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무죄 판단 근거, 주요 쟁점과 사실관계 유사한 오 시장 사건에도 적용될까
정치브로커·지지자 '비용대납' 사건구조 달라 예단 어려워…3월 재판 본격화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법원이 김건희 여사의 혐의 중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은 부분에 무죄를 선고함에 따라 비슷한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 재판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30일 서울시와 법조계에 따르면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김 여사에게 최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가 무죄를 선고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여러 공통점이 있다.
오 시장은 2021년 1월 22일부터 그해 2월 28일까지 명씨에게 10차례 여론조사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현금 3천300만원을 사업가 김한정씨가 대납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김 여사가 최근 무죄를 선고받은 부분은 2021년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공모해 명씨로부터 58차례 2억7천여만원 상당의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은 혐의다.
이처럼 공소사실의 많은 부분과 핵심 관련자가 일치하는 만큼 오 시장 측은 이번 판결이 같은 법원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에서 진행 중인 1심 판단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한다.
각 재판부는 원칙상 독립적으로 사건을 판단하는 만큼 별개의 사건에서 결과가 엇갈리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사실관계와 쟁점이 겹치는 만큼 한발 앞서 판결된 김 여사 사건의 판단이 오 시장 사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오 시장 측은 크게 7대 쟁점에서, 동일 적용할 경우 참고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 정식적 계약은 물론 묵시적 계약도 없음 ▲ 여론조사를 미끼로 한 명태균의 전형적 접근 수법 ▲ 명씨는 본인 이익을 위해 여론조사를 한 것 ▲ 지시 증거가 없으므로 이익의 전속적 귀속도 불성립 ▲ 실제 전달 받은 여론조사는 일부에 불과 ▲ 여론조사 비용은 여의도연구원·배모 씨 등 다른 경로로 충당 ▲ 재판부의 명태균에 대한 판단("과장이 심하고 다소 망상적인 사람") 등이다.
◇ '계약 없었다'·'명태균 허풍'…오세훈 사건도 해당
김 여사 재판부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본 핵심 근거 중 하나는 김 여사가 명씨 측과 여론조사에 관한 계약을 맺은 바 없고 여론조사 방법, 결과 공표나 배포에 관해 명씨에게 지시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피고인(김 여사)과 미래한국연구소·피플네트웍스(PNR) 사이 여론조사 관련해 계약이 체결됐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명태균은 여의도연구원과는 여론조사에 관한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피고인 부부와는 계약서를 작성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 측은 "오 시장 역시 명씨나 미래한국연구소·PNR과 여론조사 계약을 맺지 않았고 구두나 묵시적인 계약을 체결한 증거도 없다"며 "명씨는 오 시장 측에 여론조사 비용 이야기를 한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오 시장은 명씨의 여론조사 전후 실시 여부, 설문 설계, 조사 기간과 방법, 결과에 대한 분석과 평가, 조사 결과의 공표·배포 시점과 활용 방안 등 어떤 사안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 재판부는 명씨가 과장이 심한 인물인 만큼 진술 신빙성을 믿을 수 없고 여론조사 역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는데, 이 역시 오 시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명태균은 '빵선 국회의원 이준석을 당대표로 만들고, 빵선 대통령 윤석열도 당선시켰으며, 10년 백수인 오세훈도 서울시장 만들었다'고 말하는 등 능력에 대한 과장이 심하고 다소 망상적인 사람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외에 명씨가 김 여사에게만 제공한 여론조사는 3차례뿐이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함께 제공했다는 점 역시 무죄의 근거가 됐는데, 특검이 오 시장을 기소하면서 공소사실에 담은 10차례의 여론조사 중 오 시장에게 전달된 것은 3건(2건은 중복)에 불과하다.
또한 김 여사 판결에선 여론조사의 설계부터 실시, 공표, 배포 과정까지 어떠한 지시나 관여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론조사로 얻게 되는 이익이 귀속되는 것을 부정했는데, 오 시장 역시 여론조사 전후 전 과정에 관여한 사실 및 증거가 없으므로 '이익의 전속적 귀속'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오 시장 측은 본다.
◇ '비용 대납' 김건희와 다른 구조…3월 재판 본격화
다만 김 여사와 오 시장의 공소사실이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명씨의 여론조사에서 출발했다는 연결고리가 있으나 사실관계 자체가 다른 점이 있고 사건의 구조에도 차이점이 있어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다.
김 여사는 명씨의 여론조사 제공 자체가 재산상 이익이라는 이유로 기소된 것과 달리 오 시장은 김씨가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어 차이가 있다. 오 시장 사건에선 김씨가 불법 정치자금 기부 혐의가 적용돼 공범으로 기소된 상태다.
만약 특검이 재판에서 '오 시장이 김씨에게 여론조사비를 대납해달라고 요구했다'는 핵심 사실을 입증한다면 김 여사 사건과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오 시장 측은 수사 초기부터 일관되게 "명씨가 대통령 부부와 친하다고 여긴 김씨가 오 시장을 위해 명씨를 도와줬을 뿐 비용을 대납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고, 김씨 역시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후원자이자 지지자이기도 한 김씨가 오 시장을 위한다는 자신의 필요나 목적에 의해 여론조사 비용을 댔을 뿐이라는 취지다.
앞서 수사 단계부터 오 시장 측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고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수사와 기소라고 반발해왔다. 유무죄를 판가름할 증거조사는 오는 3월 본격화한다.
법원은 3월 4일 첫 공판을 열어 명씨의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 실무자이자 의혹의 첫 제보자로 알려진 강혜경씨의 증인 신문을 진행한다. 이어 3월 18일과 20일 두 차례 공판에서 명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강씨는 당초 명씨 업체에서 일했으나 두 사람의 사이가 틀어져 서로 공격하는 입장이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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