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캐나다 자동차 협력 '공장 유치'가 아닌 '북미 공급망 재편 신호탄'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한국–캐나다 자동차 협력 '공장 유치'가 아닌 '북미 공급망 재편 신호탄'

폴리뉴스 2026-01-30 11:21:15 신고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국과 캐나다가 자동차 산업 협력을 제도화 단계로 끌어올리면서, 양국 협력의 성격이 단순한 투자 유치나 외교적 선언을 넘어 북미 자동차 공급망 재편에 대응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한–캐나다 산업협력위원회 기반 협약은 '공장 하나를 더 짓는 문제'가 아니라,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북미 모빌리티 질서 속에서 한국 산업의 입지를 확장하려는 구조적 움직임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한국 자동차 산업이 미국 단일 시장 의존에서 벗어나 북미 생산·공급의 다층 구조를 확보하려는 시도라는 점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각종 통상 규제는 '미국 내 생산'만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캐나다가 배터리·광물·부품에서 미국과 사실상 동일한 전략 공간으로 편입돼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캐나다는 이미 미국과 자유무역 체제 하에 있으며,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에서 핵심광물 채굴–정제–재활용까지 이어지는 완결형 공급망 구축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 중이다. 한국이 캐나다 내 자동차 제조 기반 확대를 공식 의제로 올린 것은, 미국의 규제 환경을 우회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미국 규칙을 충족시키기 위한 '가장 안정적인 경로'를 택한 셈이다.

이번 협약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완성차 생산 확대보다 배터리 생산·소재 가공·핵심광물 정제가 반복적으로 강조됐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 자동차 산업이 더 이상 조립 중심의 경쟁이 아니라, 배터리와 원자재 단계에서부터 주도권을 확보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캐나다 정부가 배터리 공급망 투자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캐나다는 풍부한 니켈·코발트·리튬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연결하는 데에는 아시아 기업의 기술과 자본이 필수적이다. 한국은 배터리 셀, 소재, 시스템 전반에서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가로, 캐나다 입장에서는 단순 투자 유치 이상의 전략적 파트너가 된다.

이번 협력의 또 다른 특징은 한–캐나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 협력 포럼을 상설 구조로 만들겠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 교체나 단기 외교 이벤트에 따라 흔들리는 MOU가 아니라, 정기적인 산업 정책 조율과 프로젝트 발굴이 가능한 제도적 틀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이 포럼은 향후 전기차 생산, 배터리 공장 입지, 핵심광물 공동 투자, 기술 표준 협력 등에서 사전 조율 창구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 규제·보조금 조건이 수시로 바뀌는 상황에서, 이러한 상설 협의 구조는 한국 기업에게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는 안전판이 된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캐나다를 방문 중인 배경에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가 있다는 점도 이번 협력의 의미를 넓혀준다. 자동차와 방산은 표면적으로 다른 산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국가 간 전략 신뢰와 산업 역량을 동시에 시험하는 분야다.

자동차·배터리 협력이 캐나다 지역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수록, 캐나다 정부 입장에서는 한국을 단순한 무기 공급국이 아니라 장기 산업 파트너로 인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방산·조선·에너지 등 다른 전략 산업으로 협력이 확장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든다.

다만 이번 협력이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한국 기업들이 단순 생산 이전이 아니라 캐나다를 북미 전략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명확한 시나리오를 제시해야 한다. 전기차 조립 공장 하나로는 의미가 제한적이며, 배터리–광물–부품–완성차를 연결하는 입체적 생태계 구축이 관건이다.

결국 이번 한–캐나다 자동차 협력은 '캐나다에 공장을 세운다'는 뉴스가 아니라, 한국 자동차 산업이 북미 질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관세와 보조금이 산업의 성패를 가르는 시대, 한국은 캐나다를 통해 규제 대응과 성장 전략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실험에 들어간 셈이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