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안방극장 주말 대전의 승기를 거머쥔 주인공은 MBC 금토드라마 〈판사 이한영〉이다. 4%대에서 시작한 시청률이 단숨에 10%를 돌파하며 수직 상승한 비결은 무엇일까. 대중은 이제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에서 고뇌하는 주인공보다, 초자연적 힘을 빌려 악인을 가차 없이 짓밟는 ‘무오류의 심판자’에 열광한다. 법적 절차와 윤리적 고뇌를 생략한 채 사이다를 콸콸 들이붓는, 이른바 ‘초자연적 정의구현’의 흐름을 주도한 세 작품을 톺아본다.
〈판사 이한영〉
회귀라는 치트키가 만든 ‘프리패스’ 응징
안방극장에서 흔히 쓰이는 회빙환(회귀·빙의·환생) 소재가 ‘정의구현’이라는 목적지를 만나면 어떤 파괴력을 갖는지 〈판사 이한영〉은 여실히 증명한다. 그릇된 삶을 살다 죽음을 맞이한 적폐 판사가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이 판타지적 설정은 주인공 이한영(지성)에게 일종의 ‘미래 예지’라는 치트키를 부여한다.
MBC 금토드라마 〈판사 이한영〉 스틸
MBC 금토드라마 〈판사 이한영〉 스틸
단순 절도범으로 법정에 선 자가 사실은 끔찍한 연쇄살인마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그에게, 증거 불충분이나 인권 보호라는 법적 윤리는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기존 장르물이 범인을 특정하고 단죄하는 과정에서 겪던 고뇌를 ‘2회차 인생’이라는 설정으로 가볍게 건너뛰는 것. 덕분에 시청자는 일말의 고구마 없는 전개 속에서 배가된 통쾌함을 맛본다.
〈지옥에서 온 판사〉
인간의 법정을 넘어선 악마의 집행
SBS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 스틸
SBS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 스틸
SBS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 스틸
SBS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 스틸
마찬가지로 판사(박신혜)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13%대 흥행을 기록한 SBS 〈지옥에서 온 판사〉는 한발 더 나아가 저돌적이다. 회귀가 ‘정보’의 우위를 점한 것이라면, 이 작품은 아예 악마가 판사의 몸에 ‘빙의’했다는 설정으로 ‘권능’의 우위를 점한다.
진짜 악마이기에 인간이 저지른 죄악을 단숨에 꿰뚫어 보고, 법적 판결보다 확실한 단죄인 ‘지옥행’을 곧장 집행한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이들에게 주저함 없는 단죄를 보여주는 모습은, 공권력의 한계를 초자연적 심판으로 치환하며 시청자들의 대리만족을 극대화했다. 윤리적 제약을 탈피한 악마의 집행은 역설적이게도 인간이 그토록 갈구하던 ‘완벽한 정의’에 닿아 있다.
〈살인자ㅇ난감〉
신만이 가능한 ‘악인 감별’의 딜레마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은 앞선 두 작품과 달리 회귀나 빙의라는 명시적 설정은 없지만, 주인공 이탕(최우식)이 깨닫게 되는 ‘악인 감별 능력’을 통해 초자연적 정의를 논한다. 우발적으로 저지른 살인의 피해자들이 알고 보니 죽어 마땅한 흉악범이었다는 사실은 이탕을 단순한 연쇄 살인마가 아닌, 인간 외적인 존재로 격상시킨다.
이 기이한 능력은 전직 형사 송촌(이희준)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인간이 인간을 심판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실수와 착오를 고뇌하는 송촌의 모습은, 역설적으로 100% 확률로 악인을 골라내는 이탕의 초자연적 능력을 더욱 부각한다. 신의 영역에 발을 들인 주인공이 선사하는 피카레스크적 매력은, 정의구현의 방식이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서늘한 지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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