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미래에셋생명이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환원 강화와 주가 재평가(리레이팅)를 향한 승부수를 던졌다. 2018년 PCA생명 합병 이후 잔존하던 물량을 대거 정리하며 시장의 해묵은 과제였던 ‘공급 과잉’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1600만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소각 대상은 2018년 PCA생명과의 합병 과정에서 발행된 합병 신주 중 약 50%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전체 보통주 발행주식 수의 약 9%에 달하는 상당한 규모다.
이번 소각의 핵심은 단순한 주주환원을 넘어 ‘자산 가치의 재발견’에 있다. 그간 보험업종은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순이익은 늘었으나 자본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가치가 장부가격에도 못 미치는 저평가 국면에 머물러왔다.
자사주 소각은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과 주당순자산(BPS)을 즉각적으로 끌어올린다. 특히 시장이 부여하는 멀티플(수익성 대비 주가 배수) 자체가 낮았던 상황에서, 이번과 같은 대규모 소각은 '만성적 저평가'를 해소하고 주가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리레이팅(Re-rating)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들이 저PBR(주가순자산비율)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9%에 육박하는 소각은 시장에 강한 임팩트를 줄 것”이라며 “자본 유출 우려보다 자산 효율화에 집중했다는 점이 투자 심리를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K-ICS 등 재무건전성 자신감…‘일회성’ 아닌 ‘방향성’
보험업권은 K-ICS(신지급여력제도) 도입 이후 자본 관리의 난도가 높아졌으나, 미래에셋생명은 비교적 안정적인 재무 지표를 바탕으로 이번 소각을 결정했다는 평가다. 회사 측은 “그동안 재무건전성을 보수적으로 관리하며 축적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선제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지속성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이번 공시를 통해 “향후 상법 개정안 등 규제 환경 변화에 따라 추가적인 소각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단발성 이벤트를 넘어 향후 중장기적인 자본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될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이번 소각이 최종 완료되기까지는 몇 가지 단계가 남아있다. 일반적인 이익소각과는 달리 주주총회와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절차적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향후 소각 확정 공시와 승인 과정에서의 변동 여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은 주가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는 데 탁월하지만, 실제 리레이팅이 안착하려면 소각 후에도 자본 효율성이 유지된다는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며 “이번 결정이 미래에셋생명의 저평가 매력을 부각하는 확실한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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