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플랫폼의 갑질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정부와 여당은 온플법안 제정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와 국내 산업계를 중심으로 강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통상 압박까지 이어지며 정부의 온플법 추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달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을 단일안으로 정하고 정무위 제2법안소위에 상정됐지만 한 달 반이 지난 현재까지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개최 협상이 늦어지고 있어서다. 국회가 미국의 통상 압박을 의식해 차일 피일 미루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 간사인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 흐름을 보면서 현재 내부적으로 법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국회 정책위원회 등과 (미국 통상이슈와 결부돼) 쟁점이 될 수 있는 사항을 세부적으로 점검하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합법안으로 올라온 이정문 의원안에는 그간 쟁점이 됐던 부분이 대부분 제외됐다. 대표적으로 사전지정제와 수수료 관련 조항이 빠졌다. 법안은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거래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를 위해 △계약 관계 투명화 의무 △사전 통지 의무 △불공정 거래 금지 등 플랫폼 규제의 틀을 세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이정문 의원실 측은 설명했다. 미국과 여당이 민감해할 만한 요소들을 모두 제거하고 플랫폼 규제 법안을 조속히 제정하겠다는 정부와 여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정문 의원실은 "미국 통상이슈와 최대한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야당 의원들과도 합의할 수 있도록 통합 법안을 만든 것"이라면서 "법안 제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사전지정제, 수수료 상한, 독과점 부분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이 민감해하는 부분을 모두 덜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미 팩트시트가 확정된 이후 공정위원회도 최대한 국회에 따르겠다는 입장이고 3월쯤 정무위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미국은 여전히 통상 문제와 결부시켜 플랫폼 규제 흐름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은 지난 21일 논평을 통해 한국의 플랫폼 규제 입법 흐름을 지적하면서 "형식적으로는 미국 기업을 명시적으로 차별하는 법안은 아니지만 사실상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무역법 301조를 발동해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검토하는 등 미국 의회와 행정부는 이러한 비관세 장벽에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도 미국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차별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ITIF는 "미국 기술 기업들은 위반 건수 대비 과징금 규모에서 유독 불균형적으로 큰 부담을 지워왔다"고 했다. 쿠팡을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하면서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 처분으로 국내 기업(현대자동차·SK그룹·한샘) 등과 비교해 건수 대비 과징금 총액이 가장 많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산업계도 플랫폼을 규제라는 틀 안에 가두면 안 된다고 반대하는 입장이다. 플랫폼은 전통 산업과는 달리 동태적 특성을 가지는데, 어느 특정 시점의 정량 지표에 기반한 규제가 작동할 수 없다 것이다. 어떤 행위를 금지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혁신을 위한 조건을 고민하고 직접 개입이 아닌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승혜 디지털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규제 사례를 분석해보면 시장지배적 기술기업들의 독점은 당국의 구제 조치가 아닌 새로운 혁신 기업의 등장으로 해결돼왔다"면서 "한번 제정된 법률은 쉽게 바꿀 수 없을뿐더러 섣부른 규제가 초래한 시장 왜곡은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지금의 선택은 향후 수십 년간 한국 플랫폼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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