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경제는 생산·소비·투자가 나란히 증가하며 겉으로는 '균형 회복'의 모습을 보였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성장의 동력은 제한적이고 회복의 온기는 고르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와 조선업 등 일부 주력 산업이 버팀목 역할을 했으나, 내수와 건설 경기 부진이 발목을 잡으며 전반적인 성장폭은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산업 생산지수(농림어업 제외)는 전년 대비 0.5% 증가했다.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 역시 0.5% 늘었고, 설비투자는 1.7% 증가하며 생산·소비·투자가 2021년 이후 4년 만에 동시에 플러스를 기록했다. 다만 전산업 생산 증가율은 2020년 이후 가장 낮아, 회복세의 질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별로 보면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와 조선업이 사실상 성장을 견인했다. 지난해 광공업 생산은 전년 대비 1.6%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반도체 생산은 13% 이상 늘며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와 고부가가치 메모리 반도체 수출 증가가 맞물리면서 생산 확대를 이끌었다. 기타운송장비, 특히 유조선과 특수선박을 중심으로 한 조선업 생산도 큰 폭으로 증가하며 광공업 전체를 떠받쳤다.
반면 비금속 광물과 1차 금속 등 전통 제조업 일부는 글로벌 공급과잉과 수요 둔화의 영향을 받아 생산이 감소했다. 철강을 중심으로 한 소재 산업의 부진은 국내 제조업 전반의 체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건설 경기 침체 역시 생산 증가폭을 제약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서비스업 생산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교육 서비스 등 일부 분야에서 감소했지만, 보건·사회복지와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복지 수요 확대와 온라인 유통 채널을 포함한 소비 구조 변화가 서비스업 생산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 흐름은 더욱 엇갈렸다. 지난해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0.5% 증가했지만, 이는 승용차 등 내구재 소비가 4% 넘게 늘어난 데 따른 결과였다. 반면 의복 등 준내구재와 화장품 등 비내구재 소비는 오히려 감소했다. 고금리 기조와 가계의 소비 심리 위축 속에서 필수 지출과 선택적 지출 간 양극화가 뚜렷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유통 업태별로도 명암이 갈렸다. 대형마트와 면세점, 슈퍼마켓, 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판매는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반면 승용차 및 연료 소매점, 무점포 소매, 전문소매점 등은 소폭이나마 증가세를 유지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대형 소비나 특정 목적 소비에는 지갑을 열었지만, 일상 소비에서는 지출을 줄이는 경향이 강화됐음을 보여준다.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1.7% 증가하며 비교적 선방했다. 자동차 등 운송장비와 반도체 제조용 기계 투자가 늘어난 것이 주요 요인이다. 다만 국내 기계 수주는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건설기성은 큰 폭으로 감소해 전체 투자 흐름에 부담을 줬다. 지난해 건설기성은 건축과 토목 부문이 모두 줄며 전년 대비 16% 이상 감소했다. 주택 착공 감소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위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반대로 건설수주는 주택 부문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토목 부문에서는 감소했지만, 건축 부문 수주가 늘면서 전체 건설수주는 전년 대비 4% 이상 증가했다. 이는 향후 건설 경기의 바닥 통과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되지만, 실제 기성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차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단기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월별 흐름을 보면 지난해 12월 전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1.5% 증가하며 비교적 뚜렷한 반등을 보였다. 서비스업과 광공업, 건설업이 고르게 증가한 영향이다. 소매판매도 0.9% 늘며 연말 소비 효과가 일부 반영됐다. 반면 설비투자는 운송장비 부진으로 3% 이상 감소해 투자 회복의 불안정성을 드러냈다.
경기 판단 지표는 엇갈린 신호를 보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소폭 하락한 반면,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상승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경기 모멘텀이 약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일부 회복 기대가 살아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이러한 기대가 실제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내수 회복과 산업 구조 전반의 균형 있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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