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국민의힘 지도부가 29일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제명안을 최종 의결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당 쇄신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슈 등을 둘러싸고 격화된 당내 갈등이 결국 전직 당대표 축출이라는 파국으로 치달은 셈이다.
한 전 대표는 “반드시 돌아오겠다”며 결사항전 의지를 다졌고,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은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방선거를 4개월 앞둔 보수 진영이 걷잡을 수 없는 격랑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한 전 대표에 대한 당원 제명 징계안을 의결했다.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정점식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 9인이 참여한 표결 결과는 찬성 7명, 반대 1명(우재준 청년 최고위원), 기권 1명(양향자 최고위원)으로 가결됐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회의 직후 “한 전 대표에 대한 당원 징계안이 중앙윤리위원회 의결대로 최고위에서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 전 대표는 즉시 당적이 박탈됐으며, 당규에 따라 향후 5년간 재입당이 금지돼 사실상 복당이 불가능해졌다.
징계 사유는 이른바 ‘당원게시판 사태’로, 한 전 대표 가족 명의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비방한 글이 게시된 것에 대한 책임이다.
지도부는 이번 결정이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강조했다. 조광한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당의 미래를 위해 악성 부채들을 정리해야 한다”며 제명을 옹호했고, 장동혁 대표 역시 “절차에 따라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고 절차대로 진행한 것”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어설픈 봉합보다는 리스크를 조기에 해소하는 것이 지방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제명 결정 이후 이날 오후 한 전 대표는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 제명당했다”며 “그러나 제명할 수는 있어도 국민을 위한 좋은 정치의 열망을 꺾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이 당과 보수의 주인이다. 절대 포기하지 마시라”며 지지자들을 독려한 뒤 “저는 반드시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전날(28일) 영화 <잊혀진 대통령-김영삼의 개혁 시대>를 관람한 뒤 기자들과 만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조어인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를 인용하며 정치적 재기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 전 대표는 구체적인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당장 신당 창당 등에 나서기보다는 장외 여론전을 통해 세력을 결집하고 복귀 명분을 쌓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 친한계 의원들은 즉각 집단행동에 나섰다. 고동진·박정훈·김예지 등 친한계 의원 16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직 당 대표의 정치 생명을 끊는 건 정당사에 유례없는 일”이라며 장동혁 대표 체제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당 대표를 비난했다는 이유로 전 최고위원의 당적을 박탈하는 것 역시 우리 당의 비민주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행위”라며 “이런 결정을 하고도 우리가 이재명정부 민주당을 비판할 자격이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현 시점에서 직전 당 대표를 제명한다면 당내 갈등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는 건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현장에서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수많은 당원은 오늘 제명 결정을 지켜보면서 참담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당 지도부는 그들의 절박감을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가) 선거는 져도 좋으니 당권만큼은 지키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이번 결정은 어떤 논리로도 설명하기 어렵다”며 “이미 모든 언론이 이런 문제를 지속적으로 경고했는데도 제명 징계를 강행한 건 장동혁 지도부가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당의 미래를 희생시킨 것”이라고 성토했다.
회의장 내에서 유일하게 반대 표를 던진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 역시 “우리 당이 계엄에 대해 사과하고 있는데 탄핵 찬성파를 쫓아낸다면 국민 시야에서 우리 당이 어떻게 보이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친한계 의원들 역시 당장의 탈당에는 선을 그었다. 박정훈 의원은 “장동혁 체제가 심판받는 날 당을 재건해야 한다”며 “재건할 수 있는 세력은 한 전 대표와 우리가 될 것”이라고 당내 투쟁을 이어갈 뜻을 내비쳤다.
정치권에선 이번 제명 사태로 국민의힘이 회복하기 힘든 분열상에 직면했다고 보고 있다. 당장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토끼’의 분열과 중도층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YTN 인터뷰에서 “보수가 단합해도 힘든 판에 뺄셈의 정치가 계속되면 마이너스 효과뿐”이라며 “민주당이 압승했던 2018년 지방선거와 비슷한 양태가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한 전 대표의 강제 퇴장으로 국민의힘은 ‘장동혁 체제’의 안정화는커녕, 당권 정통성을 둘러싼 난타전과 지방선거 위기론이라는 공포 속에 당분간 극심한 혼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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