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XCX와 카일리 제너, 동시대 아이콘의 만남.
팝의 최전선에서 실험을 멈추지 않는 찰리 XCX가 또 한 번 흥미로운 수를 던졌습니다. 찰리 XCX의 ‘Residue’ 뮤직비디오에 카일리 제너가 깜짝 등장한 것이죠. 후반부의 단 몇초의 등장만으로도 충분한 화제를 불러온 이 조합은 그 파급력을 단번에 증명합니다.
28일 공개된 ‘Residue’는 찰리 XCX가 주연을 맡은 아이단 자미리의 신작 영화 ‘더 모먼트(The Moment)’의 사운드트랙에 수록된 곡입니다. 해당 영화는 1월 30일부터 일부 극장에서 상영될 예정인데요. 영화 속 사운드트랙의 뮤직비디오가 먼저 공개면서 그 비주얼이 영화의 분위기를 선공개하는 위와 같은 구조는 최근 자주 포착되는 방식이죠. 하지만 찰리 XCX가 이를 활용하는 방식은 한층 더 노련합니다. 노래는 하나의 싱글로 완결성을 갖추면서도 동시에 영화의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예고합니다.
뮤직비디오는 한 손에 담배를 쥔 찰리의 모습을 클로즈업하며 시작됩니다. 이내 그는 담배를 끄고 공사 중인 거리를 걸어 나서고, 카메라는 그의 움직임을 따라 어둡고 밀폐된 건물로 시선을 이끕니다. 빛이 거의 닿지 않는 지하로 내려가는 동안 어둠 속에서 인물들의 형체가 간헐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죠. 계단 끝에 도착한 공간에는 찰리와 동일한 외형의 클론들이 모여 있고 곧이어 통제된 리듬의 군무가 펼쳐집니다. 반복되는 실루엣과 절제된 움직임은 찰리 XCX가 꾸준히 탐구해 온 ‘정체성의 분화’와 ‘자기 복제’라는 테마를 시각적으로 압축합니다.
격렬한 군무가 끝난 뒤, ‘THE MOMENT’라는 문구가 떠오른 전광판 앞에 한 인물이 모습을 드러내는데요. 그 인물은 찰리와 같은 복장을 한 카일리 제너. 담배를 피우는 카일리 제너의 모습으로 영상이 마무리되죠. 영상의 시작과 끝을 잇는 수미상관 구조는 두 인물이 서로를 겹쳐 보이게 설계되었음을 보여줍니다.
흥미로운 건 그가 ‘카일리 제너답게’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화려한 레드 카펫의 주인공도, 리얼리티 스타도 아닌 찰리 XCX의 시그니처 의상을 그대로 입은 하나의 캐릭터로 등장하죠.
이 조합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찰리 XCX는 실험적 팝과 언더그라운드 감각을 대표하는 아티스트이고, 카일리 제너는 대중성과 영향력을 상징하는 인물이죠. 언뜻 대비되는 두 아이콘이 같은 화면에 놓였을 때 그 대비는 충돌이 아닌 확장으로 작동합니다. 서로의 이미지를 증폭시키는 방식의 이 만남은 낯설기보다 설득력 있게 다가오죠.
영화 <The Moment>는 오는 1월 30일 미국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서사가 모두 공개되진 않았지만, ‘Residue’와 뮤직비디오는 이 영화가 감정의 과잉보다는 이미지와 분위기 그리고 감각적인 단서들로 관객을 유도할 작품임을 암시합니다. 예고편 대신 뮤직비디오를 내세운 홍보 전략 역시 SNS 확산과 팬덤의 자발적 해석을 염두에 둔 선택으로 읽히죠.
결국 이번 협업은 “누가 나왔는가”보다 “어떻게 등장했는가”가 핵심입니다. 찰리 XCX는 음악과 이미지, 영화를 하나의 세계로 정교하게 엮어내고, 카일리 제너는 그 세계 안에서 대중성을 상징하는 존재로 자연스럽게 자리합니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기보다 영향을 주고받으며 확장되는 이 구조 덕분에 동시대 문화의 흐름을 이끄는 두 아이콘의 만남은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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