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본격화되고 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기초연금의 역할 재정립과 함께 국민연금·퇴직연금을 아우르는 노후소득 보장 체계 전반의 구조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강조하면서다. 단순한 보험료율·급여율 조정 수준을 넘어, 고령사회에 맞는 연금 체계의 근본적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분명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김 이사장은 29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모수개혁은 물론 구조개혁 논의까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이 각각 따로 움직이는 구조에서 벗어나 노후소득 전체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기초연금 제도의 현주소를 짚으며 "지금의 기준이 과연 제도 도입 취지와 시대 변화에 부합하는지 점검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이 전 국민 제도로 안착하기 전, 충분한 가입 기간을 확보하지 못한 노인층의 최소한의 생활 안정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제도 도입 이후 약 20년 동안 선정기준액이 크게 높아지면서, 당초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실제로 기초연금 선정기준액은 제도 도입 초기와 비교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올해 기준 단독가구 선정기준액은 월 247만원 수준으로, 중위소득에 근접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 결과 상당수 중산층 노인도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 포함되면서, 제한된 재원이 보다 두터운 지원이 필요한 계층에 충분히 집중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반복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이에 대해 "하위 70%라는 일률적인 기준이 현재의 소득 구조와 고령화 환경에 맞는지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단순히 수급 대상을 줄이는 방식은 사회적 합의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기준 조정과 제도 재설계를 병행하는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기초연금 개편 논의가 단순한 재정 절감 차원이 아니라, 국민연금과의 역할 분담을 다시 설정하는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초연금이 보편적 현금 지원에 가까워질수록 국민연금의 소득비례 기능은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장기적으로는 연금 전체의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연구기관들 역시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여러 분석에서는 기초연금의 수급 대상을 보다 정교하게 조정하고, 절감된 재원을 저소득 노인 지원이나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에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짧거나 불안정한 계층에 대한 보완 없이 현행 구조를 유지할 경우, 노후 빈곤 문제는 오히려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이사장은 추가 연금개혁의 불가피성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최근 보험료 인상과 제도 개편으로 시간을 벌었지만, 이것만으로는 고령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며 "완성형 제도라고 보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다만 자동조정장치 도입과 같은 급여 삭감 중심의 접근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국민연금 평균 수급액 역시 생활비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급여 축소 위주의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할 경우 또 다른 형태의 노후 빈곤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금 재정 안정과 노후 소득 보장 사이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퇴직연금에 대한 문제의식도 드러냈다. 김 이사장은 "퇴직연금이 여전히 '연금'이라기보다 '목돈'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중도 인출과 낮은 수익률로 인해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퇴직연금 기금화 논의와 관련해 공적 기관의 제한적 참여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 역시 퇴직연금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며, 계약형 중심의 현행 구조에 기금형 요소를 병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장기 수익률을 높이고, 국민연금과 보완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 기금운용과 관련해 제기되는 정치적 개입이나 환율 대응 논란에 대해서는 "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은 흔들림 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연금은 특정 집단의 이해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라며 "연금개혁, 사각지대 해소, 책임투자 강화를 통해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연금 제도를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연금개혁 논의는 늘 사회적 갈등을 동반하지만, 고령화와 인구 구조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이번 발언을 계기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퇴직연금의 역할을 다시 짜는 중장기적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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