는 "티웨이항공 등이 장거리 노선에서 생존하려면 단순히 내국인 출국 수요에만 의존해서는 한계가 있다"며 "현지 외국인을 한국으로 유치하는 '인바운드 수요'를 적극적으로 개발해야만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대형 항공사 출범에 따른 독점 우려와 관련해서는 규제 당국의 철저한 이행 점검이 과제로 제시됐다. 통합 대한항공 출범 이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운임 인상과 서비스 품질 저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교수는 "공정위는 기업결합 승인 조건으로 향후 10년간 물가 상승률을 초과하는 운임 인상을 제한하는 등 '행태적 조치'를 마련했고, 이를 위반할 경우 엄중히 제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하반기, 운임 인상 제한 조치를 위반한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121억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또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일부 노선에서 약속된 좌석 공급량을 부당하게 축소한 사실을 적발해 총 60억 원대의 이행강제금을 추가로 부과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이미 아시아나항공의 공급 제한이나 대한항공의 서비스 관리 미흡 등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며 감시 기능이 작동하고 있다"며 "규제 당국이 합의된 규정안을 원칙대로 적용하고 관리한다면 독점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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