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7학년도 의대 정원 규모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둘러싸고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김성근 대한의사협회(의협) 대변인은 29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정레브리핑을 열고 "보정심 회의 결과에 대해 깊은 유감과 강력한 항의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27일 열린 제5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에서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추계위)가 제시한 12개 시나리오 모델 가운데 6개 모형으로 검토 범위를 좁혔다.
이를 통해 2037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사 인력 규모를 2530~4800명 으로 전망했다. 직전 회의에서 2530명~7261명으로 추산한 것보다는 상한값이 줄어든 수치다.
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비전문성을 가진 위원들이 단순히 다수결로 사안을 결정하는 것은 그 위원회의 역할을 의심하게 하는 후진적인 절차"라며 "우리는 이 모습을 2년 전에도 지켜봤고 이는 의료현장의 처참한 붕괴로 이어져 아직도 복구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추계위의 미래 부족 의사 수 예측 결과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다. 그는 "추계위는 수요예측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예측이 용이한 공급 추계마저 결론에 이르지 못한 상태로 보정심에 자료를 제출했다"며 "그러다 보니 어떤 안이 가장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가를 비전문가들이 다수인 보정심에서 선택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를 들어 인공위성을 발사할 때는 인공위성 제작과 운영의 전문가, 발사체 전문가, 지구과학과 천문학 전문가들이 논의하고 결정해야 하는 것이지, 지역의 유력인사나 시민단체가 관여해서 일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공급 1안과 2안을 놓고 어떤 안을 지지하는 가는 다수결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며 "어떤 안이 현실을 더 반영하고 있는지 전문가들이 충분히 검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안됐어야 마땅함에도 그렇지 못했고 단순히 다수의 의견으로 어떤 안을 채택한다는 것은 그저 소수에 대한 횡포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의과대학 교육 현장에 대해서도 처참하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24·25 학번이 한꺼번에 수업을 들어야 하는 예과 과정은 대학에 따라서는 이전 정원의 4배에 이르는 학생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본격적인 의학교육이 진행되는 이른바 본과 과정에 진급한 후의 상황은 대비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다른 학년들과 서울의 의과대학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며 "교육의 당사자들인 학생들과 교수들의 어려움은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은 상태로 단순히 의대정원 숫자만 언급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의과대학은 정원이 10%만 늘거나 줄어도 교육여건의 큰 변화가 이러나는 특수한 교육과정을 가지고 있다"며 "제대로 된 의학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의사국시를 치르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의학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정원 규모 변화는 최소화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각 대학이 처한 상황이 매우 다르기에 여기에 대한 정밀한 조사도 선행돼야 하지만 제대로 조사된 바가 없다"며 "추계위는 지역별, 임상과목별 추계 역시 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데, 시간이 필요하기에 법령에 경과규정을 두고 2027년 2월로 이 결과를 미루어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다면 이 결과를 본 이후에 논의가 진행되는 것이 옳다"며 "이렇게 해야 지역의사제 도입을 추진하는 법안의 취지와 합당한 지역 정원을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의사를 늘리면 지역으로, 필수의료 분야로 흘러갈 것이라는 근거없는 기대를 가지고 추계위 결과 역시 최대치만을 바라보면서, 현장의 어려움과 미래에 대한 우려는 외면한 채 다수의 힘으로 결정하려 하고 있다"며 "전문가의 의견이 다수에 의해 무시되는 보정심의 구조와 불합리한 정책 심의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의협은 오는 31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열고 의사인력 추계와 의대 교육 정상화에 등에 대한 의료계 대응 방침 등에 대해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회의에서 다음달 7일 장외집회를 열지 여부에 대해서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자 대회에는 대한의학회와 각시도 의사회, 대한개원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등 의료계 직역 단체가 참여한다.
김 대변인은 "의료계의 대응방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듣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의사 수 증원에 있어 합의가 되는 기준은 의과대학의 교육 환경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숫자여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런게 복구가 되기 힘든 상황이라 당분간은 모집 인원을 늘리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파업 등) 실력행사 보다는 이번 정부에서 합리적인 결정과정, 제대로 된 결정을 우리가 밀고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며 "숫자만 가지고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미래 의료상황을 고려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정이 보정심에서 이뤄지지를 강하게 촉구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늦어도 다음달 10일 전까지는 보정심을 통해 적정한 의사인력 양성 규모에 대한 결론을 도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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