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전 오너를 둘러싼 배임·횡령 사건 1심에서 법원이 혐의별로 유·무죄를 가려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현복)는 2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보석을 유지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홍 전 회장을 포함해 남양유업 전·현직 임원 등 총 6명이 함께 기소된 사건으로, 재판부는 21차례에 걸친 증거조사와 변론을 거쳐 이날 선고 절차를 진행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홍 전 회장에게 적용한 배임·횡령 혐의 가운데 일부만 유죄로 인정하고, 나머지 주요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또는 면소 판단을 내렸다.
법원은 거래업체로부터 제공된 리베이트와 관련된 배임수재 혐의 일부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리베이트 제공 경위와 전달 구조 등을 종합할 때 피고인의 관여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검찰이 함께 적용한 다수 혐의에 대해서는 범죄 성립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검찰이 핵심 혐의로 제기한 종이박스 납품 관련 이른바 ‘끼워넣기 거래’ 배임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중간 유통업체가 실질적으로 개입했다고 보기 어렵고, 고의나 공모 관계 역시 증명되지 않았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배임죄 성립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021년 논란이 됐던 불가리스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효과 발표와 관련한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도 무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세포 실험 결과만으로 인체 효능을 단정할 수 없고, 피고인이 허위·과장 광고를 인식하거나 이를 승인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불가리스 심포지엄 이후 제기된 증거인멸 교사 혐의 역시 “관련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중앙연구소장 박정수 피고인에 대해서는 원료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배임수재 혐의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컨설팅·자문 계약 형식을 취했더라도 실제로는 직무 대가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박 피고인에게는 배임수재 혐의 전부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의 실형이 선고됐고 보석은 취소됐다. 리베이트 전달 과정에 관여한 조남정 피고인과 일부 임원들에 대해서도 배임수재 혐의가 인정돼 유죄가 선고됐다.
향림산업 관련 제3자 배임수재 혐의와 감사 급여·광고대행 수수료 반환 관련 혐의는 공소시효 완성 또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 또는 면소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홍 전 회장은 상장기업 회장으로서 사실상 모든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지위에 있었다”며 “장기간 지속된 범행으로 회사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훼손됐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기소된 혐의 상당 부분이 무죄 또는 면소로 판단된 점, 피해 회복을 위한 공탁, 구속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남양유업 오너 일가를 둘러싼 장기간의 내부 거래·리베이트 의혹을 법원이 항목별로 세분해 판단한 첫 사법 결론이다. 이날 재판부는 기소 금액 전체가 아닌, 증명된 범위에 한해 형사 책임을 엄격히 인정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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