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물가 상승이 장기화되면서 집에서 전문점 수준의 맛을 즐기려는 소비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식사가 아니라, 맛과 품질을 기준으로 한 선택이 늘어나며 ‘스마트 미식’이 새로운 식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를 기록했지만, 식료품 및 외식 물가는 3.2% 오르며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외식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외식 빈도를 줄이는 대신 집에서 만족도 높은 식사를 찾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디지털 환경과 간편식에 익숙한 2030 세대가 있다.
2030 소비자들은 가격만을 기준으로 선택하던 과거와 달리, 전문점 수준의 맛과 완성도를 갖춘 제품이라면 추가 비용을 감수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유명 맛집의 조리 방식이나 레시피를 구현한 간편식, 신선한 재료를 강조한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다. 실속과 미식 경험을 동시에 고려하는 소비 패턴이 확산되면서 간편식 시장의 기준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식품업계는 이 흐름에 맞춰 고급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하림의 ‘The미식(더미식)’은 외식 전문점에 가까운 맛 구현을 전면에 내세운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더미식 해물짬뽕’은 20시간 이상 우려낸 돈골과 해물 육수를 배합해 국물의 깊은 맛을 살렸고, 고춧가루와 마늘, 양파를 직접 볶아 만든 양념장에 오징어와 홍합 등 해물 건더기를 풍성하게 담았다. 지역 별미를 구현한 ‘더미식 안동국시’ 역시 사골과 양지 육수를 기반으로 도톰한 건면을 사용해 안동 지역 전통 국수의 담백한 맛을 재현했다.
신세계푸드의 프리미엄 냉동 샌드위치 브랜드 ‘베키아에누보’도 대표적인 사례다. 연간 판매량 500만 개를 넘긴 이 제품은 에어프라이어와 오븐 조리만으로 전문점 수준의 맛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바질치즈 치아바타 샌드위치’는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월평균 4만 개 이상 판매되며 2030 소비층의 선택을 받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유명 셰프들과 협업한 ‘셰프 컬렉션’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이며 미식 경험을 강조했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들이 참여한 이번 제품군은 고메 우동, 비비고 국물요리, 중화요리 등 총 33종으로 구성됐다. 셰프 개개인의 레시피를 제품에 반영해 집에서도 전문점 메뉴에 가까운 맛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풀무원식품은 이탈리아 파스타 브랜드 바릴라와 협업해 프리미엄 파스타 키트 ‘아티장 미트라구 라자냐’를 출시했다. 145년 전통의 바릴라 레시피를 기반으로, 진한 미트라구 소스와 베샤멜 소스를 활용해 정통 이탈리안 라자냐의 풍미를 구현했다는 평가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프리미엄 간편식 시장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시선도 존재한다. 가격대가 일반 간편식보다 높은 만큼, 소비자 만족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재구매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품질 관리와 제품 차별화가 관건으로 꼽힌다. 단순한 고급 이미지보다 맛과 완성도로 신뢰를 쌓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식과 집밥의 경계가 흐려지는 가운데, 스마트 미식을 둘러싼 소비 변화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식품업계가 프리미엄 전략을 어떻게 고도화해 나갈지, 또 소비자 선택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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