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구순이 된 김양무 할머니가 생애 첫 전시회를 열었다.
이달 31일까지 장안구민회관 1층에 위치한 노송갤러리에서 열리는 김양무 할머니의 ‘90세, 삶을 그리다’에선 8절 남짓한 스케치북에 담아낸 할머니의 세상을 만날 수 있다.
광교산 자락에 살며 1남6녀를 길러낸 할머니는 장성한 자식들이 하나 둘 떠나고 뒤돌아보니 남은 건 노구와 시간 뿐이었다. 자식들이 걸어 온 안부 전화에 할 수 있는 답이라곤 “누워있다, TV보고 있다” 뿐인 삶이었다.
김양무 할머니의 넷째 딸 이정현씨는 “엄마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무료할지, 기력이 더 쇠하는 건 아닌지 염려되는 마음에 어르신들에게 좋다는 색칠공부 책 몇 권을 사다 드렸다”며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어머니가 다양하고 감각적인 색감으로 색칠공부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런 엄마를 열심히 칭찬했다. 엄마가 어린 자식을 칭찬과 격려로 길러냈듯이, 늙어버린 엄마에게 긍정적인 언어로 힘과 용기를 주고 싶었다.
딸들은 어머니에게 스케치북에 자신이 바라 본 세상을 자유롭게 그리도록 권했다. 그 안에는 여러 이야기가 담겼다. 집근처 나무, 그 아래 옹기종기 모여 사는 개미들의 일상과 수십년 전 세상을 떠난 남편의 뒷모습, 평소 좋아하는 피자를 손주들과 나눠 먹던 시간,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나무 등 할머니가 보고, 생각하고, 좋았던 모든 순간을 표현해냈다.
김양무 할머니는 “내가 본 것,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 이런 걸 그려도 되나 싶었지만 그릴수록 재미있고 여러 생각들이 떠올랐다”며 “똑같은 색연필로 색칠을 해도 오늘 시작한 것은 그날 끝내야 색이 일정하기 때문에 되도록 하루를 넘기지 않으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서툴지만 소중한 그림들이 한 두 장 쌓여갈때쯤 넷째 이씨는 노송갤러리 연중 대관 신청을 위해 구순 어머니가 그림을 그리게 된 이야기를 적어냈다. 장안구의 ‘1인 1작품 걸기’, ‘1가구 1그림' 캠페인 취지에 부합해 일주일 남짓 대관의 기회를 얻었다.
김 할머니는 “나한테 말도 없이 전시회를 하겠다고 약속부터 잡아놓은 딸들이 야속했다”면서도 "창피당하지 않으려고 다양하고 많은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자녀들도 “처음 대관 소식을 말씀드렸을 땐 무척 당황해 하셨지만 전시회를 한다는 책임감이 어머니에게 활력을 불어넣었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음력 12월12일이 생일인 김 할머니는 전시회 기간 중인 1월30일 구순을 맞았다. 김 할머니는 “나같은 늙은이가 이런 전시회를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잘봤다고 말해줘 참 고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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