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국의 기상 조건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예기치 못한 날씨 변화는 소비자물가지수(CPI) 구성 요소 중 단기적으로 신선식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2003년부터 2023년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기상 충격이 발생한 직후부터 오르기 시작한 물가는 약 2개월 뒤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폭염과 한파 등 이상 기온보다 폭우, 가뭄 같은 강수량 변화가 물가를 더 많이 올렸다. 특히 여름철 강수량이 역사적 평균에서 벗어날 경우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컸다. 지구 온난화로 여름철 이상기후가 더 자주, 극심하게 나타날 가능성을 감안하면 향후 기상 여건 변화가 물가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선식품은 필수재인 만큼 가격 급등 시 가계에 상당한 부담인데다 일시적이나마 소비자물가와 인플레이션 기대가 상승햘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단기적으로 근원물가 역시 소폭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됐다.
다만, 연구 결과 기상 요인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은 3개월을 넘기지 않고 소멸했으며 물가의 기저 흐름인 근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농산물 가격이 올라도 외식비나 공업제품 등 다른 품목으로 가격 상승이 전이되는 ‘2차 효과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보고서를 쓴 이승희 KDI 부연구위원은 “소비자물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근원물가 수준과 비슷해지는 경향을 보였다”며 “기상 요인에 따른 신선식품 가격의 급격한 변동이 인플레이션의 장기적인 추세를 변화시키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같은 맥락에서 날씨로 인한 물가 변동을 금리 인상과 같은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조정할 수 있지만, 일시적 물가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단기에 끝나는 기상 충격에 대응해 금리를 올리거나 내릴 경우 오히려 실물 경제에 불필요한 비용만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대신 신선식품 가격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농산물 수입 확대 등 공급원 다변화 정책을 통해 공급 부족 문제를 대응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제언이 나왔다. 국내 생산량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이상 기후가 발생할 때마다 물가 쇼크를 피할 수 없어서다. 이 부연구위원은 “공급 측면의 대응력은 향후 피할 수 없는 기후 변화에 직면했을 때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상 기후 속에서도 안정적인 수확을 기대할 수 있는 농업 기술을 개발하고, 기후 적응형 품종을 보급하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농업 인프라의 복원력을 높이는 등의 근본적인 대응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