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용인, 화성, 성남, 의왕, 안양, 군포. 생활권으로 보면 하나의 도시처럼 엮여있는 이 지역들 가운데, 수원시민만 적용받지 못하는 정책이 있다. 부모의 맞벌이·다자녀 등으로 양육 공백이 발생한 가정을 지원하는 ‘경기형 가족돌봄수당’이다. 조부모나 친인척이 아이를 돌볼 경우, 아동 1인당 월 30만 원, 최대 6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예산은 경기도와 해당 시·군이 함께 부담하는 구조로, 경기도 31개 시·군 중 26곳에서 이미 시행 중이다. 그러나 이 정책에서 수원과 수원시민은 빠져 있다.
한 시민께서 “수원도 포함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제도 보완’ 등의 이유로 ‘사업 참여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미 다수의 시·군에서 시행 중인 정책에 대해, 이제 와서 ‘제도 보완’을 이유로 참여가 어렵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같은 경기도민, 같은 생활권에 살면서 수원시민만 정책에서 배제된 셈이다. 왜 이런 일이 유독 수원에서 발생했을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수원의 재정 상황을 살펴볼 수밖에 없다. 최근 시민들 사이에서 ‘재정자립도’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실 재정자립도는 공무원이 아니라면 굳이 알 필요가 없는 지표다. 도시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 시민이 예산 구조를 이해하거나 재정 지표를 공부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수원에서는 그 ‘당연함’이 깨지고 있다.
수원의 재정자립도는 한때 경기도 내 상위권이었다. 2011년 재정자립도는 62.2%로 도내 3위였으나, 이후 하락세가 이어졌다. 2015년 51.8%, 2019년 48.1%로 내려갔고, 2022년에는 44.2%까지 떨어졌다. 2023년에 46.0%로 소폭 반등했지만, 문제는 한 번 떨어진 이후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 수요는 늘어났지만, 이를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재원은 줄어든 상태가 고착화되고 있다.
그러나 재정자립도보다 더 우려스러운 지표가 있다. 바로 ‘재정자주도’다. 재정자립도가 ‘도시가 스스로 얼마나 벌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라면, 재정자주도는 ‘도시가 돈을 얼마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가’ 즉, 재량권을 보여준다. 정부나 경기도가 용도를 정해 내려보낸 예산이 많을수록, 지자체의 재량권은 줄어들고 선택의 폭도 좁아진다.
수원의 재정자주도는 재정 운용의 구조적 어려움을 그대로 드러낸다. 2011년 75.1%로 도내 7위였던 수원의 재정자주도는, 2016년 63.4%(17위), 2019년 56.2%(25위)로 급격히 하락했고, 2022년에는 27위까지 떨어졌다. 31개 시·군 중 하위권이다. 이는 수원이 단순히 돈이 부족한 도시를 넘어, 있는 재원조차 자유롭게 쓰기 어려운 도시, 다시 말해 재량권을 상당 부분 상실한 상태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수원은 인구 규모와 행정 수요가 가장 큰 도시임에도, 재정자주도는 중소 도시보다 낮아 ‘규모의 불이익’을 동시에 떠안고 있다.
같은 특례시인 성남, 화성, 하남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분명해진다. 2022년 기준 성남시의 재정자주도는 70.6%, 화성시는 69.1%, 하남시는 62.0%다. 반면 수원은 55.7%에 그친다. 인구와 행정 규모는 도내에서 가장 크지만, 정작 지역과 시민에 필요한 맞춤형 정책을 선택할 수 있는 재량은 가장 적은 축에 속하게 된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필수가 아닌 정책 즉, 선택형 정책이 가장 먼저 탈락하게 된다. ‘가족돌봄수당’처럼 시·군이 할지말지 선택할 수 있는 사업은 “검토 중”, “여건상 어려움”이라는 표현 속에서 후순위로 밀린다. 시민 입장에서는 가뭄에 단비 같은 정책일지라도, 행정의 관점에서는 단지 선택의 결과다.
수원시민들께서 요구하시는 것은 수원시민만 가능한 특혜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왜 같은 생활권에 살고 있는데, 인접 지역은 시민들은 당연한 것처럼 누리는 걸 왜 수원시민만 반복적으로 제외되는가”라는, 어쩌면 당연한 질문이다. 그리고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시민들은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와 같은 재정 구조를 함께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수원은 이미 시민이 재정 지표를 공부해야 하는 도시가 되어버린 것이다.
행정은 정책을 시행하고, 정책은 정치의 결과물이며, 정치는 결국 선택이다. 선택이란,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재량권이 적다면 선택은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 당연히 수원시민이 최우선이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수원시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수원시민이 ‘가족돌봄수당’에서 배제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수원시가 경상북도 봉화군에 캠핑장을 조성하는 데 수십 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지금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예산 배정이나 재정 운용과 같은 복잡한 문제가 아니다. 왜 그런 선택을 해왔는가, 그리고 그 선택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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