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의 함영주 회장이 8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사실상 벗어났다. 대법원이 채용 비리 사건과 관련해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면서다. 성차별 채용과 관련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는 벌금형이 확정됐지만, 경영권 박탈 사유에 해당하는 '금고 이상의 형'은 피했다.
앞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판매와 관련한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도 승소한 데 이어 이번 판결까지 더해지면서, 하나금융의 지배구조 불확실성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9일 함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 중 업무방해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반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상고를 기각해 벌금 300만원이 확정됐다.
함 회장은 하나은행장 재직 시절이던 2015년 신입사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특정 지원자와 관련해 인사 담당자에게 부적절한 청탁성 발언을 했다는 혐의와, 2016년 공채에서 남녀 비율을 사전에 설정해 여성 지원자를 불리하게 선발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로 2018년 기소됐다.
1심은 2022년 전부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에서는 일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집행유예형이 내려졌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단으로 핵심 쟁점이던 업무방해 혐의가 무죄 취지로 정리되면서, 함 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 됐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상 임원 자격 상실 요건은 '금고 이상의 형 또는 집행유예'가 확정될 경우에만 해당된다. 이번 판결로 남은 유죄는 벌금형에 그쳐, 회장직 유지에는 법적 제약이 없다.
금융권에서는 "경영 불확실성이 제거되며 함 회장이 중장기 전략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함 회장은 기소 상태에서 2022년 하나금융 회장에 선임됐고, 연임 과정에서도 시민단체와 일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로부터 사법 리스크를 이유로 반대에 직면해 왔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경영 공백 우려가 사라지면서, 남은 임기 동안 리더십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함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판을 바꾸는 혁신'을 핵심 경영 키워드로 제시하며 ▲은행·비은행 동반 혁신 ▲AI 기반 금융 대전환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조성 등을 중점 과제로 내세운 바 있다.
하나금융은 현재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예별손해보험 예비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에 대비한 컨소시엄 논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룹 본사의 인천 청라국제도시 이전 역시 상반기 완료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사법 부담이 해소되면서 이들 전략 과제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대법원의 공명정대한 판단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며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금융 소외계층을 더욱 세심히 살피고,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 확대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속가능한 이익 창출을 통해 기업가치와 주주환원을 강화하고 금융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1956년생인 함 회장은 충남 부여 출신으로,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80년 고졸 행원으로 하나은행 전신인 서울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탁월한 영업 성과와 조직 장악력을 인정받아 하나·외환은행 통합 이후 초대 은행장을 맡았고,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거쳐 2022년 회장에 올랐다. 현재 임기는 2028년 3월까지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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