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 | 한국 축구의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은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최근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의 국제대회 부진은 이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결과만 놓고 보면 한두 경기의 실패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한국 축구가 오랫동안 외면해 온 구조적 문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과거 한국 축구는 연령별 대표팀에서만큼은 아시아 최강을 자부했다. 체력, 조직력, 정신력이라는 분명한 강점이 있었다. 국제대회에서 ‘쉽게 지지 않는 팀’이라는 인식도 확고했다. 그러나 최근 U-23 대표팀은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전술적 유연성이나 개인 기량에서도 경쟁국에 밀리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노출했다. 이는 특정 감독이나 선수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가장 큰 원인은 육성과 경쟁 구조의 단절이다. 유소년, 중고등, 대학, 프로로 이어지는 경로는 여전히 폐쇄적이며 실력보다 연차와 이력에 따라 기회가 배분되는 구조가 남아 있다. U-23 연령대는 성인 축구로 넘어가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나 실제 경기 경험과 압박 속에서 성장할 기회는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다. 반면 일본과 중동, 심지어 동남아 국가들까지도 이 연령대 선수들을 일찍부터 실전에 노출시키며 경쟁력을 키워왔다.
두 번째는 전술, 지도 철학의 정체성 부재다. U-23 대표팀은 대회마다 다른 색깔을 시도하지만 ‘한국 축구다운 축구’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빌드업하다 갑자기 롱볼로 전환되고, 압박을 시도하다 조직이 무너진다. 이는 단기 성과 중심의 대표팀 운영과 장기 철학 부재가 만든 결과다. 대표팀은 실험장이 아니라 축적된 철학이 구현되는 무대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부족도 크다. 아시아 축구는 이미 피지컬과 속도, 전술 완성도에서 상향 평준화됐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우리가 하면 된다’라는 과거의 성공 공식에 머물러 있다. U-23 대표팀의 고전은 한국 축구가 추월당하는 위치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U-23 대표팀의 실패는 위기가 아니라 경고다. 이 신호를 외면한다면, 성인 대표팀의 경쟁력 하락은 시간문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군가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육성 구조, 지도 철학, 경쟁 환경 전반을 다시 설계하는 용기다. 한국 축구는 다시 강해질 수 있다. 다만 예전 방식으로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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