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 60여 년간 천의 얼굴로 명연기를 펼쳐온 원로 배우 이정길(82)의 또 다른 명함은 한국프로파크골프협회(KPPGA) 회장이다. 1967년 연극 '사할린 스크의 하늘과 땅'으로 데뷔해 여태까지 연극 70여 편, TV 드라마 180여 편, 영화 20여 편에서 국무총리, 의사 등 선 굵은 연기를 해온 이정길 회장은 9년째 파크골프 보급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이정길 회장을 28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서 만났다. 과거 TV 화면에서처럼 기품 있는 노신사의 모습이었다. 그는 “(처음 회장직을 수락할 때) 파크골프에 접근할 수 있는 이들로 장애인들이 가능하겠다고 생각해서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며 “요즘같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전했다.
▲파크골프의 남다른 매력
파크골프는 지난 2003년 국내에 처음 도입됐다. 지금은 단순한 생활체육을 넘어 전국 400여 개의 코스와 수십만 명의 인구가 참여하는 대중 스포츠로 성장했다.
이정길 회장은 골프 구력만 50년이 넘는다. “내가 골프에 입문할 때만 해도 대중화가 되어 있지 않았다. 지금도 경제적 부담이 들고 진입장벽이 높다. 골프에 입문하려면 6~7개월 연습해야 한다”고 털어놓은 그는 “파크골프는 다르다. 장비도 하나로 하고 비용도 지방자치단체에서 하는 건 4000~5000원에 불과하다. 심지어 포천 등에선 그린피를 싼 가격으로 받고 다시 절반 정도는 지역 소비 쿠폰으로 돌려준다. 체육 활동과 경제활성화까지 일거양득이다. 동호인 간 접근이 용이한 운동이고 시작할 때 30분 정도만 코치 받아도 투입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외로운 사람들이 잔디를 밟은 채 서로 정을 나누는 등 삶의 길이 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건강 관리에도 좋다”고 부연했다.
물론 종목의 제대로 된 프로화까진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정길 회장은 “오늘 1회 프로 선수들을 뽑아서 임명식까지 했다. 앞으로 이들을 교육하고, 이후 대회를 치르면서도 시행착오가 많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이견도 있을 수 있다”며 “협회는 중지를 모을 땐 모으는 등 노력으로 기준을 만들어가야 한다. 다양한 의견 수렴도 거쳐 공정한 체계를 만들어 보급하고 인식시키는 교육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프로파크골프가 살려면 결국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 선수들의 참여 증가에 따라 스폰서를 유치하고 규칙을 만들어 프로로 가는 등 매뉴얼을 만들어 놓으면 여러 경제적 효과도 생길 것이다. 민간형 투자에 의한 사업성을 목표로 하면서도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프로파크골프협회와 한스경제·한국스포츠경제는 지난해 12월 프로파크골프 발전을 위해 손을 잡았다. 업무협약은 2026년 프로파크골프 프로리그의 활성화 및 정규 대회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 3개 기관의 협력 기반을 구축하는 데 의의가 있었다. 협약 내용으로 ▲2026 프로파크골프 정규 대회 공동 개최 및 운영에 관한 상호 협력 ▲파크골프 프로리그의 대중 인지도 확산 협력 ▲파크골프 산업 및 스포츠 생태계 구축을 위한 공동 노력 등이 있다.
이정길 회장은 “협약 때 어느 정도 예산을 갖고 대회 개최를 해야 하는지 등을 논의했다”며 “프로파크골프는 나름의 시설 등을 지자체 시설에 더해 규정도 짜고 프로들도 스타로 만들어가서 참관인들도 함께 참가하는 구조로 만들어가야 하는 게 사명이다”라고 짚었다.
▲80대 원로 배우의 행복론
운동을 통한 건강 관리는 노후 대비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노년 행복의 요소들로는 적정한 수준의 돈과 건강, 소일거리, 인간관계 등을 꼽을 수 있다. 여든을 넘긴 이정길 회장은 “노령 인구 중에 경제력이 있는 이들은 여행 등을 얼마든지 하겠지만, 일반적인 시니어들은 은퇴한 후에 대인관계가 두절되며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파크골프는 돈도 별로 안 들이고 인간관계가 좋아지고 운동도 되는 장점이 있다. 저도 하루 6000보는 걸으려 한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사람들이 나이 90대가 돼서도 다 외출하고 활동하더라”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협회 회장으로서 파크골프를 프로스포츠화하는데 열성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정길 회장은 고령이지만 정정했다. 1960년대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숙명적으로 배우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는 그는 “한 장르에 예술가로서 어떤 색깔을 표현하느냐, 연기 한 컷에 표현할 수 있는 감정 등과 관련해 수없이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틈틈이 갤러리에 가서 화가들이 인생과 열정이 담긴 그림을 보고 연기에 대한 영감도 얻었다고 했다.
배우로서 주로 사회 고위직 역할을 해온 터여서 까다로울 것이란 편견도 받지만, 스스로를 “감성적인 부분도 있지만 외향적이고 술도 좋아하는 소탈한 성격이다”라고 했다. 골프나 스키 등 운동을 즐겨 철저한 자기관리를 해온 것 같지만, 그는 “60년 동안 연기하면서 제때 밥을 먹지 못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매일 세트장에 가서 밤을 지새우는 경우가 많았다. 관리는 0점에 가깝다”며 “사람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DNA가 중요하지 않나”라고 허허 웃었다.
이정길 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요샌 눈뜨면 오늘 하루도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더라. 이렇게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다행이다. 근력 운동은 하는데 이렇게 두 다리로 열심히 걸어 다니는 것도 감사할 뿐이다”라고 미소 지었다. 60년을 일하고 80대까지 정정한 노신사의 행복론은 잔잔한 여운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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