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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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 말들

문화매거진 2026-01-29 15:28:00 신고

▲ 나는 작업 과정의 이미지를 좋아한다. 과정에서 작업은 확실히 나와 더 가까운 느낌이 있다. 그런 이미지중 하나 / 사진: 구씨 제공
▲ 나는 작업 과정의 이미지를 좋아한다. 과정에서 작업은 확실히 나와 더 가까운 느낌이 있다. 그런 이미지중 하나 / 사진: 구씨 제공


[문화매거진=구씨 작가] 흩어진 말들이 있다. 

매일 같이 하는 카톡들은 같은 맥락으로 쌓여간다. 아침을 시작하는 안녕과 저녁을 매듭짓는 안녕으로 하루하루가 끊어지고 이어진다. 어떤 나의 말들은 내 입이 아닌 손에서 시작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광활한 아무도 없는 세상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나의 말에 대한 상상은 내 몸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점을 발견하는 것처럼 낯설다. 말은 상황에 따라 의미를 속에 넣고 가장 알맞은 형태로 포장되어 배출된다. 포장된 말들을 체력에 따라 리본까지 묶인 선물상자가 되거나 지퍼백에 담긴 작은 간식이 된다. 그렇게 흩어진 일상의 말들은 아주 작은 기둥이 되어 내 일상을 조금 더 단단하게 건축한다.

여기저기 산재된 대화들 속에서 내가 발견하지 못한 말 중에 몇 개의 문장은 누군의 책상 앞에 붙여두고 종종 가슴에 새기는 말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무심코 던진 피드백을 고이고이 간직하며 올 겨울 작업을 해오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왜인지 등에 식은땀이 났다. 내가 한 피드백을 생각하며 작업을 하고 있다는 말은 감사했지만, 그에게 한 피드백이 내 기억 속에는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종종 나도 지키지 못하는 말들을 남들에게 해버리는 듯하다. 

나도 많은 말을 듣는다. 새로운 말에 목말라 직접 찾아가서 듣기도 하고 홀로 차가운 전시장을 지키는 이에게 물어보고 듣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나를 붙잡고 말을 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 많은 말 가운데 내가 새기고 싶은 말을 찾는 것 또는 나에게 새겨지는 말을 찾는 건 시간이 지날수록 귀해진다. 그런 나에게도 남는 말들이 있다.

내 작업이 나와 너무 멀어 보인다는 말은 듣고 나서부터 그 말은 단단한 무엇이 되어 빙빙 돌아 가슴에 날아와 꽂힌다. 종종 그 문장을 생각하다가 긴 밤을 지나 새벽을 맞이하기도 한다. 답이 없는 고민 속에 잠들고 세 번째 알람에서야 뭉그적거리며 일어나는 것까지 이어지며 그 단어들은 작년부터 나의 밤을 떠나지 않고 있다. 일기장 작업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내 작업이 나와 너무 멀어 보인다는 그 말은 내 작업이 내 작업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까지 번지고 말았다. 종종 그 말을 생각하며 그 사람을 생각한다. 그는 느낄까, 내가 이런 고민의 구덩이에 빠져 버린 것을.

귀해지는 말들 사이에서 몇몇 말들이 적혀지고 생각하고 되새겨진다. 그 과정에서 조금 나를 갉아먹게 되더라도 아무것도 없는 시간 속 흩어진 말 중 발견된 말들은 자체로 소중하게 느껴진다. 마치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항아리에서 멋진 무엇이 발효되기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기적 같은 시작. 

시간 속에서 먼지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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