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정용 기자] 작년 국내 카페 시장의 커피수입액이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며 화려한 지표를 기록했지만 그 이면에는 ‘수익성 악화’라는 구조적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며 시장 전반에 적신호가 켜졌다.
전 세계적 기후위기와 물류난, 그리고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환율이 맞물린 ‘원가 쇼크’가 커피 산업 전반을 강타했기 때문으로, 생존을 위해 마진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하는 ‘수익 모델 전환기’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29일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커피 수입액이 2조65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뜯어보니 속 사정은 달랐다. 실제 국내로 들어온 커피 수입 물량은 전년 대비 오히려 감소했으며, 적은 양을 들여오면서도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한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고착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가 쇼크’의 핵심 원인은 국제 원두 가격의 유례없는 상승세에 있다. 전 세계 아라비카 생산의 중심지인 브라질의 이상 기후와 로부스타 주요 생산국 베트남의 가뭄 등 공급망 차질이 장기화되며 원두 가격은 연일 고점을 경신했다.
환율 상승이 수입 단가를 추가로 끌어올리며 국내 카페들이 감당해야 할 비용 부담이 이미 임계치를 넘어섰다. 커피가 현대인의 노동 필수재로 안착하며 수요는 여전히 견고한 상태지만, 공급 측면에서의 비용 부담이 판매 수익을 넘어서는 ‘성장의 역설’에 빠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위기를 단순한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 침체가 아니라 산업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로 규정하고 있다. 과거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판매가를 인상해 대응이 가능했으나,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시장 내의 치열한 가격 경쟁과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 심리로 인해 이마저도 한계에 부딪혔다. 결국 팔면 팔수록 이익이 줄어들거나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적 한계가 오프라인 매장들을 생존의 기로로 내몰고 있다는 분석이다.
카페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원두값뿐만 아니라 우유, 설탕, 심지어 종이컵 가격까지 안 오른 게 없다”며 “커피 한 잔을 팔아 남는 마진으로는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하기조차 벅차 다는 가맹점주들의 호소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원가 압박이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자 커피 업계는 자본력과 규모에 따라 각기 다른 생존 공식을 써 내려가고 있다. 우선 자본력을 갖춘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원가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본사의 마진율을 낮춰 가맹점의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해외 산지와의 직접 계약을 통해 중간 유통 단계를 생략하고 자체 로스팅 공장을 통해 원두 브랜딩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업도 생겼다. 이는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면서도 원가 상승분을 자체적으로 흡수하려는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반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려운 개인 매장과 소규모 브랜드들은 메뉴 구성의 대전환을 선택했다. 이들에게 커피는 이제 수익원의 의미보다는 고객을 매장으로 불러 모으는 '고객유도 상품'으로 전락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신 마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베이커리 상품과 디저트 비중을 높여 객단가를 올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신규 개업하는 많은 매장들이 일부 주방 면적을 제과·제빵 공간으로 할애하며 ‘디저트 전문점’에 가까운 형태로 변모하는 중이다. 커피를 팔아서 남지 않는 이윤을 빵과 과자로 메우는 생존형 사업 모델인 셈이다.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 변화 역시 시장의 구조 개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커피를 단순한 ‘각성제’나 ‘습관적 소비’로 인식하는 이들이 가성비를 찾아 편의점 커피나 가정용 캡슐 커피로 대거 이동하면서 오프라인 매장 간의 생존 경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오프라인 카페는 단순한 음료 제공처를 넘어 차별화된 ‘공간 경험’이나 ‘프리미엄 미식’을 제공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국내 커피 시장이 ‘초저가 편의점·홈카페’와 ‘고부가가치 디저트·경험 중심 카페’로 극명하게 양극화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카페 관계자는 “커피의 맛도 중요하지만 함께 먹는 디저트가 카페 운영의 핵심 키가 됐다”며 “디저트 개발에 힘써 브랜드 경쟁력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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