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이유라 기자】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반도체 제품 판매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2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93조8000억원, 영업이익 20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각각 7조7000억원(9%), 7조9000억원(65%) 증가했다. 이로써 연간 매출은 333조6059억원, 영업이익 43조601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실적은 반도체(DS·Device Solutions)부문의 HBM 판매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이 본격화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디바이스경험(DX·Device eXperience)부문은 스마트폰 신모델 출시 효과 감소로 매출이 전분기 대비 줄었지만, DS부문의 실적 개선이 이를 상쇄했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DS부문은 매출 44조원, 영업이익 16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메모리는 범용 D램 수요 강세에 적극 대응하는 동시에 HBM과 서버용 DDR5(Double Data Rate 5), 기업용 SSD(Solid State Drive)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시스템LSI는 계절적 수요 둔화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했으나, 이미지센서는 고화소 신제품 판매 확대로 매출이 성장했다. 파운드리는 2나노 1세대 공정 양산과 주요 거래선 수요 증가로 매출이 늘었지만, 충당 비용 영향으로 수익성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DX부문은 매출 44조3000억원, 영업이익 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모바일경험(MX·Mobile eXperience)은 4분기 판매량이 감소했으나 플래그십 제품과 태블릿·웨어러블의 안정적인 판매로 연간 기준 두 자릿수 수익성을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중 ‘갤럭시 S26’을 출시해 플래그십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하고, 에이전틱(Agentic) AI 경험을 기반으로 AI 스마트폰 시장 리더십을 공고히 할 방침이다.
영상디스플레이(VD·Visual Display)는 프리미엄 TV 판매 호조에 힘입어 매출이 확대됐고, 생활가전은 계절적 비수기와 글로벌 관세 영향으로 실적이 하락했다. 네트워크는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이와 함께 하만은 매출 4조6000억원, 영업이익 3000억원을 기록하며 전장 및 오디오 제품 판매 확대로 실적이 개선됐다. 디스플레이 부문은 매출 9조5000억원, 영업이익 2조원을 기록했으며, 중소형 패널은 스마트폰과 IT·차량용 수요 확대에 힘입어 탄탄한 실적을 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및 서버 수요 확대에 따라 반도체 시장의 구조적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AI 학습뿐 아니라 추론 영역까지 수요가 확산하며 HBM과 서버용 D램, 고성능 SSD 등 메모리 전반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맞춰 설비투자(CAPEX)를 전년보다 크게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신규 생산시설과 클린룸 공간을 미리 확보해 왔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확보한 생산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설비 투자가 단계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단기적인 공급 확대 국면에서도 경쟁력 있는 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D램의 경우 1c나노, 낸드는 V9 공정을 중심으로 선단 공정 캐파 확대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신규 생산시설(팹) 투자 전략과 관련해서는 AI 수요 강세가 할가능성에 대비해 추가 생산 공간과 클린룸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둔 상태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향후 수요 흐름을 자세히 점검한 뒤 증산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설비 투자를 신속히 집행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HBM 사업 전략도 구체화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HBM4 양산 투입이 이뤄졌다”며 “주요 고객 요청에 따라 2월부터 11.7Gbps(Gigabits per second) 제품을 포함한 양산 출하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다. 올해 중반에는 HBM4E 표준(Standard) 제품을 고객사에 샘플링하고, HBM4E 및 코다이(Co-Die) 기반 커스텀 HBM은 하반기 고객 일정에 맞춰 웨이퍼 초도 투입에 나설 예정이다.
중장기 전망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시각을 내놨다. 특히 HBM 판매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현재 확보한 생산능력에 대해서는 고객들로부터 전량 구매주문(PO)을 받은 상태”라며 “올해 HBM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고객사들의 2026년 HBM 수요는 이미 삼성전자의 공급 규모를 웃돌고 있으며, 2027년 이후 물량에 대해서도 조기 협의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2025년 연간 기준 연구개발비는 37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시설투자 역시 늘린다. 4분기에 집행된 시설투자비는 20조4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DS부문이 19조원, 디스플레이 부문이 7000억원을 차지했다. 연간 시설투자는 52조7000억원으로 DS부문이 47조5000억원, 디스플레이 부문이 2조8000억원이다. DS부문은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 대응을 위한 첨단 공정 전환과 기존 라인 보완에 투자를 집중하고, 디스플레이는 기존 라인 성능 향상을 위한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26년에도 글로벌 관세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DS부문의 로직·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아우르는 ‘원스톱 솔루션’ 경쟁력을 기반으로 AI 반도체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DX부문 역시 AI가 적용된 제품군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근원적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고부가 반도체 제품과 AI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통해 실적 성장과 미래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해 나갈 것”이라며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